2018년 7월 정기모임 - 이상한 정상 가족

토론 도서

이상한 정상 가족

발제자

전세진

장소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2길 41 3층 카페 플루이트


후기

미정

끔찍한 일이 너무 많은 시대입니다. 적어도 끔찍한 사건만을 보도하는 언론들이 많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괴랄한 범죄, 반인륜적인 행위에 대해서 분노하고, 소리를 모아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이를 이루기도 합니다. 사회가 열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비정상에 대해서는 비판이 이뤄지지만, 정상인 것 같이 보이는 학대 등의 것들에 대해선 비판적인 생각을 덜 하는 것 같습니다. A문제도 힘든데, B정도는 정상이지라고 넘기는 일들이 저도 있었습니다.
제가 잊고 살았던, 의문을 가지자라는 예전의 모토와 노력을 다시금 추억해보았습니다.
괜찮아보이는데 이게 정말 정상이냐고 늘 자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물 흐르는 대로 살기에는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말했던 것처럼 아직 상처주는 편견과 폭력, 피해와 후회의 싸이클이 너무나 멀쩡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내 아이는 조용한 피해자도, 정상적인 방관자도 아니었으면 합니다.


민경

어렸을 때 잘못해서 매를 맞았던 그때의 나는
매를 무서워했을까, 매를 든 누군가를 무서워했을까.

학교에서 선생님께 맞았던 기억도, 부모님께 맞았던 기억도 있어서 그런지.
‘나중에 내 아이도 잘못을 했다면 매를 들 수도 있겠다‘라고 막연히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스웨덴은 아동체벌을 최초로 법으로 금지 시키고 나서 
지금은 아동학대로 인해 사망한 아이가 없다는 내용을 보고 내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았습니다.
내 아이가 잘못했다고 한 대 때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학대로 고통 받고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법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끔찍한 일들이 있지만 그중에 가장 끔찍한 것은 아이가 자신의 아빠, 엄마,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일”

주변에 아이 있는 친구도 없고 그렇지만,
회사 사람들을 통해 요즘 아이들이 어떤지, 요즘 부모들이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었는데
발제자 덕분에 교육자의 시선에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좀 더 폭 넓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 장소였던 카페는 공간이 아늑했고 커피도 맛있었습니다.
좋은 장소를 공유해 준 발제자님께 감사합니다!


준민

1) 저는 단순한 사람입니다. 호감이 참 쉬워요. 원래 보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일단 먹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좋아하는 것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콕 꼬집고 들어가면 ‘내가 인정할 수 있는 것을’이란 수식어가 빠져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저는 제가 인정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걸 겁니다.

안목이라는 게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저에게는.

2) 토론은 즐거웠습니다. 아무래도 책에서 다루는 아동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분이 진행을 해서 그렇겠지요. 책의 내용과 진행자의 관심사가 균형감을 가져갔다고 생각합니다. 준비도 (좀 늦긴 했지만) 잘 해오셨고 진행도 잘 하셨고. 수고하셨습니다.

토론의 내용과 별개로, 이번 토론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성비였습니다. 다섯 분이 참석했고 저를 제외한 네 분이 여성이었지요. 아아. 여성 회원이 한 명 밖에 없어서 난감했던 시절을 떠올려보면 정말 괄목할 변화입니다. 눈물 남.

3) <이상한 정상가족>을 읽으면서 저는 독한녀석들의 시스템을 생각했습니다.

독한녀석들의 시스템은 잘 굴러가고 있습니다. 어쨌든 매달 모임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진행자 한 명에게 쏟아지는 압박은 과합니다. 어차피 1년에 한 번. 그냥 해버리고 치워버려도 좋겠지요. 그럼에도 하기 전의 부담감 때문에 꺼려하는 분이 적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부담감의 (작은) 원인 중에 하나인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좀 뭐하긴 합니다만.

어떻게 하면 쉽고 재미있게 진행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누군가 진행자를 도와줄 수는 없을지. 아니면 진행 준비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서 참고하게 할 수는 없을지.

어쨌든 조금 더 수월하고 편한 마음으로 진행을 할 수 있게끔 하는 것. 그게 바로 독한녀석들에서 필요한 시스템 중에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뭐, 이 부분은 제가 더 고민을 해봐야겠네요.

4) 마지막에 세진은 차가운 신뢰를 위한 개인의 역할에 대해서 물었습니다. 저는 저자의 의견과는 달리 개개인에겐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제도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공감해보려는 작은 마음, 노력. 그것이 이성에 의한 것이라고 해도 다른 사람을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내 주변의 작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고로 사실 저는 진행을 부담스럽고 어려워하는 분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공감이 전혀 안 됩니다. 진행 재미있지 않나요? 책 읽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고민해보고, 이렇게 질문을 던질까 저렇게 질문을 던질까 토씨 하나씩 바꿔보고. 이런 거 진짜 재미있는데.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에서 어떤 책을 해보면 좋을까 고민하는 것도 좋고. 저는 그 재미 때문에 서브 독서 모임도 기획해서 하고 그럽니다. 흠흠.

네. 알겠습니다. 공감 능력을 키우도록 하겠습니다.


보영

8나에게는 신선한 주제였다. 학교에서 맞고 자라던 마지막 세대여서 인지 최소한의 체벌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는 매를 들지 않는 선생님이란 상상이 되지 않았고, 약간의 긍정적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억울하게 맞은 적도 있었고, 맞는 순간에는 분노의 마음은 있으나 반성의 마음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도 나를 때린 선생을 잊지 않고 이야기하는데데데… 그럼에도 내 마음 속에 체벌이란 단어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에 충격이었다. 체벌, 일가족 동반자살 같은 너무 익숙한 단어를 경계를 안하고 수용했다. 
정상이란 단어 아래 행해지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보고있으면 과연 정상이란게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한다.  
잠시나마 책과 이야기를 통해 익숙함을 뒤로하고 다른 관점에서 주변을 보는 시간이었다.



세진

- 피상적으로 접하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참 좋아합니다. 하다못해 동물도 어린 개체가 귀여운데, 하물며 미디어에 비춰지는 애교 많은 어린이들은 얼마나 예뻐보일까요. 하지만 아이들의 가까이에서 생활하거나 아이를 키워 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얼마나 이 존재가 때로는 영악하고 못되게 행동할 수 있는지, 통제가 안 되고 양육자의 분노를 유발하는지 말입니다.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생활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시간을 쓰는저는 때때로 아이들을 정말 '때리고' 싶은 충동이 들거든요. 내 의지를 따라주지 않는 존재에게 힘을, 권력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참 많이 듭니다. 그래서 오히려 '체벌이 금지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감정적으로 실수할 것 같고 때리고 난 후에는 더욱 그 간편함의 노예가 될 것 같았거든요. 올해 정말 우울증이 올 것처럼 힘들었지만 그래도 힘에 의지한 해결은 하지 않으렵니다. 저자의 말처럼 '폭력과 비폭력 사이에 선명한 선을 긋고' ,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그런 희망이 있어야 이 세상이 조금은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요.
- 올해 저는 사회학 책에 유난히 매료되어 있었습니다. 교육학에서 흔히 하는 이야기로 '의미 있는 배움이 일어나려면 그것이 나의 삶의 문제로 느껴져야 한다'고 하는데, 내 삶의 문제는 늘어나는데 정확히 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아지니 결국은 답을 찾으러 책을 잡게 되더라고요.  조직문화에 대한 환멸을 느꼈을 때 <개인주의자 선언>을 만났고 남녀차별을 이야기하는 아이들 때문에 힘들었을 때 <페미니스트 선생님이 필요해>를 읽으며 나를 돌아보았습니다. 혐오표현이 넘쳐나는 인터넷을 보며 <말이 칼이 될 때>를 읽었고 결혼과 육아에 대해 고민이 될 때 <나혜석, 글쓰는 여자의 탄생>을 읽으며 여성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했습니다. 이 책도 그런 맥락에서 만났던 책입니다. '비정상'들에 대해 유난히 가혹하고 폭력적인 이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좌절하는 데 그치지 않게 해준 소중한 책입니다. '가족주의'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넘어 삶은 개인적으로 살고 문제는 집단적으로 해결하자는 이 책의 울림은 저에게 희미한 빛처럼 느껴집니다. 그 미미한 희망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서, 서로 '공감'하고 '신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워낙 오랜만의 토론이라 스스로는 아쉬움도 있지만 어쨌든 후회없이 최선은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더운 여름, 건강하게 보내고 또 봐요.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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