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정기모임 - 거의 모든 거짓말

토론 도서

거의 모든 거짓말

발제자

오윤정

장소

용산구 모처


후기

미정

내가 나를 위해 하는 거짓말은 꽤 자주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남을 위해 하는 거짓말은? 정직이 덕목이라는 이유로 거의 해오지 않았던 듯 합니다. 

결국 거의모든거짓말의 '나'도 나를 위한 거짓말만 했기 때문에 소년도 남자도 상처를 받고 떠나지 않았을까요. 거짓말에 관해서는 생각도 관심도 누구보다 많았던 '내'가??? 사실상 엄마를 위해, 남을 위해 거짓말을 했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거짓말은 이처럼 타인에게 보이지 않는 독이 되기도 하고 타인과의 끈끈한 사랑이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남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숨길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더 큰 사랑을 이룰 수 있다는, 아버지로부터의 따뜻한 거짓말의 교훈이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P.S. 완독후 쓰는 후기입니다. (강조)


보영

거짓말을 하면 티가 나서 말을 거짓말을 안하고 있다 생각했었는데, 나조차 사소한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책 초반에 거짓말 자격증이 있어야 사회생활이 된다고 말한 것처럼 우리는 크고 작은 거짓말 속에 묻혀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진실되어야 한다는 것은 거의 진리처럼 인식되었는데... 악의가 없어도 거짓말은 거짓말. 생활 속에 진실은 얼마나 있을까? 책 읽을 때까지는 별 생각없이 읽었는데, 사람들 마다 생각하는 거짓말의 정의가 달랐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거짓말의 인식을 바뀌었고, 이야기 끝에는 책의 소재가 참신하게 다가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말자격증 3급은 다 소지할 것 같다. 
 소년 외에 나머지 사람들이 자격증 소지자라 생각했는데, 집에 돌아와 대충 읽었던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소년은 1급 자격증 소지자 인 것 같다. 소년은 순진한 척 하였으나 엄청 거짓말을 잘하고, 상황 대처가 빨라서 물 흐르듯 빠져나간 것 같다. 엄청 배신감을 느꼈다. 소년을 믿었는데... 책 제목이 ‘거의 모든 거짓말’ 이라는 것을 간과했었다. 믿지 말라는 것을 제목부터 알려줬는데 소년을 믿었다. 믿었는데... 그나마 거짓말을 해도 떠나가지 않는 것은 가족뿐인 것을 알려준 것 같았다. 알면서도 속고, 몰라서 속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덮어 줄 수 있는 것 같다. 당분간은 타인이 거짓말 할 때 나오는 행동들을 찾기 위해 당분간은 관찰모드일 것 같다.  
 내 기준,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는 발제도 좋았고, 물 흐르듯 진행 되는 것도 신기했고, 무엇보다 북한이야기는 재미있었다. 만두가 들어간 라면은 못 먹었으나 젤다도 해봤고 즐거웠던 모임이었다. 후기 끝~  


종찬

거짓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라는 구태의연한 문장을 써 놓고 생각해보니 거짓입니다.

특별히 거짓말에 대해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기보다는, 생각 더미에 거짓말이란 단어를 새삼 던져 넣었다는 게 맞는 말이겠네요.

토론에서 스스로 몇 급 정도 될거 같냐는 질문을 듣고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좋은 거짓말을 잘 못하는 듯 합니다. 사회생활을 위해 하면 좋은 것들. 누군가 머리 한 걸 보고 잘 어울린다고 말해준다던가, 잘 되가냐는 상사의 질문에 잘 되고 있다고 대답한다던가. 친하지도 않은 사이에 우리는 하나라며 건배를 한다던가. 피곤할 때 자기 자신에게 스스로 신난다고 말한다던가. 괜시리 하기가 싫습니다. 왜 해야 하는지는 알겠어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아직 등따시고 배불러 정신을 못 차린 게 분명합니다.

저런 걸 좀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 좀 편하지 않을까요?

실은 아닙니다. 저런 걸 하는 사람은 죽어도 되기 싫습니다.

의도만 놓고 따지면 위의 두 문장은 모두 참입니다. 꾸며내진 않았어요. 기왕 둘 다가 진실이라면 아무 말도 않거나 혹은 둘 다 말하거나... 알 수만 있다면 둘 중에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고 싶네요.

말이란 게 가면 갈수록 혼란스럽습니다. 전에 알고 있던 것들도 모두 잊어버리고 완전히 뒤섞인 기분입니다.

잠을 좀 자야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 수면을 꼭 충분히 취하시고, 술은 멀리하세요.

    
민경

기꺼이 내 거짓말에 속아 줬던 수많은 당신에게 인사를 전한다. 아직 치지 못한 거짓말이 많이 남아 있다. 그건 당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거짓말을 치는 동시에 속을 채비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팽팽하게 마주할 것이다.
- 작가의 말 中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2주 동안 책을 가방에 넣었다가, 뺐다가, 식탁에 올려놓았다가, 책상에 올려놓았다가, 다시 가방에 넣었다가. 핸드크림보다 더 자주 손이 갔지만 막상 정독은 하지 못했네요.
책을 읽다가 문득 문득 나의 거짓말, 누군가의 거짓말, 그리고 그때의 분위기가 떠올랐어요.
돌아보니 적당히 솔직하고, 적당히 숨기고, 적당히 거짓말하고, 적당히 속으면서 살아왔네요.
어떤 거짓말에 안도하기도 했고, 그동안의 거짓말이 이해되기도 했고, 

나는 신뢰하는 사람들과 진실을 주고받기도 하고, 거짓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진실을 주고받기도 하고, 거짓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관계가 이뤄지고 유지하는데 중요한 부분은 진실, 거짓이 아닌 ‘이해’인 것 같습니다.


병주

평소에 거짓말에 대해 딱히 생각해본적이 없는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따지자면 거짓말은 안 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무슨 거짓말을 했었나 돌이켜보면 먼저 떠오른 기억들에는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들킬까봐?안절부절 못하고 혹은 거짓말을 들켜서 곤란했거던 기억들이 많네요.?그리고 천천히 생각해보니예의상의 거짓말, 처세의 거짓말, 배려의 거짓말 등 은근 거짓말을 많이 했더군요. 그것들이 거짓말이 아니다라고 느꼈던건 그 정도는 누굴 속인다는 죄책감이 안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책에서 말한 3급은 딸 거 같네요. 아니 그 정도가 좋은거 같아요. 그 이상이 되려면 누군가의 말을 의심하고 여러 상황을 생각하고 걸릴까봐 노심 초사하고 매일이 그렇다는건 싫네요. 지금 내 상황이 딱 그런거 같아요. 누군가가 나를 속일 그런?관계인 사람도 없고 나 또한 굳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그렇게 생각해보니 지금이 참 맘에 드네요.


준민

1)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경우도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은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일정입니다. 언제까지 됩니다. 언제까지 됩니다. 정말로 될 거라고 믿고 있었고 그럴 줄 알았는데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죄송합니다. 

후기를 이렇게 늦은 건 처음입니다. 처음이냐 아니냐는 중요한 게 아니겠지요. 늦은 게 중요하고 '결과적으로' 거짓말을 해버린 게 중요한 것이겠지요. 

2) 타로카드는 정말 재미 삼아 들고 갔는데, 생각해보니 책과 제법 맞는 아이템이었습니다. 

저는 몇 분에게 타로카드를 봐주었습니다. 잘 맞았다고 하는 분, 이상하다고 하는 분, 그 정도는 나도 말할 수 있겠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세 가지 평가 모두 맞을 겁니다.

타로카드를 잘 보려면 1) 창의력 2) 순발력 3) 뻔뻔함이 있어야 합니다. 

카드가 말하는 단어를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해선 창의력이 필요하고, 사람의 반응을 봐가면서 말을 해야하니 순발력이 필요하고, '적어도 그 순간에는' 맞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뻔뻔함이 필요합니다. 

써보니 확실히 거짓말하고 비슷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뭐, 그래도 저는 이왕이면 잘 되라는 마음 & 개그 욕심을 담아서 타로를 봅니다. 어떤 분에게는 개그 욕심을 더한 점괘를 드리기는 했는데, 어쨌든 점괘의 아래에는 잘 되라는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음... 사실 개그 욕심의 거의 전부이긴 했습니다...

3) 안 괜찮으면서 괜찮은 척 하는 건 행동으로 하는 거짓말일 것입니다. 이런게 누적되면, 거짓행동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금세 지쳐버리고 말겠지요. 티도 많이 날 것 같고요. 

뭐랄까, 작품의 마지막 즈음에서 거짓말 잘 하지 않느냐고 말한 엄마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잘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요즈음 이런 저런 거짓행동들, 그러니까 사회 생활을 하면서 해야만 하는 어떤 행동들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대로 못하고 있을 것이며, 그것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이런 글도 쓰고 있는 것이겠죠. 

이왕 할 거라면 잘 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안 되네요. 

뭐, 이번 후기도 그런 결과물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윤정

발제자가 된다는 것은 참 부담스럽고 어려운 일입니다. 
매번 선정된 책을 완독하고 토론에 참석하기에도 바쁜데, 선정된 책을 어러번 읽으며 토론을 이끌어 낼 질문들을 만들어내려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나중에, 여유있을 때, 편할 때 한다는 핑계로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습니다.

독한녀석들의 원칙이라고 할 수 있는 발제자 선정하기, 발제문 만들기는 구성원들에게 책임감과 토론의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 동안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왠지 모를 부담감에 잠을 설치기도 하고, 참석할 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을 생각해보고, 이 사람은 이 책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을 좋아할까. 
등 참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멋진 질문이란 사람들이 즐겁게 답할 수 있고,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편하게 터놓을 수 있는 질문이라는 나름의 결론을 냈습니다.

완성된 발제문이 좋은 질문들로 이뤄졌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토론은 참 즐거웠습니다. 
결국은 제가 왜 이 책을 선정했고, 왜 이런 질문들을 했는지를 토론자들에게 설득하고 이해받는데 열중한 것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에서 '거짓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처음으로 편하게 터놓았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해주고, 재미있어하던 참석자들의 얼굴도 떠오릅니다. 고민했던 시간만큼 보람되고 행복했습니다.  

발제자가 된다는 것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일입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한권의 책에 빠져들수 있고, 함께 할 사람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고,
질문을 만들면서 스스로 사유하는 깊이를 넓힐수도 있습니다. 책을 통해 자신을 좀더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다음에 또 발제자가 될 기회를 갖는다면, 그때는 좀 더 즐겁게 참여할 수 있을것도 같습니다. 물론 그때는 적어도 6월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0년 2월 정기 모임 <사람, 장소, 환대>

2023년 4월 토론: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3년 12월 토론: 사랑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