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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토론: 사랑의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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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배병준 준민 송년회 때 저는 제가 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새 감수성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고 뭐 그럴 만한 자리였으니까. 놀랍게도 안 울었고 대신 눈물이 글썽거리는 순간은 있었습니다. 책 이야기 다하고 뒤풀이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으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멤버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성시경의 킬링 보이스를 틀었고 대충 다 아는 노래다 보니 다들 따라 불렀습니다. 중간 즈음에 "넌 감동이었어"가 나왔고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데 울컥했습니다. 제 스스로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이는 게 느껴져서 아 이러면 큰일 나겠구나 감정 조절.  그래 그랬었지 널 사랑하기에 세상은 나에게 커다란 감동이었어 성시경 <넌 감동이었어> 그래 그랬었지. 이 부분이었어요. 저 말이 어떤 감정에서 나올 수 있는 건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사건들이 예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스럽게 알게 된 이후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 그랬었구나. 별별 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많이 좋아했었구나 사랑했었구나 하는 마음.  독서 모임 10년 했고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의 효능이 대단하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여서 이야기하는 걸 10년을 했으니 그렇지 않은 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물리적으로 다른 거죠.  최근 은유 선생의 강의를 들었는데 재미있는 문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수강생 누군가가 "10년 정도 매일 자기 인생에 관해 글 쓰면 좋은 책을 낼 수 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은유 선생은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그리고 "대신 인생이 변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레시안 기사 <월요일, 출판사 투고가 넘쳐나는 이유는?> 가지 않는 길은 알 수 없는 법이고 어쩌면 독서 모임을 안 한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