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정기모임 - 모멸감


토론 도서

모멸감

발제자

배병준

장소

증미 고양이똥 2
서울특별시 강서구 등촌1동 화곡로68길 136-2

후기


민경

비문학 책은 거의 접해본 적이 없었는데 독서토론 모임을 계기로 이러한 책을 만나게 되서 너무 좋았다.
많은 인용과 사례, 예시가 들어있던 책이라서 소설을 읽는 것과 확실히 읽는 내내 느낌이 달랐다.
이번 토론에서 SNS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SNS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하고 있는지, 하고 있지 않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 하지 않는지 궁금했으나, 많은 사람이 SNS를 하지 않아서 넘어갔던 발제가 아쉬워서 혼자 주절주절 써보렵니다

p.186 "소통에는 정성이 중요하다. 정성이란 몸과 마음이 함께 있는 것이다."

처음 페이스북을 시작했을 당시에 친구들은 친한 친구들뿐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면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이제 막 알게된 사람들 등등. 실제로 만나서 커피 한 잔 마시지도 못 할 정도로 가깝지 않은 사이지만 SNS상에서는 누가봐도 친해보이는 댓글이나 좋아요 표시가 점점 SNS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갔던 것 같다. 정성이 담긴 소통이 그리웠었나 어째든 얼마 지나지 않아 계정을 지웠다.

p. 272 "일찍이 공자는 말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

댓글이나 좋아요와 같은 관심이 아닌 카톡으로 안부를 묻고, 전화 통화로 근황을 듣고 만나서 사소한 얘기를 하며 관심을 주고 받는 편이 이제는 훨씬 편해진 방법이다. 물론 SNS를 할때도 이렇게 친구들을 만나고 지인을 만났지만 SNS를 하지 않으니 나는 늘 그들의 근황을 남들보다 더 많이 물어보고 궁금해 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멸감이라는 제목 때문에 어두운 감정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인가 싶었는데,
의외로 많은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여서 다 읽고 난 뒤에도 좋은 기운이 가득한 것 같다.

p. 258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안전한 관계다."

발제자를 포한한 독서토론을 오래 함께한 분들이 독서토론 모임을 안전한 관계라고 생각한다는 말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좋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이렇게 모여 얘기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현정

평상시에 '모멸감'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사용하던가? 낯설진 않지만 익숙치 않은 단어가 책을 읽고난 이후에는 토론을 하던 그 장소, 느낌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특정 장소에서 처음 들은 노래는 이후에 들을때에도 그 장소를 떠올리게 하는 것 처럼요.
내가 상대방과 대화를 할 때 어떻게 감정을 소비하고 있었는지를 되돌아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좀 더 성숙하게 내 감정을 컨트롤해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을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내 안의 휴식처는 무엇이었는지, 풀어나갔던 것이 아니라 그냥 무뎌지고 잊혀진 것은 아니었는지. 분명한건 한 달에 한 번인 토론모임이 하나의 취미생활로서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ㅎㅎ
이 날 토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범죄정보공개와 TV에서 방영되는 고발내용으로 인해 개개인이 받는 모멸감에 대한 내용입니다. 사실 전자에 더 많은 흥미를 느꼈지만 활발히 논의되진 못해 아쉽습니다. 시민(혹은 소비자)의 알 권리란 어디까지 해당되며 공영방송에서 제공하는 정보의 적당한 범위는 어느정도까지일까요. 정보의 무게는 받아들이는 개개인에 따라 매우 상이하고 어떤 사람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하나의 감정이 어떤 이에겐 매우 무력합니다. 사람의 감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그 무엇에 대해서 아무도 명확히 결론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명확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흥미로운 이유는 나와 생각이 같은 누군가를 발견하고 그와 이야기했을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때문이 아닐까요. 혹은 그 반대의 경우이거나요. 그래서 앞서 말했듯이 나를 이야기 하기 위해 만나는 이 모임이 참 즐겁습니다. '모멸감' 부정적인 단어 중 하나인데 어째 나는 이게 친숙해져버린 듯 합니다.


종찬

기분이라는 파도를 타고.

저는 후기를 매번 발제자에게 보냈다가 다시 받아요. 뭘 첨삭받는 것도 아닌데 매번 그렇습니다. 그런데 받은 후기를 다시 보면 낯설어요. 그래서 다시 씁니다.

그러다보니 저는 후기를 평균 1.7개 정도 씁니다. 진짜 평균은 아니고 그러니까 하나를 쓰기도 하고, 2개도 쓰고, 아주 드물게 3개나 4개도 씁니다. 처음에 보냈던 때와 후기가 모두 모이고 나서의 기부니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같은 글에 대해 여러 가지 버전을 쓰는 건 자주 있는 일이고 그걸 가지고 뭐 다른 걸 썼다고 하느냐고 하실 분도 준민형도 있겠지만, 내용도 청자도 다른 글이라, 아무튼 제 안에서는 다른 글이고 지우지도 않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원래 병준이에게 보냈던 글은 저한테 쓰는 글이었어요. 와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그럴 법도 하죠. 따뜻해진 날씨만큼이나 달뜬, 취한 밤에 끄적거린 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평소와는 다른, 나만 아는 소홀함에 읽는 사람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다시 키보드를 두드립니다. 

어쩌면 모멸감이란 주는 대로 받는 것이 아니라, 받는 대로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기분을 알기 위해서는 관심이 필요하죠. 그런데 관심이란 것도 품이 드는 일. 그러니까 귀찮다는 뜻이 아니고 어쨌든 정력과 시간이 필요한 일이기에 모두에게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관계가 생겨나고, 특별히 뛰어나거나 떨어지지 않지만 그렇다고 평균도 아닌 우리들의 삶이 생겨나는 것이겠죠.

그래서 무슨 말인고 하니, 내후년 쯤에도 또 꽃 피는 날 고양이똥에서 보자. 뭐 그런 뜻이에요.


미정

티비 속 대선 후보들의 토론을 보아도, 뉴스의 사회 부문을  보아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굴욕을 주고 당하는 문화는 너무 당연하다. 높고 낮음을 따질 것 없이.
그래서 이 책이 이야기하고 있는 바도 딱히 조목조목 까볼 것 없이 타당하다. 과장하자면 비판적 사고가 불가능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도 토론이 끝나고나서도
사실 나는 모멸감에 대응하는 게 너무 어렵다. 누군가는 이  모멸스런 사회에서 욱해야 살아남는다고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든다. 모두가 굴욕당하지 않고 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참 다르다는 걸 느낀다. 나는 지식만능주의가 프로그래밍된 사람이었(고 지금도 어느정도 그렇)다. 굴욕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 언제쯤 될 수 있을까.


보영

 최근 자괴감에 허우적거리다가 치유되고 있는 중에 읽어서 다행이라고 할까나…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하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책이었을 것 같기도.. 열등, 동정, 모멸, 무시 등의 단어들이 빈번하게 나오지만 우울감을 주지는 않았고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고 하니까 오히려 편하게 접할 수 있었다. 나온 사례들이 내가 느끼는 것들, 내가 행동하는 것들도 있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타인에게 모멸감을 주지 않았나 아주 조금 생각해봤다.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되 약점이 될지 안될지를 따지면서 말하는 요즘, 자신들의 생각과 말을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장소가 모임이 얼마나 될까? 우리가 서로 안전한 관계로 나아가도록 발제자가 조금 밀어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단,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볼링장 고고... 그때는 영진오빠와 현정이 발목을 잡지 않을 테니… ㅠ.ㅠ 스파르타 학원이 여전히 유지되는 이유를 볼링장에서 알게되었던 하루… -끝-


영진

  날이 좋은 날, 좋은 사람들과 좋은 얘기를 나눠서 정말 좋았습니다. 맑은 날씨와 봄꽃이 토론장소와 참 잘 어울렸어요. 증미까지 멀긴 멀었지만 보람이 있었어요. 
  살면서 모멸감을 느끼지 않고 피해갈 수 있을까요? 물론 모멸감이 부정적 감정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모멸감을 느끼는 기준이 개인마다 다르고 또 개인이 모멸감을 느끼는 기준도 언제나 일정한 것이 아니죠. 이 감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떻게 느끼느냐는 타인이 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아마 본인도 알기 어려울 수 있죠. 그래서 생각하는데 살아가면서 모멸감은 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타인이 내 마음을 안다면 모를까. 
  하지만 모멸감을 100퍼센트 피할 순 없더라도 같이 얼굴 맞대는 사람끼리 노력한다면 분명히 줄일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기분 나쁠 것 같으면 남한테도 하지 마’ 생활하면서 지키기 어렵지만 인식만 하고 있어도 얼굴 붉히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물론 저도 떳떳하지 않지만요.. 노력하겠습니다.
  뒤풀이로 스포츠를 해보긴 처음이었어요. 현정씨가 처음 제안해서 볼링치러 갔는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와서 매우 만족했습니다. 종종 만나서 볼링뿐 아니라 운동 같이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동희

고양이똥을 향하면서
2년전, 낯설고 무더웠던 4월이 생각나
뭉클했습니다.
긴장으로 뻣뻣했던 나는 온데간데 없고
설렘 가득 담아 발걸음을 옮기는
스스로를 보며 헤헤거렸습니다.
그곳의 2층 정원과 꽃나무는 올해도
예전처럼 푸근했고
여러 색이 섞인 우리들은 아름다웠네요.

*단, 책에서 그리고 발제 문에서
deprogramming이란 단어는 참 불편했답니다.


지훈

아마도 1월 이후 3개월 만에 참여한 독서토론이었던 것 같다. 3월 건대입구역 모임때 갔어야 했는데 위기조치라 못가게 되었던지라 증미역이 조금 멀어도 꼭 가야겠다 싶었다. '모멸감' 나도 1년에 한 두번씩은 느낄일이 생기고는 했기 때문에 읽어두면 큰 도움이 될 것도 같았다. 언제나처럼 금요일(모임 전날) 교보문고 e-book으로 저렴하게 구입하여 속독하였다. 교양서였기 때문에 다행히 책은 쉽게 읽혔다. 가장 인상깊었던 내용은 모멸을 당했을 때 가볍게 되받아치기  였다. 위트있게 되받아치면 주위사람들도 기분나쁘지 않게 모멸적인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역전시킬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평소 욱하면 욕과 함께 샤우팅을 해버려서 주위사람들도 당황시키는 나였기에 이 내용을 가슴깊이 세기고 나중에 꼭 한 번 시도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토론을 통해 내가 느꼈던 이런 내용을 공유하고, 독토분들의 의견도 함께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토론 후에는 오랜만에 볼링도 치면서 스트레스 해소까지 된 시간이었다. 다음번 책과 모임도 기대해본다.


병주

마지막 토론의 논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p 259 자신을 아는 것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열린 마음과 가슴으로 듣는 신뢰할 만한 누군가에게 자신의 삶에 대해 말하는 것을 스스로 들으면서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게 된다.

책에서 읽을 때는 어디선가 본듯한 진부한 내용이라고 생각해서 넘겼던 부분이었는데 토론 중에 논제로서 따로 떼어내서 읽으니 참 공감간다. 나는 내 삶을 누군가에게 잘 말하지 못한다.  하지만 위의 신뢰할만한 누군가가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다만 나에게 타인의 시선이 과도하게 프로그래밍 되어서이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평가 받을 내 자신이 막연하게 두려웠다. 이제는 습관적으로 나도 모르게 지금 이 말을 해도 될까? 라는 의문에 묶인다. 그리고 결국 말하지 못한다. 사실 자기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남들은 잘 기억 못 할 한 순간인데 말이다. 토론할 때 더 공감이 갔던 이유는 내가 특히 이런 학술적인 말을 할 때 더 의식을 하기 때문인거 같다. 이건 사회적인것보단 뭔가 트라우마와 같이 개인적인 것이 크기에 조그만한 노력부터 시작해야겠다.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번 독토 땐 더 활발히 참여하길


병준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 가끔 벅찰 때가 있다.
정의가 없는 사회에서 정의를 배우고
예의가 없는 집단에서 예의를 강요당하며
상식이 없는 사람에게 무시당한 하루의 끝이면
애국심이고 민족주의고 나발이고 벗어나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그럴 때마다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까닭은 내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이 땅에 희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요, 그 희망을 현실화시킬 차세대의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토론의 아쉬움이 있다면 그것은 저자 때문도 패널 때문도 아니요 오직 발제자의 삶이 퍽퍽했다 여겨주면 고마울 것 같다.
알코올 한 방울 없이 진솔한 얘기를 들려준 모든 패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그리고 부디,

종찬이 더 이상 우리의 읽씹만을 보고 있지 않게
병주의 눈치가 그놈의 콧대보다 더 높을 수 있게
지훈이 자신의 성실함으로 타인을 설득할 수 있게
영진이 모자에 대한 사랑만큼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민경이 분노의 뜀박질로 감기도 상사도 물리칠 수 있게
보영이 현정이 동희가 이제는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미정이 누군가 이해하건 말건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우리가 안전한 관계의 울타리 안에 좀 더 머물 수 있기를
우리의 꿈도 우리의 사랑도 타인으로 인해 모멸당하지 않기를 그저 기도하고 또 투표할 밖에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0년 2월 정기 모임 <사람, 장소, 환대>

2023년 4월 토론: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3년 12월 토론: 사랑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