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발제자 정재승

후보였던 책 보통의 존재

일시 2016년 6월 25일

미정

사실은 고민에 대한 질문을 보며 내가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속으로 곰곰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스스로 부끄러워진 순간이 있었고,

이걸 토로하자니 뭔가 칭얼대는 아이같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습니다.

고민을 스스럼없이 터놓을 수 있다는 건 어떻게 보면 큰 능력이고, 시원하게 얘기할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는 건 중한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독서토론자들의 이런 능력과 자산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고, 발제문을 독토인 맞춤형으로 짰으면 더 재밌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캠핑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참말로 수고했습니다 ^3^


종찬

소재는 판타지지만, 담겨 있는 이야기는 꽤나 평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은 응당 그렇게 되야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싶을 때가 있는 모양입니다.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편하게 느낀다. 혹은 불편하게 느낀다. 이런 표현을 최근에 들었습니다.

원래 그런 거라는 얘기죠. 그런데 원래 그런 것, 즉 누군가가 어떤 이야기에 불편함을 느끼는 그 자체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는 일도 있는 모양입니다. 결국 누구도 잘못하지는 않았습니다. 사는 법을 계속 배워 나가야겠죠.


준민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베스트셀러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늘 어느정도 팔리긴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팔린 적은 없었습니다.읽기 전에는 도대체 왜 그렇게 많이 팔렸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읽어보니 그 이유를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출판계의 트렌드가 자기 계발에서 힐링으로 넘어 간지는 제법 오래되었습니다. 시대적으로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그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있으며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은 그 지점을 이야기로 잘 풀어냈으니 이 정도로 성공할 수 있었을 겁니다. 

대중이라는 거대한 단위가 아닌 제 자신만 놓고 봐도 그랬습니다. 꽤 호들갑을 떨면서 읽었습니다. 다만, 마냥 좋다고 말하기는 애매합니다. 이건 이야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힐링 서적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입니다. 왠지 이 책을 즐겼다고 말하면 힐링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 일종의 길티 플레져였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에서 나미야 할아버지는 멋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진지하고 고민하는 모습만으로 어떤 위안을 줍니다. 그런 사람이 곁에 있기를 꿈꿉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그렇게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겠지요. 식상한 말이지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비로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도 있는 법입니다.

사람은 크던 적던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이 다른 사람에 영향을 주게 마련입니다. 뭐 그렇다고 그걸 마냥 두려워만 해서는 안 될 겁니다. 무서워하기만 하면 결국 은둔을 할 수 밖에 없겠지요. 사람이란 좋게 말하면 영향력 나쁘게 말하면 폭력성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떤 일에 대해서는 각오를 하고 살아가야 할 겁니다.

자신의 영향력을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말고.


영진

이젠 난지 캠핑장엘 가는 것이 매년 행사처럼 된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가고 재작년에도 가고.. 요즘 20 ~ 30대 청년들, 직장인들이 주말에 책을 읽는 것이 기사화 된 적이 있습니다. 기존부터 있긴 있었지만 점점 그 수가 늘어 이젠 어떤 현상이라 볼 수 있겠다고 기자가 생각해 기사를 썼나봅니다. 그렇담 언젠간 캠핑장에서 청년들이 독서토론을 한다는 기사도 볼 수 있을까요? 글쎄요.. (누군가 사고를 친다면 실리긴 실리겠지만..)
캠핑장에서의 토론은 묘한 해방감과 일탈감을 줍니다. 갇혀있는 실내공기 말고 날공기(?)를 마셔서 그런 것 같습니다. 
캠핑장에서의 토론은 발제자에게 묘한 상황순응성(?)과 허탈감을 줍니다. 같은 이유겠죠.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너의 생각을 들어볼게, 물론 내 생각대로 할 거지만’
  ‘역시 내 생각이랑 같군, 그대로 하면 되겠어’ 또는 ‘그 생각은 나도 해봤는데 아닌 것 같아서 이걸로 했다고’ 정도가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제가 백프로 이렇다는 건 아니고요.

그렇담 입장을 바꿔서

  -친구로부터 고민을 듣는다.
  ‘XX, XXXX XXXX XXXXX... XXXX XXXXX.'
  저의 생각은 싣지 않을게요.. 앞으로 친구의 고민을 들어줄 날이 많거든요. 각자 다르겠죠? 아니, 다 비슷할 것 같은데..

  7월 논제를 뽑으면서 고민상담을 많이 할 텐데..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데 조금은 무섭네요? 왜죠?


병준

쉽다는 건 언제나 좋은 것일까, 어렵다는 건 무조건 나쁜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한참 그런 고민하게 된다. 그의 소설은 언제나 쉽게 읽히지마는 언제나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그래서 ’고향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읽을 도서’라는 설문이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은 삶의 갈림길에서의 선택들에 대해서 동봉하고 있다. 어디 책에 나오는 일들 뿐이랴! 사랑도, 직업도 뭐 하나 쉬운 선택이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더 사소하고 더 다채롭게 선택의 순간들이 들이닥친다. 그 당황스러운 경험들을 통해서 내 나름의 취향도 점차 다듬어진다. 

좋은 사람이 꼭 내가 좋아하는 사람인 것은 아니며
좋은 토론이 꼭 내가 좋아하는 토론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서른 줄에 들어서니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그저 모든 선택과 결과는 철저하게 내 기준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것. 무척이나 외롭고 부담스러운 일이지마는 우리 모두는 각자가 어느 순간이든 좋고 싫고, 옳고 그르고를 판단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회차만큼은 그 판단에서 자유롭고 싶다.


혜리

오랜만에 술술 읽히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추천을 해주던 책이었는대 왜 인기가 많은지 읽어보니  알겠더라구요.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줄 아는 사람이구나하며 읽었습니다. 읽는 내내 나미야 할아버지가 제 고민에도 대답해주는 거 같았습니다. 난지 캠핑장에서 토론도 즐거웠습니다. 날씨도 좋았구요. 앞으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떠올리면 6월의 난지 캠핑장도 같이 떠오르게 되겠지요.


재승

처음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을 읽었을 때에는 책의 물리적 두께에 비해 워낙 쉽게 읽혀졌었기 때문에, 막상 이 책으로 발제를 하려고 하니 걱정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읽어보신 분들은 느끼셨겠지만 책이 가벼운 만큼, 토론으로 다룰만한 내용들을 뽑아내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역시나, 처음 발제 작업을 시작해 rough하게나마 마구잡이로 뽑아낸 질문들은 다소 진부하거나 투박한 것들 투성이었고, 그 중에서 나름 괜찮다싶은 문제들을 최대한 다듬어보려고
노력했지만,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아 미흡한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단지 책의 특성에서 기인한 것 뿐만 아니라, 발제 단계에서 제대로 정제되지 못했던 부분들이 토론으로 이어진 것아 
만족스러운 토론이 되지 못했던 점은 제 자신을 비롯한 참여자 분들에게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년동안 토론을 해오면서 나름대로 많이 배우고 발전했다고 느껴서 처음에는 패기롭게(?) 발제를 자처했으나, 역시나 아직 미생을 벗어나지 못하지 않았나 봅니다.
물론 장소의 특성상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기 어려웠다고 볼 수 도 있겠으나, 책의 내용이나 토론 장소를 떠나, 토론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고, 
다음 발제에는 이번 발제에서 느낀 점들을 보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소 후기가 반성 일색으로 쓰여진 것 같지만 후기는 솔직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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