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한 권, 한 장, 한 곡

매 달 인상깊었던 책 한 권, 앨범 한 장, 노래 한 곡을 소개합니다.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이곳저곳에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 딴 한 번 먹었지만 잊을 수 없는 과자. 타지 생활을 하면서 간절한 고향의 맛. ‘미식견문록에는 음식 이야기가 빼곡합니다. 글 하나하나의 길이는 짧고 개수는 많습니다. 뭐랄까, 맛있는 과자를 옆에 두고 깨작깨작 집어먹으면서 한 편씩 읽어나가면 좋을 책입니다. 과자 하나 먹고 이야기 하나 읽고.

요네하라 마리의 문체는 기본적으로 흥겹지만 어딘가 모르게 냉소적으로 뒤틀어버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묘하게 그 부분에서 유머러스합니다. 개그 코드가 맞는다면 아마 헤어나올 수 없을 겁니다. 어째서 열성 팬이 많은 작가인지 이해가 됩니다.

그나저나 살기 위해 먹는 타입먹기 위해 사는 타입으로 사람을 분류한다라. 어머니에게 물어보니 살기 위해 먹는다고 답하십니다. 요네하라 마리야 당연히 먹기 위해 사는 타입입니다. 저는 어떨까요? 아마도 그 중간 어디에 속하는 대부분의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저에게는 아직까진 먹는 것 보다 듣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Claudio Arrau – Beethoven: Complete Piano Sonatas

이번 달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에 푹 빠져 살았습니다. 그 중에서 칠레의 피아니스트 아라우의 60년대 필립스 전집을 주로 들었습니다.

아라우의 터치는 세심합니다.  건반 소리 하나하나가 꼼꼼하게 들립니다. 덕분에 음과 음의 연결이 부드러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가 달콤하게 들리기까지 합니다. 혹자는 (물론 그런 일이 벌어질 일은 없겠지만) 연인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어야만 한다면 아라우를 고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데 두말할 것 없이 동의합니다.

비록 1월의 음반으로 꼽기는 했지만 1월에 한정될 음반은 아닙니다. 아마도 2016년 한해 질릴 때까지 들을 겁니다. 지금은 16번에 손이 자주 가는데 2016년이 끝날 즈음에는 어떤 곡을 주로 들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Friedrich Gulda – Beethoven: Piano Concerto No. 4

. 또 베토벤입니다. 이번엔 피아노 협주곡입니다. 굴다의 피아노에 슈타인이 지휘하는 빈 필의 협연.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은 5번을 좋아합니다. 호방한 1악장은 언제 들어도 즐겁습니다. 반면에 4번은 즐겨 듣기는 했으나 푹 빠지지는 못했습니다. 굴다의 연주를 듣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굴다의 피아노는 언제 들어도 명료하고 시원시원합니다. 또랑또랑하죠. 빈 필의 연주는 선이 굵습니다. 특히 현이 묵직합니다. 영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게 또 묘하게 어울려서 신기합니다. 빈 필에 눌리지 않고 또렷하게 자신의 소리를 내는 피아노. 그러면서도 어찌 이렇게 부드럽고 낭만적으로 들릴 수 있는지. 하아. 이건 정말 들어봐야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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