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정기모임 후기



선정도서
시를 잊은 그대에게
(후보였던 책 : 없음)

진행 배병준

100자 후기


종찬

1.책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많이 울었습니다. 요즘 눈물이 많아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죠.

2.소설이 상황을 절묘하게 묘사해서 마치 눈앞에 이야기가 펼쳐진 듯 느끼게 한다면, 시는 세세한 부분에 대한 묘사가 없음으로써 오히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의 이야기처럼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은 주인공의 행동을 빌어 이야기하지만 시에는 그런 매개체가 훨씬 희미하고, 희미한만큼 독자가 감정을 이입하는 거죠. 그런데 그 독자는 한명한명 다 다를테니. 시 쓰기가 어렵다는 게 이런 말이구나. 하고 끄덕거리며 납득해 봅니다.

3.병준이는 한 마디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그 한 마디가 있으려고 그 전까지의 모든 말이 한 곳을 향해 달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마음을 울리는 한 마디를 기다리며 읽어내려가는 동안, 마음은 이미 무슨 말인지를 알아채고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 한 마디가 나올 때, 마치 오랜 소원이 이루어진 듯,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4. 시를 주제로 한 발제였으니 한편 쓴다고 해서 그렇게 욕먹을 일은 아니겠죠?


-Sound of Silence-


어둠 속에서 술을 마셨다.

불편할수록 신이 나고

두려울수록 자유로웠다.



불빛 아래선 한사코 내키지 않던 이야기도

어떠랴.



말할 데가 없어

읽을 시가 많았다.



돌아가며 한편 더

시를 읽었다.



그렇게 어둠은

어린 허세도 투정도

조금쯤은 덜 미울

이야깃거리로 변해 간다.



재승

송년파티 준비 때문에 약간은 들뜨고 어수선한 분위기 때문이었을까요, 사실 처음에 토론장소에 도착했을때는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송년파티도 좋지만 토론준비 해오신 발제자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모두들 토론에 진지하게 임하고 놀때는 또 화끈하게 놀아주시는 모습을 보고 역시 멋진 분들이라는 생각(오글)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토론의 하이라이트는 각자 준비해온 시를 낭송하면서 소개할 때였습니다. 예전에 하셨다던 낭독모임을  다시 부활시키는 것도 고려해봄직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간혹 특집으로라도...ㅠ) 여하튼 분위기 넘치는 토론과 각자 열심히 준비해온 음식 덕분에 더할 나위없는... 아차, 결국준민형의 부대찌개를 먹지 못한 건 단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네요ㅠ 다음기회가 있기를 바래봅니다.  발제와 더불어  장소 섭외, 준비와 각종 기획및연출(?)을 바쁘신 와중에도 소화해주신(거기다 설거지까지..ㅠ)  발제자분께 사랑을 가득 담아 인사드립니다.

"즐거운 토론이었습니다^^"



동진

"시시"한 이야기들이 "시"가 될 수 있다는 걸 잊고 살았다
"소소"한 이야기들이 "소설"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잊고 산다
라임을 맞추려고 한 게 아니지 않다
시시하고 소소한게 모여서 내 이야기가 된다.
서른을 너무 거창하게 보지말자
2016년 하반기엔 매마른 나가 아니라. 촉촉하다 못해 축축히 젖은 시처럼 그런 내가 될수 있었으면......


준민

예술가에게 예술은 본질적으로 그 과정만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제작하고 있을 때, 자신의 몸도 마음도 함께 부서지고 변용해가는 과정만이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을 세상에 내놓고 평가를 받는다느니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다느니 하는 것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예술이란 무엇일까요? 이런 저런 곁가지를 다 쳐내면 표현하고 싶었던 원초적인 무언가만 남습니다. 날 때부터 예술가였던 사람은 없습니다. 날고 기는 시인이라고 한들 태어나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엄마에게 밥을 달라는 소리였을 겁니다. 그나마도 제대로 말이 안 나오니 울음을 터트렸겠지요. 어설프고 설 익었지만 그 울음 또한 예술입니다.

예술을 너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그 모든 것이 예술이니. 그렇기에 책을 덮고 시집을 펼치라는 정재찬 교수의 마지막 말은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습니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많은 시를 읽었습니다. 이제 그만 책을 덮고 연필을 들어 시를 쓰기를. 부디 그럴 수 있기를.




동희

나이가 들수록,
자의식에 가득 차 있는 목련으로 기운다는 저자와는 달리
나이가 들어도
떨어지는 찰나에 바람에 실려 너울너울 춘앵무를 추듯 흐드러지는 복사꽃에 정이 가는 나는

언제까지
봄바람에 헤적이는 잔물에
노닐 수 있을런지

허연 하늘을 또는 까만 밤하늘을
아무 생각없이 올려다보며
농의 농담을 
넘실대는 술잔 비워내듯
유연할 그 날이 그 때가
청춘의 마지막인지 시작인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은

순간의 음미를 즐기며
심부름꾼이 아닌 여행자처럼
여유로이 걸어가겠소.


영진

읽을 게 산더미고 스터디모임 나가야하고 문제 풀어야하고 리뷰해야하고 뭐 하고 하고 하고
시를 느낄 여유가 없다. 시는 일상에 쉽게 뭉개진다. 꽃과 같이 연약하다.
읽을 게 산더미고 스터디모임 나가야하고 문제 풀어야하고 리뷰해야하고 뭐 하고 하고 하고
시가 댕긴다. 일상의 압력이 짓누를 때 시가 댕긴다. 섬광과 같이 강력하다.
시는 일상에 의해 쉽게 제쳐지면서도 반면에 간절하게 생각나기도 하는 양면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각자 준비해온 시를 낭독하고 사연을 들려줬던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그리고 서로 준비해온 시의 교집합을 찾는 쏠쏠한 재미도 느꼈습니다. 교집합의 의외로 커서 놀랬다는..

알찬 토론 후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결산까지 장소, 배경음악 등 뭐 하나 아쉬운 것이 없었던 하루였습니다.

더욱 풍성한 병신년 결산을 위해 지화자!


방변

개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2015년의 대미를 장식하기 좋은 책이었다. 이 책에도 좋은 시들이 많았고, 이 책을 계기로 읽게 된 수많은 시들로부터 감동과 위안을 받았다. 모임에서 낭독했던 용혜원의 “관심”이라는 시에서와 같이 말이다. 이처럼 좋은 시들을 접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안 좋은 감정들도 씻겨 나가는듯한 기분이었다.
특히 이 책은 시작부터 사랑을 노래하는 달콤한 시들로 나의 감정을 폭발시켰다. 최근 안 좋게 헤어졌지만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전 여친 그리고 새로운 만남이 되었으면 좋겠는 소위 ‘썸녀’를 생각하면서 교보문고에 있는 사랑을 노래하는 시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었고, 기억에 남기고 싶은 시들은 사진을 찍어 두었으니 말이다. 크리스마스쯤에는 써먹을 수 있길 기대한다.
한편 카페를 대관하고 음식을 정성스레 준비해서 가졌던 독서모임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발로 뛰며 준비하셨을 발제자 분 그리고 이런 자리에 함께 하게 해준 독토 멤버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미정

처음엔 함축적인 글을 읽는 게 익숙지않아서 힘들었다. 함축적인 글을 해석하는 데 이 책이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줘서 좋았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각자가 각자의 처지에 맞게 읽어준 시들이었다. 똑같이 함축적인 글이었겠지만, 개인의 해석이 덧붙여져 시에 귀기울일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책이 종종 페북 2시 감성급의 오글거림을 자랑한 데 있었다. 사실 책을 살 때에는 좀 더 정제된 언어를 읽고싶어서인데 이 책은 이 점을 충족하기엔 부족하지 않았을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연예인의 도덕성 문항 또한 정제되지 않은 질문이어서 잔잔하던 토론 흐름이 흙탕물이 되었다 아주잠시.

이번 토론평이 쌉쌀한 것 같은 이유는 오늘이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월요일을 위한 즐거운 시를 찾으면 좋겠다!


윤정

책이 선정된 이후부터 토론을 하기까지 이토록 '시'라는 장르를 깊이 접하며 생활한 적이 없었다. 그런점에서 책도, 장르도, 토론도 무척 만족스럽다.

독한녀석들의 토론모임에 들어온지 만1년, 그리고 2015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토론에서 한사람씩 시를 읊는 장면은 잊지 못할것 같다.

책을 통해 지식을 넓히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필요하다. 하지만 어쩌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잊고있는 무언가를 기억하고 사유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모임 장소와 발제를 위해 애써준 발제자와 자료를 정리하고 편집한 결산 편집자와 디자이너. 특히 결산 진행을 편집자가 멋지게 해줘서 정말 뜻깊고 즐거웠다. 디자이너의 디자인 기술은 언제나 최고다. 그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편하게 나를 받아준 독한녀석들 모두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병준

살다보면 너무 아쉬워서 눈물이 나는 때가 있다.
한 문제 차이로 원하던 진로를 포기해야 할 때나,
사랑하던 사람에게 더 주지 못하고 떠나보낼 때나,
오랫동안 준비했던 발표를 어이없게 망칠 때와 같은...

나에겐 이번 토론이 그러했다.
고추장이 없이 물 더 넣었다 이도저도 아니게 된 라볶이
괜히 돈 아낀다고 6시부터 했다가 시간에 쫓겨서 반쪽이 되어버린 요리
송년회에 공들이다가 정작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둘려 버린 토론
반나절 출장에도 꾸역꾸역 들고 온 이상야릿한 냄새의 15도짜리 중국술

기회가 주어진다면 처음부터 다시 하고픈 내 반쪽자리 하루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가 없는 까닭은
서로의 시를 읽을 때 느꼈던 적막 속 소름과
14년만에 숨어서 술 마실 때의 그 쫄깃함
누군가에게 시를 선물했다는 뿌듯함을 다시 느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비록 시, 책, 토론, 행사가 모두 반쪽자리였다 하더라도
각자가 나머지 반쪽을 찾는 연말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2020년 2월 정기 모임 <사람, 장소, 환대>

2023년 4월 토론: 아버지의 해방일지

2023년 12월 토론: 사랑의 생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