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한 권, 한 장, 한 곡

매 달 인상깊었던 책 한 권, 앨범 한 장, 노래 한 곡을 소개합니다.


오자와 세이지, 무라카미 하루키 - 오자와 세이지 씨와 음악을 이야기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오자와 세이지와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뭐랄까, 쓰기만 해도 흥미진진하네요. 실제로 무척 재미있습니다. 하루키의 에세이는 묘합니다. 독자가 관심 없거나 재미 없어하는 소재라도 재미있게 읽히거든요. 관심있는 소재라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합니다. 꼭 시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겁니다. 음악 또한 아는 만큼 들릴 겁니다. 세이지와 하루키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저 사람들은 저기까지 음악을 듣는구나 하고 놀라게 됩니다. 어떤 경지에 도달하면 세상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클래식 지휘자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번스타인, 카라얀, 칼 뵘, 클라이버 같은 지난 세기 거장들의 소소한 뒷이야기에 재미를 느낄 겁니다. 특히 번스타인과 카라얀의 차이는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클래식 지휘자에 별 관심이 없다고요? 걱정하지 마시길. 하루키의 에세이는 얼핏 이상해 보이는 소재라도 재미있습니다.




It Bites – The Tall Ships

80년대에 나름 인기있었던 밴드 잇 바이츠(It Bites)의 복귀 앨범인데 애매합니다. 음악적으로 보면 별 연관성이 없거든요. 그보다는 존 벡(John Beck)과 존 미첼(John Mitchell)이 결성했던 프로젝트 그룹 키노(Kino)의 연장선에 가깝습니다. 존 벡의 키보드에 존 미첼의 기타와 목소리가 얹어진, 적당히 듣기 좋은 팝적인 프로그레시브 락 스타일 말입니다. 다만, 기타가 조금 더 앞서서 직선적인 느낌이 강해졌습니다. 원래 잇 바이츠가 네오 프로그레시브 록과 하드 락의 경계에서 얼쩡거렸던 음악을 했던 걸 생각해보면 묘하게 어울리긴 합니다.

프로그레시브 락이 듣는 사람만 듣는 장르가 되어버린 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그나마도 듣던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형국이죠. 애호가 입장에서는 언제 씬이 붕괴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이 정도로 귀에 잘 들어오는 팝 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는 음악이라면, 프로그레시브 락을 듣는 사람들을 조금은 늘릴 수 있지 않을까 괜한 기대를 품어 봅니다. 하기사 이런 멜로디를 ‘대중적’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분히 시대착오적이고 80년대스러운 접근이긴 합니다만.



라붐 – 아로아로

처음에는 제대로 된 그 시절 신스 사운드에 놀랐고 그 다음에는 이들이 신인이 아니라서 놀랐습니다. 두 번째가 더 충격이었습니다. 나름대로 걸 그룹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벌써 데뷔한지 일년이나 지나다니. 알고 보니 걸 그룹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나름 탄탄한 지명도를 확보한 팀이었습니다.

한참을 반복해서 듣다가 떠오른 생각. 나한테는 참 좋은데 다른 사람에게도 좋을까? 요즈음 아이돌 시장은 제 취향으로는 잘 파악이 안 됩니다. 아이돌 음악을 즐기는 주류 계층과 제 자신이 너무 멀어졌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마음에 든 곡은 그저 그런 성적을 고개를 갸우뚱 한 곡은 좋은 성적을 반복합니다. 부디 라붐의 아로아로만큼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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