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발제 정준민 발제문 다운로드 위치 홍대 입구 나의 봄날 후기 종찬 가려웠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책이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감탄했고, 토론도 좋았다. 그런데 하루 지난 오늘은 왠지 먹먹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이 나온지가 언젠데, 책에서 이야기하는 문제는 마치 어제 쓴 것처럼 생생하다. 그렇다고 나 하나만이라도 환대를 실천하며 살아가자고 생각해도 사실 내 욕심에 빠져 허우적대는 게 전부다. 위대하게 일어서서 용감하게 싸우며 살아가자는 위선은 여기 적을 수조차 없고, 지금 쓴 말도 진심인지 모르겠다. 사실 나는 많은 재산이나 특권이 갖고 싶고, 누구에게나 환영받고 싶고, 싫은 상대는 누구든 배척하고 싶고, 그 모든 걸 편하게 하고 싶다. 내가 그러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고 싶지 않다. 그러면 행복할 것 같다. 실은 방금 이 문단부터 무력감에 빠져 토론 같은 건 백날 해봐야 소용없고 난 무기력하고 못난 소시민에 불과하다는 식으로 굉장히 길고 패배감에 젖은 후기를 썼다. 그러다 책에서 줄을 쳤던 문장이 하나 기억났다. 현실적인 (조건부의) 환대는 이 불가능한 환대의 그림자 속에서 일어나며, 이 불가능성과 관계 맺음으로써 스스로를 변형의 가능성 앞에 개방하기 때문이다. -증여와 환대 중 알게된 것, 공감한 것들을 다 실현해야만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이야기라도 계속 반복하고 기억해내는 게, 삶에 파묻혔다가도 문득 이상적일지언정 마음으로부터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그림자를 확인하는 게, 결국은 우리가 변화할 가능성을 열어 주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옳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건 언제든 의미가 있으며, 행동이 항상 우리의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또 간지러운 생각을 해 본다. 병준 ‘사람임은 일종의 자격이며, 타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사람과 인간의 다른 점이다.’p.31 인간에게 언제
발제: 배병준 종찬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었다. 나에게는 책이 재미있었으니 토론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뿐 아니라 발제문에서 제시된 주제들이 좋았다. 부모님, 이데올로기, 그리고 죽음 이렇게 3가지를 다루었던 거 같은데 상당히 사기적이다. 토론이 안되기가 어려운 이야기들이니까. 그렇다고 사회자가 거저먹었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 소재가 나올 만한 책을 고르는 것부터 토론이 격렬해질 수 있는 발제문을 제시하고 잘 정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재료를 골라서 잘 요리했을 때 “이게 맛없으면 이상하지…” 라고 하는 게 요리사에 대한 칭찬인 것처럼, 이 단락도 발제자에 대한 칭찬이다. 그러고 보니 토론에 대한 평가를 재미주의적으로 했다. 요즘의 이데올로기가 재미라는 말이 역설적이게도 상당히 재미있었다. 재미만 있으면 뭘 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에 동의하는 한편, 뭐 하나 재미만 있게 만든다는 게 상당히 어렵다는 생각도 든다. 재미가 있으려면 청자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듣는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시작한 의도가 단순 재미든, 놀라운 철학의 전달이든, 신기한 과학 지식의 학습이든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 곧 즐길만한 것이 많이 나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안에는 싸구려 욕지꺼리나 포르노그래피도 섞여 있을텐데, 그 중에 보물을 찾는 과정도 참 *재미*있을 것 같다. 과거에 독서 토론을 왜 하는지 몇몇 멤버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다. 어떤 사람은 사회적인 경험이라고 했고, 어떤 사람은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책에 대해서 깊게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좋다고 했다. 거기까지 물어봤을 때도 이미 뜬금없이 이런 걸 왜 묻느냐는 듯한 반응이 있었다. 나도 그때는 더 어떤 걸 물어봐야 할 지 몰라서 거기서 끝났던 거 같다. 오늘 다시 오랜만에 후기를 쓰면서 되돌아보니 한발짝 더 나아가서 물어봤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각각의 다음 차원의
발제: 배병준 준민 송년회 때 저는 제가 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새 감수성이 많이 올라오기도 했고 뭐 그럴 만한 자리였으니까. 놀랍게도 안 울었고 대신 눈물이 글썽거리는 순간은 있었습니다. 책 이야기 다하고 뒤풀이로 이런 저런 음식을 먹으면서 음악을 들었습니다. 멤버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으로 성시경의 킬링 보이스를 틀었고 대충 다 아는 노래다 보니 다들 따라 불렀습니다. 중간 즈음에 "넌 감동이었어"가 나왔고 후렴구를 따라 부르는데 울컥했습니다. 제 스스로 목소리에 울음기가 섞이는 게 느껴져서 아 이러면 큰일 나겠구나 감정 조절. 그래 그랬었지 널 사랑하기에 세상은 나에게 커다란 감동이었어 성시경 <넌 감동이었어> 그래 그랬었지. 이 부분이었어요. 저 말이 어떤 감정에서 나올 수 있는 건지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 그 사건들이 예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스럽게 알게 된 이후에 비로소 할 수 있는 말. 그랬었구나. 별별 일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많이 좋아했었구나 사랑했었구나 하는 마음. 독서 모임 10년 했고 저는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독서 모임의 효능이 대단하다 이런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매달 한 권의 책을 읽고 모여서 이야기하는 걸 10년을 했으니 그렇지 않은 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다. 물리적으로 다른 거죠. 최근 은유 선생의 강의를 들었는데 재미있는 문답이 기억에 남습니다. 수강생 누군가가 "10년 정도 매일 자기 인생에 관해 글 쓰면 좋은 책을 낼 수 있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은유 선생은 "아니"라고 답하더군요. 그리고 "대신 인생이 변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프레시안 기사 <월요일, 출판사 투고가 넘쳐나는 이유는?> 가지 않는 길은 알 수 없는 법이고 어쩌면 독서 모임을 안 한 제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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