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 모임 - 발제 배병준

11월 모임은 별도 주제서적이 없이 각자가 읽은 책을 소개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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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

시청역 럭키소호


재승

토론을 정말로 오랜만에 참석했습니다. 코로나로 비대면 토론을 하기 전부터 쉬었으니 약 3년 만에 토론을 했네요.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간을 보냈고, 아직도 지나가는 중이지만 토론을 하면서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습니다. 20대의 저의 많은 부분을 차지 했던 독토를 다시 참석하니, 옛 생각이 나먼서도 여러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여전히 같은 모습이신 분들도 계셨고, 새로 뵙는 분들도 계셔서 반가웠습니다. 토론 자체를 워낙 오랜만에 해서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여전히 매끄러운 진행을 보여주신 발제자님 덕분에 부담없이 참여했습니다. 책에 대한 토론 보다는 아무래도 오랜만에 보는 자리다 보니 각자의 얘기를 많이 했는데, 반가웠습니다.

다들 너무 보고 싶었고, 길고 길었던 겨울이 끝나가는 것 같아 역시 반가웠습니다. 앞으로의 토론도 잘 이어나가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요. 


준민

오랜만에 모임이었습니다. 후기도 오랜만이네요. 오랜만에 후기를 쓰려고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고 하는데 쉽지 않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독서 모임도 한동안 인터넷으로 하기도 했었고, 이제는 다시 오프라인에서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다들 마스크를 썼습니다. 아마 모임에서 다들 마스크를 썼던 건 처음이 아닐까 싶네요. 마스크 하고 모임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편하지는 않죠. 작은 번거로움이 이런 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팔이 불편하다 보니 더 그럴 겁니다.


적고 보니 뻔한 이야기입니다. 이왕 뻔한 말을 더 해보면, 이왕 다시 시작한 거 그래도 좀 오래 모였으면 좋겠다, 라는 무난한 말을 덧붙이겠습니다.


영현

코로나로 많은 관계들이 소원해졌다 다시 회복해가는 지금, 오랜만에 소중한 인연들과 대면으로 독서모임을 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읽었던 책들과 함께 서로의 근황을 들을 수 있었는데, 다들 모임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다양한 책을 찾아 읽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의 상황 또는 업과 관련된 책을 읽는 분, 지적호기심으로 책을 선택해 읽는 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선택해 읽고 있는 모습 속에서 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토론 중 <개인주의자 선언>을 바탕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남을 의식한 경험에 대해 말씀하셨던 분의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도 우리는 사회의 틀과 경계 내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구나를 새삼 느꼈고, 마냥 그것이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본질적인 소속감 또는 집단의 암묵적 규칙 등과의 경계가 모호해 참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각자 본인이 읽은 책과 계기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흥미를 끈 책도 많이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 <초격차> 1권과 2권을 읽었고, 그 결과 당연하다고 생각한 내용도 다른 방면으로 상세히 풀어낼 수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경영자의 시야를 많이 공유받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관심없던 내용인 환경 이슈와 관련된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도 지금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좋은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좋은 책을 읽는게 설레는 일이었다는걸 새삼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내년은 더 많은 책과 모임들과 함께 할 생각에 기대됩니다.


병주

독서모임이 1년 9개월만이라니 다들 정말 오랜만에 뵈어 반가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멈췄던 것이 다시 진행된다는 것이 새삼 느껴집니다.


 저는 1년 9개월의 정확히 반은 취업 준비를 하며 시간을 보냈고 정확히 반은 회사에 들어가서 시간을 보냈네요. 


취업만 하면 고민이 없고 행복할 것 같았는데 올해를 돌이켜보니 그건 아니네요. 정신없이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는데 기억에 남는게 없고 왠지 무기력하네요.


토론 발제문 중에 3가지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저에게 맞는 것 같습니다. 


'위기 상황이나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경우에는 3간 즉 시간 공간 인간 중에서 최소한 하나라도 바꾸어야 합니다. '

-초격차


맥락은 모릅니다만 구성원들도 대략적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다만 같은 상황에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뿐이죠.


무기력증에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리는 출퇴근 시간이 그 중 하나인 것은 확실합니다. 높아지는 금리 때문에 집 구하기를 멈췄었는데 이제 다시 집을 구할 때가 다가온 것 같습니다.


마지막 20대는 익숙한 곳에서 보내지만 30을 맞이하는 내년에는 새로운 공간에서 바뀐 삶이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종찬

이전에 학교 수업에서 책에 대한 요약을 과제로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분량이 많은 소설책이었는데요. 논픽션도 아닌 내용을 요약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과제를 마칠 때쯤에는 그 의도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가 있었는데요. 그 책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어냈는지는 어떤 구절을 중요하게 여기는지에 의해 드러나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요약에 반영되더라구요. 지금도 그때의 과제를 읽으면 그때의 제가 그 책을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였는지가 금방 되살아나곤 합니다.


이번 토론은 자기가 읽은 책에서 함께 이야기해볼만한 부분 하나를 뽑아서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는데요. 준비하면서, 요약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밌었어요. 다른 멤버들이 어떤 관심사를 갖고 살고 있는지를 보는 엿보는 재미도 있었구요. 이런 비슷한 형식을 가끔 진행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 모임에서 만납시다!


영진

오랜만에 시작한 독서토론 모임이 정말 반가웠습니다. 다시 모이지 못하고 모임이 끝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었거든요. 다시 모일 계기를 마련해준 발제자 병준이에게 고맙습니다. 저에겐 이 모임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걸 다시 느낀 자리였고 다시 만나 다들 반가웠어요. 앞으로도 계속 이어가요.


세진

1.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반가웠습니다. 시간이 지나서도 다시 만날 수 있는 관계는 소중하니까요.  '만나야 할 의무(이유)' 없이 자발적으로 만나는 순간부터가 진정한 관계의 시작이라고, 언젠가 토론에서 나왔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1년 8개월만에 만난 모임은 모두에게 꽤나 의미있는 순간이었지 않을까 합니다. 


2. 예전에 '평소에 어떤 책을 읽는지 잘 모르겠다'고 던진 적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책을 매개로 만난 관계지만 정작 서로의 취향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런 방식의 모임을 한번쯤 그려봤었고, 바랐던 입장에서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각자 삶에서 어떤 지점을 고민하는지, 어떤 방법으로 책을 만나는지, 책을 읽고 어떤 방향에서 의미를 찾아내는지 그런 결의 차이를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는 사색적으로, 실용적으로, 또는 탐미적으로 책을 읽는구나. 이 사람은 나랑 비슷한 책을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아예 결이 다르구나. 이 책을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는구나. 책과 사람이 중첩되는 느낌. 책을 통해 각자의 세계를 더 알게 된 것  같습니다. 1년에 한번쯤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3. 기쁘고 반가운 한편 조금 애틋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함께 하는 동안 사라진 언니들이  생각나거든요. 현실적으로 결혼과 출산 후에는 점점 나오는 게 어렵구나 싶고, 나 역시도 있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예감도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러니만큼 더 즐겁게 얘기하고 많은 시간을 나눠야겠습니다. 책과 사람을 나누는 이 시간이 저한테는 꽤나, 많이 소중한 것 같거든요.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병준

개인적으로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일도 없는 주제에 바쁘기만 했습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가며 책을 읽으려 노력했지만, 적성에 안 맞는 경제/경영/자기 계발서를 읽을수록 영혼은 빈곤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럴 때면 독토 생각이 났습니다. 때론 영 취향에 맞지 않은 책을 꾸역꾸역 읽어야 했지만 그것마저 그리웠습니다.

꽤 오랜 시간 쉬었습니다. 일도, 토론도 말이죠. 다시 이전처럼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또 돌아간다고 해도 처음부터 잘할 수야 있나요.

그래서 11월은 손가락질 받더라도 제 손으로 독토에 기름칠하고 싶었습니다.

다들 어떤 책을 읽고 살았는지 무얼 하며 그 시간들을 버텨냈는지 궁금했습니다.


역시나 다들 잘 살고 있더군요.

잠도 좀 자려 하고, 죄책감도 들여다보고, 죽음을 애도하는 방식도 고민해 보고, 자의로 일에 대해 파고들어보기도 하고요.


남 사는 소식도 좋지만, 이번 토론으로 인해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류의 책을 읽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면 발제자로서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어찌나 오랜만이었던지 인증 사진 찍는 것도 누구 하나 기억하지 못했네요.

차츰차츰 기억을 더듬어 나가면 되죠.

그렇게 다시금 시작해 보아요. 일도, 토론도, 사랑도, 건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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