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정기 모임 <먹는 인간>




<먹는 인간>

발제

문혜리

발제문


위치

혜화역 예술가의 집

후기


세진

1. 내년이면 벌써 서른이 된다. 하나씩 마모되기 시작하는 스스로를 느끼면서 올해는 진심으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몸도 마음도. 그러기 위해 절대 내 삶에는 없을 것 같던 두 가지, 운동과 요리를 시작했다. 매일 스쿼트와 러닝을 하고, 외식을 하지 않을 때는 단백질 위주의 저염식 식단을 챙겨먹으려고 하고 있다. 어제도 아보카도 연어덮밥을, 오늘은 단호박에그슬럿과 닭가슴살볶음밥을 만들어 먹었다. 문득 정신차리고 보니 '오늘 뭐 먹지?'를 매일 생각하며 살고 있었다. 정말 먹는 것과 먹는 것 사이에 삶이 있구나. 이렇게 살기 위해 먹는다.

2. '먹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답하고 싶다. 나로 말하자면 '건강하게 살기 위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 먹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나의 먹는 행위는 매슬로우의 피라미드에서 최소한 2단계 이상의 욕구를 충족시킨다. 안전의 욕구(심리적 스트레스를 없애고 싶다), 관계와 인정 욕구(사람들과 어울리고 싶다), 자아실현의 욕구(더 건강하고 좋은 삶을 살고 싶다).우리는 인간의 3대 욕구라고 식욕을 언급하지만, 먹는다는 행위는 그 이상으로 욕구의 외연을 확장한다. 살기 위해 먹는 존재와 먹기 위해 사는 존재는 그리 쉽게 그렇게 분리되지 않는다.

3. 헨미요가 만난 사람들도 그렇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 즐기기 위해서, 저마다의 이유와 방식으로 먹는다. 그리고 놀랍게도 먹는 행위는 모두에게 평등하다. 몰락한 권력자도 먹고, 성폭력의 피해자도 먹고, 가족을 잃어도 먹는다. 먹는 행위로서 삶이 구현된다. 그 삶의 순간들을 충실하게 포착해낸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질감의 책이었다.

4. 토론 때는 책에 대해 불평을 했다. 작가가 자의식과잉이라는 과격한 표현도 썼고. 일본 특유의 쿨한 척 하는 듯한 표현, 배려가 없어 보이는 솔직함은 지금도 썩 취향에 맞지는 않지만,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듣고 조금 거리를 두고 다시 보니 처음처럼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타인에 대한 작가의 따뜻함을 느꼈던 부분들이 조금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뒤풀이 때 준민옹이 말한 것처럼 나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풀어놓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가 없는 편인데, 이렇게 내 취향에 맞는 얘기만 듣고 싶을거라면 책을 읽지 말아야지. 그런 의미에서 독한녀석들은 나 혼자만의 독서에서 오는 편협함을 덜어주고,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파트너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도 같이 재미있게 책 읽고, 떠들고, 먹으러 다니자구요.

+ 후기를 쓰고 나니 배가 고프다. 그래서, 내일은 뭐 먹지?


민규

먹는 것이 자기 삶에서 하나의 대단한 즐거움인 나의 친구는 주기적으로 회, 탕, 혹은 찜 등의 맛난 음식들을 먹어줘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다. 친구는 먹기 위해 부업으로 과외까지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달 식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나에게 참 신기한데 난 누가 나에게 무얼 먹고 싶은지 물었을 때 한번도 어떤 것이 먹고 싶다는 분명한 생각이 떠오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로서는 얼른 배를 채워 이 귀찮은 배고픔에서 벗어나는 것을 원할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음식에 대한 낭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나름의 음식을 선호하며 가끔 무언가가 먹고 싶기도 하다. 다만 그런 욕구가 생기는 주기가 남들보다 훨씬 길고 욕구 자체가 강하지 않으며 욕구의 대상이 구체적인 편이 아닐 뿐이다. 예를 들면 나는 가끔 오늘 저녁으로 일본식 돈까스가 먹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반드시 오늘 저녁일 필요는 없고, 이번 주중 어느 날의 저녁일 필요가 없다. 다음 달의 어느 날이어도 괜찮고 다음 달의 어느날이 아니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어차피 배를 채운 결과는 나에게 똑같을 테니까.

서론이 길었는데 아무튼 음식에 딱히 욕심이 없기에 이번에 선정된 도서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식도락을 즐기는 에세이가 아닐까 싶었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책은 저자가 2년여 동안 세계 곳곳을 떠돌며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멸종 위기 종으로 지정되어 사냥이 금지된 듀공의 고기를 먹겠다고 찾아다니는 꼴이나 자기 나라의 고양이 밥을 만들기 위해 하루 종일 비릿내가 진동하는 공장에서 생선 살을 발라내는 여자에게 무례한 질문을 던지는 못된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더럽고 위험한 곳에서든 그들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하기 위해 위선을 벗어던지고 그 현장으로 뛰어든 용기와 의지는 칭찬할 만 하였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그리고 알지 못한 사실들을 그의 이야기를 통해 듣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나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좋았다. 오랫동안 저널리스트로서의 삶을 살던 저자는 어느 순간부터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받았고 세상 속 사람들과도 마찬가지로 단절되었다고 느꼈다. 그는 그 원인을 그 자신의 세상에 대한 습관적인 관점에서 찾았다. 세계와 직접적이고 유기적인 관계를 맺음으로써 타인을 체험하는 대신 어떤 벽 혹은 막을 사이에 둔 채 자료화나 수치화와 같은 비인간적인 관점으로 상대를 판단하고 해석하려 하기 때문에 우리는 동질감과 안정감을 느끼는 대신 불안하고 답답하고 외롭다는 것이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인간적인 방식의 연결의 부재로 진단하였고 그래서 삶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인 먹는 행위를 통해 사회와 언어와 문화와 환경의 차이에 의해 우리와 전혀 달라 보이는 사람들과 연결되려고 노력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쩌면 먹는 행위가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대단히 높은 수준의 대화보다도 더 근본적이고 쉬운 방법 같았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어떤 사회에 살든,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 굶주림 앞에서 인간은 정확히 동일한 것을 소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누구나 살기 위해 먹는다. 우리가 식사할 때마다 이 근원적인 이유를 떠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어떤 행위보다 먹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되는 이 흔해빠진 행위는 다른 어떤 행위보다 중요한 행위인 것이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곧 그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식사에 초대하는 것, 식사를 제안하는 것, 음식을 선물하는 것, 하물며 작은 간식을 나누는 것에서 우리는 가장 쉽게 타인과의 연결감을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이사람도 나와 똑같이 음식을 먹는 사람이구나.'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 사람이 스스로 먹기 위해, 나와 함께 먹기 위해, 혹은 나에게 나누어 주기 위해 만든 그 음식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의 먹는 행위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배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먹는 행위에 대한 나의 무관심은 어쩌면 나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마 맛집을 찾아다니는 사람은 나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행위를 함께할 누군가를 더 많이 생각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도 타인에게 관심을 더 많이 갖기 시작한다면 먹는 행위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게 될 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반대가 맞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려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준민

취향은 어떻게 형성될까요? 스스로 선택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던 주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일어나기도 합니다. ‘스스로 선택’한다는 말을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어가면 좀 복잡한 논의가 필요하니 일단 넘어가고, 정말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에 의해서 취향이 생성될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아에타족이 인스턴트 커피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 말입니다.

저는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듣고 일정부분 고집이 세긴 하지만 나름 열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코웃음치겠지만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예상하지 못했던 외부 환경에 의해서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고, 어느새 좋아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어느 정도 제 생활의 변화를 주기도 했고요.

독서 모임도 그렇습니다. 어쨌든 매달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이것만큼 큰 생활의 변화도 없겠죠. 대학교에 막 들어갔을 때의 저는 지금의 제가 그런 모임을 하게 될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예견하지 못한 미래가 늘 긍정적이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긍정적이면 좋겠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그렇게 되길 바라는 건 괜찮겠죠. 이제 삶의 터전이 바뀔 진행자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독한녀석들에서 함께 할 (혹은 함께 하고 싶은) 새로운 멤버들에게도 매달 이어질 모임이 좋은 변화로 작용하기를 바랍니다.


동진

1.처음 책표지를 보고 식(食)에 초점을 맞춘책인지 알았는데 좀더 정치적이고 사회비판적인 책이었던것같습니다.재밌게읽었고 다만 위에서 내려다보는 작가의 우월적?시선은 다소 신경쓰인점입니다

2.책 내용과는 상관없지만은  맛집에 환장까진 아니지만 엄청좋아라하는 저지만 여태 정리를 해놓고 맛집을 평가하거나 리스트를 정리해놓고 하진 않는데 좀 정리를 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3.저를 좀 아는 사람은 모두 알다시피 예전에 맛집동아리를 한동안 오래한게 경험이되어 먹는것에 강박 비스무리한게 있었던거 같기도합니다 물론 제가 조아서 그 강박을 즐겼던거 같기도 합니다만;;
저번에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라는책을 보면서도 든생각인데 이번에도 정리된 생각은 맛집을 가서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은 점차 희미해지지만  그 자리를 같이먹은 사람과 좋은 기억들이 희미해진 자리를 채우는 것같습니다
내가 맛을 탐미하고 미식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단지 더맛있는걸 먹음으로 상대적인 맛의차이를 느낀거고, 좀더 본질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더맛있게 먹고 좋은 시간과 경험을 나랑 공유하는 그 과정을 내가 좀더 좋아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뻔하지만 맛있는 음식들을 2020년에도 독토친구들과 많이먹어야겠다??!!!로 이어지네요

4.마지막으로 이제 찐으로 발제자 혜리가 사회에 첫 발을 딛는데  일본에가서도 맛있는 음식과추억을 경험하길 ;;권투를빕니다!!^^


영현

"당신 집에 있는 고양이가 먹는 통조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상해본 적 있나요?"

절대 없다. 고양이는 무슨, 사람이 먹는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조차 상상해본 적 없다.

참 여러 생각이 들게끔 해주는 책이었다. 읽는 내내 너무 많은 시사점이 주어져서 한 순간도 긴장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먹는 인간" 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펴보기 전에 "먹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이라 생각한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인간"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었다. 먹는 행위 하나로 인간의 너무 많은 다양한 요소들을 엮어 설명하고 있는 그런 책이었다. 먹는 행위로 사람과 사회, 역사와 정치를 들여다볼 수 있었으며, 그를 바탕으로 나의 먹는 행위에서 한번 더 들여다보지 못한 지난 순간들이 부끄럽고 아쉽기도 했다.

토론은 겉보기에는 "인간"이 아닌, "먹는"에 초점이 맞춰져 진행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토론을 마치고 후기를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질문들을 표면적 단어만이 아닌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볼 여유가 당시에 있었다면 "인간"에 대해 조금 더 대화를 나눠볼 수 있었을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먹는 행위에 있어 몇 번씩 깐깐한 소비자일때 한번이라도 고마운 공급자를 생각할 수 있길 바란다.


병주

책을 읽고 토론을 하면서 느꼈던 사실은 전 살기 위해 먹는다기 보다는 먹기위해 사는 사람인것 같다는 점입니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에도 맛있는 것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항상 음식이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경우 먹는 행위보다는 메뉴와 맛에 초점을 맞춰왔고 지금의 삶에서 먹는 것은 굉장히 큰 행복인거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작가의 시각이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을 보편적인 특징인 먹다라는 좀 특이한 시선으로 사람들의 삶을보았던 점이 개인적으로는 좋았고  먹다라는 주제가 아니었으면 보지 못했을 많은 부분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 책을 받았을 때는 음식과 미식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질것이라고 생각해서 아 이것으로 토론이 될까?? 라는 개인적인 의문이 들었는데 그것을 깨준 좋은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책이 정말로 맘에 들었고 개인적으로는 마치 허영만 작가의 식객을 읽는듯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선정했던 발제자에게 큰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저도 담에 술이나 음식에 관한 책을 하면 이런 느낌의 책을 선정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뭔가 이제 대학생활이 끝이 보인다고 생각하니 저에게 대학생활을 대표할 수 있는 음식은 무엇일까 생각이 듭니다. 이 대학생활을 하나로 이어줄 수있는 음식이 떠오르지 않느다는 게 좀 아쉽고 막학기에 대학생활을 묶을 수 있는 음식을 찾어 내면 좋을 거 같네요.


선정

요즘은 취업 스터디를 하며 국제, 정치 등 한정된 분야의 지식을 쌓기 위한 책만 읽고 토론해 왔는데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나의 발언에 허점을 찾아 마구 공격하는 스터디원들이 없어서 그랬나 봅니다. 새로운 자리에 가는 것에 부담이 없는 편이지만 그래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책에서 꺼낸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걱정되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다르게 오간 이야기에서 나와 비슷한 점도 발견하고 생각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단단한 독서 내공이 돋보이는 분들이 지적해준 '글쓴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는 토론을 통해 가려웠던 곳을 긁은 듯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입 밖으로 낼 순 없지만, 추상적으로 찝찝했던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발제문 중에 요즘 내 입은 어떠하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식습관을 좋은 음식을 찾아먹으며  스스로를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생각한다는 점은 저를 반성하게 했습니다.  '아무거나 대충 먹자'의 태도가 쌓여 건강하지 않은 몸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질문과  다른 분들의 답변을 통해 나에게 좀 더 정성을 쏟자는 새해 결심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영진

마침 저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로 혀와 위의 상태가 못마땅한 상태였어요. 매일 출근하자마자 ‘점심은 어떤 맛있는 걸 먹을까?’ 고민하면서 하루를 시작하였고, 점심을 먹을 땐 ‘지금 먹고 있는 것보다 더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었을텐데 이게 최선인가?’ 하면서 위 속으로 음식을 집어넣기 바빴던 것 같아요. 항상 혀와 위는 더 맛있는, 더 포만감이 드는 음식에 욕심을 부리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식사를 하고나면 한 끼의 감사함에 행복함을 느끼는 게 아니라 왠지 아쉬운 찝찝함과 배를 채웠다는 느낌이 다수였던 저를 돌아보며 반성합니다.
매우 바쁜 와중에도 풍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게 토론을 진행한 발제자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혜리

오늘도 열심히 먹었다. 정말 정말 다 맛있었다. 뭐든 이제 좀 해볼 만하면 아쉽게 헤어짐이 생기는 것 같다. 호기로이 1월 발제를 한다 했는데 집도 구해야 했고 이것저것 서류 준비 등 할게 많아 지난날의 나에게 짜증도 좀 냈었다. 그래도 언제나 그렇듯 뭐든 해보는 게 좋다. 먹는 인간에 사람 사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듯 나는 여러분들의 먹는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먹는 이야기 속에 각자 자기 자신이 녹아 있는 것 같아 재밌었다. 20대 초반부터 함께한 독서토론에서도 난 참 많이 먹고 새로운 맛을 알아가며 내 세계도 넓어졌다. 분명 나의 한 부분은 독한 녀석들과 함께한 시간들로 채워져있을 것이다. 여수로 내려오는 길에 그래도 하길 잘했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1년에 한 번은 참여하고 싶은데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언제나 그랬듯 잊힐만하면 다시 돌아오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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