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정기 모임 [멋진 신세계]




<멋진 신세계>

발제

배병준

발제문


위치

화곡역 카페 오롯이

후기

재승

책을 읽으면서 영화 이퀼리브리엄을 다시 보았습니다. 덕분에 책에서 그려진 미래사회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책에서 그려진 미래, 즉 현재 사회의 모습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사회는 책에서 그려진 그대로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저자의 상상이 이루어진 부분도 있습니다. 전통적 가족과 종교의 해체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책이 쓰여진 전쟁 후의 사회는 그동안 옳다고 믿어왔던 모든 가치관들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또한 미래를 사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이런 가치관의 혼란과 방향 설정의 숙제는 마찬가지일 갓입니다. 물론 책의 결말대로 끝내 답을 찾지 못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은 개인의 선택 속에서 나름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이구요.

토론은 발제문의 친절한 편집과 발제자분의 수고 덕분에 더할나위없이 풍족했고 만족스러웠습니다.

발제자 병준 형님의 수고에 감사 드리고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첨언은, 우리는 반드시 답을 찾을 것입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현정

자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역사적, 사회적으로 변화하는 터부에 위배되지 않는 한 개인의 의사에 따라 행동하고 말 할 수 있다면 그것을 자유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이러한 시각이라면 책 속에서도 그리고 현실 속에서도 자유를 찾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리고 어찌보면 간단하구요.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자유화에 의해 본인이 결정한 선택을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인 것 같습니다. 제한된 환경 안에서 한 개인이 어느정도 통찰력을 가질 수 있고 고뇌를 하게 될지는 차치하구요. 어찌되었든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니까요. 아니, 제외한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네요. 인간은 환경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주변 요소에 따라 형성되니까요. 1984와 비교하여 토론이 오갔는데 멋진신세계와 1984 모두 완독을 하지 못했던터라 수박겉핥기처럼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에 생각을 무는 혼자만의 공상을 계속해서 반복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건 확실히 알겠어요. 덕분에 토론도 재미있었습니다. 근데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이제 좀 멀미가 나려는 것 같아요. 저는 소마 한 알 먹고 이만 휴식을 취할까합니다.


준민

1. <멋진신세계>를 처음 읽은 건 2011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이 좀 불분명하고 기록이 없어서 검증이 안 되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역시 기억이 좀 불분명하지만, 2010년인가 2011년인가 독서 모임을 했었습니다. 핵심 멤버는 3명이었고 지속적으로 사람을 모아보려고 했지만 1주일에 1권이라는 빡빡한 스케쥴 때문인지 1년을 넘기지 못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꽤 재미있어서 다른 모임이라도 계속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모임을 하나 찾아서 들어갔는데 첫 번째 책이 <멋진신세계>였습니다. 모임은 뭐 그냥 그랬습니다. 모임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그다지 기억나지 않아요. 구체적인 이야기야 당연히 기억이 안 나는 게 당연하지만, 그 때 분위기가 어땠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아마 별로였을 거에요. 두 번째로 나간 후 그만뒀으니까요.


그리고 새로운 모임을 찾다가 KT&G와 YES24가 하는 모임에 지원하게 되었고 그 이후는 아는 분들은 아는 그런 이야기가 됩니다.


2. 그래서 결론은 <멋진신세계>는 한 번 읽어본 작품이라는 건데 이번에 새삼 사람의 기억이 얼마나 불분명한지 느꼈습니다. 신세계의 여성이 원주민 남성을 꼬시는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많이 달랐습니다. 그렇게 해석할 부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닌데 이렇게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으면 좀 문제가 되겠죠.


복잡하고 힘든 순간을 어떻게 해결해주는 소마,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인력 조달 및 계급제도, 그에 따라 변화한 가족의 형태 등등. <멋진신세계>가 그리는 미래의 모습이 아주 신선하다고 이야기하면 거짓말이지만 어떻게 이렇게 상상할 수 있었는지 놀랍긴 합니다. 신선하지 않은 이유도 <멋진신세계>의 탓은 아닙니다. 소마처럼 어느정도 실현된 아이디어도 있고, 유전자 관리와 계급체계는 후대의 많은 작품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만큼 소재들이 설득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3. <멋진신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은 힘들 때 소마를 먹습니다. 소마를 먹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듯이 먹습니다. 어떤 면에선 좀 신기하긴 합니다. 소마를 먹고 나서 해결되는 건 결국 그 순간의 감정이니까요. 그 감정을 유발하게 만들었던 어떤 사실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 사실들은 소마의 약발이 떨어지는 순간 다시금 찾아오게 됩니다.


<멋진신세계>의 세상은 그런 부정적인 감정만 해결하면 큰 고민없이 살아가는 곳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고통을 유발하는 많은 것들도 그 순간의 감정이 지나가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변하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멋진신세계>의 세상이 아니니, 고통도 그 순간이 지나가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고 생각하는 게 조금은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불편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불편하게 만드는 사실을 외면하는 건 좀 다른 문제 같아서 그렇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면 불편한 사실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선명하게 보게 되는 경우는 많은 분들이 한 번 정도는 경험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 토론의 3번 항목, 그러니까 행복의 필요조건에 대해서 물어보는 항목에서 말하고 싶었지만 미처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불편한 감정이 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세상의 불편한 것들에 대해서 그다지 외면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불편한 감정이 들어야 불편한 건지 알겠지만.


종찬

1. 아마도 무성의한 연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아마 이번 토론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관심이 있었다면 책을 완독하는 데 집착하기보다 그 사이사이 행사 진행에 신경을 썼겠죠. 손은 놓았고, 욕은 먹기 싫었습니다. 억지로 책을 읽었습니다. 아마도 6개월씩 끊어서 하자고 했던 말도,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섞여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2. 멋진 신세계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상상합니다. ‘요새 젊은 놈들’ 에게 맡겨 놓은 미래가 얼마나 끔찍할지를 브레이크 없이 그립니다. 작가도 시간이 흘러 인정한 것처럼,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릴 때만 떠올릴 수 있는 극단적이 양분법이 적용된 것들이 많습니다.


한편 작가는 똑똑한 것과는 별개로 자기 생각 안에 갇히기 좋은 타입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남녀 노소가 다 자기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완전히 무시한 것 같은 소설이었습니다. 실제 미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가 제시한 미래상을 마음에 들어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부터가 그 방증입니다. 이미 그런 세상이었다면, 아무도 그런 세상을 갈망하지 않을 테니까요.


빗나간 오래 전의 예상을 들여다보는 건, 혼자 했더라면 재미가 없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토론이 아닌 상황에서 읽었다면 중간에 내려놨을 거에요. 같이 읽었기에 가능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언제나 독토에서 주는 재미죠.


3. 준민형이 준비해준 결산이 참 좋았습니다. 우리는 의외로 책 이야기만 하고 우리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제 얘기를 스스로 잘 못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기회가 생겨서 좋았어요. 단순한 질문들에 잘 대답하지 못하는 걸 보니, 올해도 아마 내가 모르는 사이에 꽤 비겁하게 살았던 모양입니다.


4. 2019년 한해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참 고마웠어요. 다들.


영진

  생각보다 재미있고 술술 읽혔던 작품입니다. 소설의 등장인물을 보았을 때 작가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어요. 꽤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인물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있다면.. 야만인 보호구역의 야만인을 왜 문명화가 덜 된 ‘진짜 야만인’으로 설정하였을까요? 책의 배경은 매우 먼 미래의 이야기인데 문명화가 덜 된 원시인 같은 야만인이라는 설정은 작가가 집필하고 있는 시대 속의 개념이 너무 여과 없이 투여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 멋진 신세계 세계관 속의 야만인은 전쟁으로 황폐화된 인류의 모습일 것이라 생각했거든요, 종교와 사상을 가지고 있고, 미사일 전쟁으로 황폐화된 모습이요.

  굳은 날씨, 급격한 인원변동 등 힘든여건에도 연말 진행을 맡은 발제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와 함께 특별한 아이템으로 연말결산을 진행해준 회장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꾸준한 토론모임이길 바라며 이만 줄일게요.


병주

보통 때라면 후기에 책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을 거 같은데 이번에는 책을 너무 안 읽어가서 쓰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연말모임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어떤 친구들은 나이 먹는다고 연말을 싫어하는데 어느 순간 부터 몇가지 이벤트 때문에 연말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네요. 그 이벤트 중 하나가 독토 연말 이벤트인거 같아요. 매년 너무 재미있었던 것 같고 이번 기말고사 기간 때 너무 정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연말모임 하니까 좀만 더 해보자라면서 뭔가 나름 기대를 주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연말이벤트도 재미있어구요. 다만 책을 다 못 읽어간것은 좀 후회가 되지만 재미있게 보냈던 것 같네요.

천천히 세어봤는데 제가 독서모임 들어온지 3년이나 되었네요. 사실 학교 때문에 바빠서 많이 못나갔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발제 두 번 했네요. 이렇게 돌이켜 생각해보니 뭔가 방학 막판에 바빠졌던 거 같지만 나름 기억할 수 있는 2달이 생긴건 너무 좋은 거 같아요. 게스트를 데려온 것도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뭔가를 소개시키는 것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다만 이 모임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커서인지 걱정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 친구들에게도 선뜻 나서서 소개시켜주고 또 데려온 것 같네요. 어느새  저에게 소중한 모임이 되어버린 것 같네요. 뭔가 내년에도 또 몇 년 후에도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들 1년동안 고생많았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혜리

이번 토론을 통해 이 책을 알게 되어 정말 기뻤다. 책을 잡고 그 자리에 앉아서 거의 다 읽었던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몇십 년 전에 쓰인 책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얼얼함과 과학을 가벼이 여기면 어떤 시대가 도래할지 무서워졌다.


나는 이번 한해 취업 준비를 하면서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세상처럼 나의 직업, 생활 등이 짜여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적이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들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토론에서는 내가 느꼈던 점들과 다르게 그런 세상이 유토피아라는 의견들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세상이 무섭게 느껴졌다.


소마가 있으면 지금보다 덜 슬프고 덜 불행하게 느껴지고 좀 더 즐거운 인생이 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살아본 바로는 슬픔이 있어야 행복도 더 크게 다가오고 잃는 게 있어야 얻을 때 더 큰 만족을 느끼는 게 인생이지 않나 싶다.


2019년 마지막에 평생 함께 갈 좋은 책을 알아서 기쁘고 또 좋은 사람들과 함께여서 행복한 2019년 마지막 토론이었다.


병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잘못에 두고두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오물 속에서 뒹구는 것이 몸을 깨끗이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다.' -올더스 헉슬리


이 글을 쓰면서 문득 야만인 존이 바랐던 진짜 멋진 신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결국 존도 버나드처럼 자신이 소속될 수 있는 사회를 염원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는 보호 구역에서도 이방인이었고, 신세계에서도 끝내 이방인이었다. 존이 레니나에게 좀 더 유연했다면 결론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아마 2540년이 되더라도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는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각자의 유연함을 통해 자신만의 멋진 세계를 만들어야 할게다.


개인적으로 토론에서 가정의 의미는 무엇인지 심도있게 논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동성 간의 결혼이나 공유 공간 등 가정의 형태에 국한된 의견만 모인 것 같아 발제자로서 아쉬웠다. 나에게 가정은 '최초의 소속감'이자 '최대의 소속감'이다. 가정은 나라는 개인에서 확장된 최초의 집단이면서 언제나 최대의 힘이 되어주는 존재이다. 따라서 존과 버나드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이미 '멋진 신세계'에 살고 있는 택이다.


P.S.> 토론을 하면 꼭 후회가 생긴다. 특히 행사를 진행하고 나면 그 후회가 몇 갑절은 커진다. 웃긴 게 매년 후회하면서도 마치 소마를 먹은 양 또 들떠서 새롭게 기획을 했다. 사실 전 해의 후회가 다음 해의 자양분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다르게 살아 보련다. 지금까지 나로 살아온 시간들보다 이제부터 아버지로 살아갈 시간들이 훨씬 중요한 까닭으로.


워드 클라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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