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8월 정기 모임 [용의자의 야간열차]



<용의자의 야간 열차>

발제

이병주

발제문


위치

혜화 열정공장

후기

병준

'출발점과 도착점은 그대로인데, 그 사이의 시간과 공간이 꾸깃꾸깃 구겨졌다. P.31'

 여행과 정체성을 키워드로 한 좋은 토론이었다. 토론을 하면서 책의 가치가 더 빛을 발했다. 기차는 닫힌 공간이면서 한편으로는 열린 공간이며, 내부는 정적이면서도 외부는 동적인 환상적인 소재였다. 그래서 기차와 비행기를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2인칭 서술이나 남녀가 뒤바뀌는 내용 또한 인상적이었고, 위트가 있는 작가의 문체가 너무나 탐이 났다. 토론 내용 중에는 목적지가 하나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일상이 예전만큼 퍽퍽하지 않아서 그런지 일탈에 대한 욕구가 많이 없어졌다. 그 때문인지 사실 가끔 여행이 지겹고, 피곤하고, 따분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일탈이 필요 없는 상황에서 여행은 여행일 수 있을까? 토론 때 언급했던 것처럼, 무엇보다도 자유 의지가 수반되어야 여행은 여행일 수 있다. 여행의 의지가 없다면 지금 내가 어디로 얼마큼 떠나든 그것은 여행이 아니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여행 전에 준비해야 할 것은 환전이나, 짐가방을 꾸리는 일이 아니라 내가 왜 여행을 떠나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하는 것이리라. 자유 의지와 낯섦만 충족된다면 여행이 꼭 놀러가는 것에 국한되지는 않아 보인다. 어디든 떠나야 해서 떠났던 대학 시절 배낭여행들은 '견학'이면서 여행이었고, 호주 워킹홀리데이나 홍콩 교환학생은 내 인생의 '스펙'이면서 그 또한 여행이었다. 김영하는 그의 책에서 '실패한 여행이 성공한 여행'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행의 의지만 있다면 모든 여행은 이미 성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다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 김영하


준형

 일전에 대학에서 소설쓰기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학기 초반에는 여러 소설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후반에는 각자 써온 단편을 비평하는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기에 저 조차도 이해하기 힘든, 정신 질환에 관한 어려운 이야기를 썼습니다. 당연히 반응은 좋지 못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다함께 모여서 책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에 조금은 부담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모임을 통해 그런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밌고, 또 제가 쉽게 해석한 부분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시는 데에서 상당한 재미를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막연하게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지.’ 하는데서 그치고 말던 선험적인 추측이,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실험적 발견으로 전환되는 것에서 오는 기쁨이 가장 컸습니다.

 요새 저는 사회 초년생이라고 부를 만한 나이가 되면서 편안하던 가정이나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많은 사람과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겁이 납니다. 그래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그럴 수도 있지!’ 전략을 견지한다면 또 그리 막막하지는 않을 거라고 스스로 위로해봅니다.


종찬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 가면 감각이 살아나는 걸 느낀다. 더듬이를 세우고 놓친 정보는 없는지, 모르는 규칙은 없는지 찾게 된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서 힌트를 얻어 익숙하지 않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한다. 마치 수상한 사람이 아닌 척 하려는 범인처럼 평범하게 행동하는 거다. 꽤 피곤하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하다.

생각해보니 아는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면 별다른 이유가 없더라도 그 장소에서의 나를 만드는 것 같다. 낯선 사람들을 의식하며 롤플레잉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내가 기억하는 일상 속의 나는 사라진 거 같은 기분이 든다. 꼭 살던 것처럼 살지 않아도 되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 해방감이 든다.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이런 기분을 잘 포착해낸 작품이었다. 익명이 되어서 역과 열차에 앉아 있는 당신들.

전 토론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닿을 수 없는 심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이 기억난다. 다들 서로에게 그 정도가 다를 뿐 타인이라는 이야기. 그렇게 생각하니까 회사 생활이나 토론 모임 같은 일상이 기차 여행처럼 느껴진다. 진짜 나라는 게 있긴 있는건가, 나는 누구인가 하는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나는 뭘 하고 싶은지를 묻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가 하는 질문과 내가 뭘 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구분하지 않고 산 것 같다. 그게 뭐 문젠가 싶기도 하지만, 왠지 뭔가 중요한 걸 잊은 거 같은 기분이 든다.


보영

마냥 책이 얇아 좋았다. 용의자란 단어가 주는 불안감과 야간열차라는 단어의 기대감이 잘 녹아있는 책이었다. 여행에 대한 생각과 경험을 더듬어 보면서 읽으나 간간히  불편함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고, 주인공의 정보가 없었다지만 주인공의 성별을 모두가 다르게 생각했던것은 신기했다. 나는 당연히 왜소한 체격의 남자라고 생각했다. 편견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당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편감에 대한 의문도 해소되었다.
작가가 준 불친절함이 오히려 다양한 이야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혼자 읽었을 때보다 발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눈 후의 책의 느낌은 불편함보다는 친절함이 있었다 생각이 든다. 즐거운 이야기들이었다.   끝.


준민

다와다 요코에 관심이 생긴 건 악스트에 실린 배수아와의 인터뷰를 읽은 후였습니다. 다와다 요코의 몇몇 대답, 배수아가 인용하는 몇몇 구절들이 무척 인상깊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일본어로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썼는데, 각각의 책은 모두 다른 성격과 다른 특징을 갖는 다른 작품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독일어로 쓴 작품도 스무 권이 넘지만 그들 모두 다르다. 그러므로 내 일본어 작품과 독일어 작품을 언어별로 구분짓고 서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 생각에 언어를 정복한다는 것은 불필요하다. 사람은 언어와 모종의 관계를 맺거나, 혹은 맺지 못하는 것 뿐이다.” “모국어는 사람을 만든다. 반면에 사람은 외국어로 뭔가를 만들 수 있다.” 당신의 단편 <귀의 목격자>에 나오는 잊을 수 없는 문장들이다.

이렇게 호감이었던 다와다 요코의 작품을 직접 읽어보니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재미있는 구석도 있었고 피식 웃을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글쎄요. 어쩌면 너무 큰 기대나 높은 평가, 이런 것들은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데 방해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은 대체로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이 많았고 덕분에 토론도 다행히 잘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분이 많았던 건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합니다. 어렵다,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류의 반응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마도 저와는 다르게 <용의자의 야간 열차>와 관계를 맺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조금은 부럽기도 하지만, 모든 것과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는 사실로 위안 삼으려고 합니다.


미정

작가의 생각과 발제자의 질문에 퐁당 빠져 자유롭게 토론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여자였는지 남자였는지부터 여행의 따분함까지 작가의 크고작은 의도와 이야기를 따져본 토론이라 생각합니다.
여행이든 일상이든 조금의 따분함이 있어야 즐겁게 그 이후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용의자의 야간열차처럼 따분함 속에서도 늘 주위 사건은 발생하고 재미있는 꿈과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다음엔 어떤 덜 중요한 일을 할지 생각하고, 따분함을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하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 것 없는 정류장을 돌아 보듯이 그저 말 걸 일 없는 사람들을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구경만 하는 것, 걱정을 쉬게 하는 것을 너무 쉬어서 마음이 늘 조급했던 것은 아닌지 조금 후회가 됩니다.


영현

여행을 썩 좋아하진 않는다.

이게 여행이다, 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을 마주하는 순간, 온전한 비일상을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내게 여행은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든 거기서 거기로 느껴졌다. 다른 지역이든, 다른 나라이든 풍경에 큰 차이가 없었다. 음식은 배달 어플로 집에서도 세계여행이 가능한 시기에 살고 있고, 비행기도 늘 타던 비행기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의 여행,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의미의 여행은 여행이라고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야간열차, 타본 적은 없지만 그냥 밤에 타는 열차겠거니 했다. 많은 교통수단 중 하나이고, 타는 시간대가 달라진다고 해서 흔한 열차가 아주 특별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여행을 가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책이 아니라, 열차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책이었다. 열차 내에서 무언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주인공과 무관한 일을 주인공이 관찰하며 특별한 일인 것처럼 제시하기도 한다.

그 점이 참 재미있었다. 평범한 열차를 평범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그 순간을 관찰하는 주인공의 시선이었다. 일상처럼 지나칠 수 있고, 무시할 수 있는 순간과 장면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며 새롭고 재밌는 포인트를 찾아낸다. 남들에게는 평범한 순간을 새로운 순간으로 만들고, 일상을 비일상처럼 바라본다. 늘 이것저것 하면서도 지루하고 진부했던 나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내가 지루해하던 것들은 정말 똑같은 것, 일상적인 것이었던 게 아니라 내가 자세히 들여다보려는 마음을 닫고 지나쳐서 지루했던 것이 아닐까. 주인공처럼 바라보면 분명 일상에서도 여행을 느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여행을 온전히 느끼게끔 하는 건 여행지의 특별함도, 새로운 음식이나 뷰가 아닌
새로움을 찾아내려고 하는 여행자의 마음이라는걸 알게 해준 책.


민경

병주가 올해 들어 두번째 발제를 하다니..

처음 모임에 들어왔을 때 함께 했던 병주씨가 올해는 두번 발제를 할 만큼 성장했구나!

작년 12월 모임에서 "내년엔 두번 발제해보겠습니다!" 말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던 나와 달리
실제로 올해 두번의 발제를 진행한 병주씨가 대견하고 부럽고 멋있었습니다.


토론으로 돌아가서,

어떤 챕터는 읽으면서 예전에 내가 겪었던 비슷한 경험이 떠오르기도 했고
어떤 챕터는 읽으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야간열차는 타지 않겠다 다짐하기도 했고
어떤 챕터는 읽으면서 낮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거리낌 없이 어울리는 주인공에 대해 놀라기도 했고

기차를 타면 책 읽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정작 책을 읽는 다기 보단
보다가 잠들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는 용도로 책을 읽는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하기도 했다.

책이 얇아서 읽기도 좋았고 책이 얇아서 8월 한달 동안은 책을 읽든 안 읽든 가방에 책을 넣고 다니면서
종종 잠들기 위한 용도로, 멋있어 보이고 싶은 용도로,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자 하는 이유 등
여러 이유로 책을 꺼냈다 넣었다 했었습니다.

과연 내가 이 책을 발제했다면 병주처럼 다양하게
책 내용에 관하여, 저자에 관하여, 주인공에 관하여 그리고 책을 읽고 모인 우리에 관하여
이렇게 다양하게 발제할 수 있었을까.

가장 인상 깊었던 발제는 3번, 당신의 성별에 대한 발제.
열두번째 바퀴에서 당신의 성별이 여자란 것을 알았을 때도 놀랐지만
토론에서 책을 읽는 내내 당신의 성별을 여자로 인지했다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도 놀라웠습니다.
이 질문에서는 사람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다양했고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나의 첫 소설 발제를 돌아보며 (이땐 마치 신상 털기와 같았던 부족함 많았던 발제...)
앞으로 소설 발제를 한다면 이번 병주씨의 발제를 참고해야 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습니다.ㅋ

방학동안 다른 할일도 많았을 텐데 발제까지 하느라 고생한 병주씨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깜짝 선물처럼 찾아온 임신소식을 직접 전하고 싶어서 토론에 참석했습니다.

뒷풀이도 못 가는데 임신 얘기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었는데 발제문 6번,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서
은근 슬쩍 임신 소식을 알렸습니다.
조금 생뚱 맞았을 수도 있는데 축하해 주시고 얘기 잘 들어줘서 감사했습니다.


세진

-당신은 외투 앞섶을 목을 조를 듯이 부여잡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낯선 시간 속으로 던져졌다. 출발점과 도착점은 그대로인데, 그 사이의 시간과 공간이 꾸깃꾸깃 구겨졌다. (p. 31)


-아무도 내릴 필요 없어요. 모두 여기 있으면서 여기 없는 채로 각자 뿔뿔이 흩어져 달려가는 거예요.(p.140)


-여행자는 낯선 존재이며, 그러므로 더 자주, 명백하게 분류되고 기호화된다. 국적, 성별, 피부색, 나이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이 정체성을 대체한다. 즉, 특별한 존재somebody가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개별성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행자는,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노바디 nobody일 뿐이다. (p.155, <여행의 이유> 중)

 <용의자의 야간열차>는 참 기묘했습니다. '당신'이라는 호칭은 마치 책을 읽고 있는 나를 이야기 속으로 호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야기 속 상황을 조망하는 관찰자의 위치에 두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당신'의 이야기는 여행에서 한 번쯤 겪어본 사건을 말하다가도, 현실에 있을 수 없는 듯한 환각으로 둔갑합니다. 실존과 상상의 경계가 어그러지고 시간과 공간이 왜곡됩니다. 그래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동시에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번역의 문제일 수도 있겠으나, 작가의 감성이 요즘의 저와는 잘 안 맞았어요. 잘 모르는 현대미술이나 아방가르드한 전위 예술을 보는 기분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야간열차를 타고 떠나는 무한한 여행의 잔상은 꽤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을 때의 상황이 때로는 그 책을 기억하게 하는 이유가 되는데,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 책을 읽으니 기분이 참 묘했어요. 3주의 긴 여행을 다니며 겪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이 중첩되고, 야간열차처럼 덜컹덜컹 흔들리던 기차에서 읽었던 <여행의 이유>의 구절들도 함께 얽혀 생각났어요. 여행자의 정체성과 미덕에 대해 생각하던 와중에 그에 대한 질문들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도 들었어요. 여행자의 정체성은 '~로 향하는 자'로 규정된다는 발상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통찰이었네요.

늦은 후기를 쓰며 책과 발제문을 다시 뒤적여보니, 이 혼란스러운 책을 헤치며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건져내느라 고생했을 발제자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토론도, 뒷풀이도 참 즐거웠습니다. 고생했어요.


병주

고작 이제 3번쨰인 제가 말하기에는 어색하지만  발제란 것은 참 어려운거 같아요. 저도 한명의 독자인데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는 발제문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야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생각을 한다고 해도 생각해낸 생각까지 이야기를 이끌어주는 문장에 대해 생각하면 정말 골치 아파집니다. 1번째 발제 때는 토론을 하면서도 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토론이 제대로 흘러가는지 흐름 자체를 잡지 못했었던 거 같아요. 발제문을 토론하면서 읽어가는데 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발제문에서는 알 수가 없더라구요. 2번째도 비슷했던 거 같아요. 심연이라니....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집가서 느꼈던 결론은 너무 어려운 주제였던데 문제였어요. 그래서 이번 발제에 있어 목표는 부담없는 주제 부담없는 발제였습니다. 역시 쉽지 않더군요. 앞부분만 읽고 골랐던 책은 뒤로 갈수록 가관이었습니다. 앞부분이 너무 좋았던 이유는 제가 했던 여행들의 현실적인 모습들이 거기 담겨져 있었고 누구나 여행하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했었거든요. 다만 뒷부분으로 가니 앞의 현실은 사라지고 나타난건 환상의 세계니 읽으면서 발제 어쩌지라는 생각만 했던 거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번 토론은 운이 좋았어요. 발제문을 봤을 때 생각했던 것들이 다 담기지 않았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토론에 가니 그런 부분을 넘어서 많은 생각들을 토론에 와주신 분들이 채워주더라구요. 다들 너무 감사했습니다. 역시 토론은 발제, 책도 중요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발제를 하고 첨으로 크게 후회가 되지 않았던 거 같아요. 그렇다고 발제를 더 하고 싶다란 이야기는 아닙니다.  아 그리고 식당도 첨 가보는 곳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여요.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운이 좋은 하루아니었나 싶네요. 그날은 완벽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기억에 남을 좋은 하루가 되었던 거 같아요. 기억하면서 쓰는데 괜히 기분 좋아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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