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정기 모임 <자기경영노트>



<자기경영노트>

발제

정준민

발제문


위치

서울 마포구 독막로 63-1 1 <카페 둔둔>

후기

세진

토론에서 다루지는 못했지만 꼭 이야기하고 싶었던 발제문 9번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자기경영노트>를 관통하는 두 가지 전제, ‘목표달성 능력’과 ‘성과지향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목표달성 능력을 습관화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전제에 동의한다. 다만 목표달성 능력의 존재를 의식하며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의 선택과 집중은 결국 역량의 차이로 귀결될 것이며, 성과를 내야 하는 조직생활, 소위 ‘일하는’ 상황에서는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만들어 낼 것이다.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우리는 ‘목표달성 능력’을 고고하게 외면할 수만은 없다. 사실 늘 공급 부족인 시간에 허덕이다 보면 '어떻게 하면 (짤리지 않을 정도로)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이에 방황하는 나 같은 노동자들에게 피터 드러커가 제시하는 매뉴얼들은 꽤나 착실한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수 있을 것 같다. 소위 ’일 잘하는 능력자‘가 되어 편안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성과를 지향하는 삶’이라는 말에는 거부감이 크게 느껴진다. 성과를 내야하는 조직 속에서의 삶이 있다면, 꼭 무엇으로 증명하지 않아도 가치 있는 삶이 있고 자아가 있다.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순간에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순간조차도 ‘자기계발’과 ‘시간경영’에 집착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자본주의의 충실한 톱니바퀴로 스스로를 검열하면서 시간을 쪼개가며 멀티태스킹을 하는 삶을 24시간 살아야 할 이유를 나는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

 대학원을 다니고 다양한 글을 쓰면서, ‘1개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10개의 글을 읽어야 한다’는 명제를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전에 텍스트를 읽고 논문의 개요를 잡는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길다. 그러나 그 예열시간은 목표달성의 관점에서 보면 진행률 0%의 시간으로 보일 것이다. 어쨌거나 나의 글은 백지 상태이니까. 그리고 ‘이제껏 아무것도 안하고 뭐 했어’라는 타박을 듣겠지. 어떤 일들은 시간의 잣대, 보이는 결과물이 다가 아니라는 항변을 하고 싶다. 사실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많은 것들이 그럴 것이다. 꼭 열심히 살지 않아도, 효율적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나는 더 많이 행복했다.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는 시간, 사랑하는 반려견을 데리고 공원을 거니는 시간, 현실과 전혀 상관없는 방탈출 놀이를 하며 흥분하는 시간, 독서모임을 마치고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깔깔 수다를 떠는 시간. 이런 무용한 시간들이 내 삶을 더 많이 채웠으면 좋겠다. (이런 사람을 자본주의 사회는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이렇게 말하면서도, 시간에 쫓기고 마음이 급해질 때면 피터 드러커의 말들이 또 머릿속에 떠오를 것 같다. 이 후기를 쓰고 또 대학원 페이퍼를 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복잡해서 그렇다(....) 어쨌든 피할 수 없는 효율지향 사회에서, 적절하게 잘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즐겁게 이야기해볼 수 있는 달콤 씁쓸한 시간이었다. 책은 당분간 책꽂이에 꽂아두고 긴급 상황이 닥칠 때 뽑아볼 생각이다.


광민

수많은 자기계발서적과 자기관리에 대한 정보들이 숲을 이루어서 그 속에 어떤 나무들이 자리하고 있는지는 구분하기조차 힘든 때입니다. 심지어 본질적으로는 크게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하지만 피터 드러커를 여타 저자들과, 그리고 그의 서적을 여타의 것들과는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드러커가 제안하는 자기관리에 대한 방법들 중 일부는 이제 와서는 당연시되고 있으며 일부는 구시대적 발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허나 이 방법들이 시류에 편승한 것이 아닌 훨씬 앞선 시대에 등장했으며, 그 방법들은 날카로운 통찰력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지침이 되었고,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다수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격변하는 이 시기의 중심에 있는 우리들이 무엇을 바라보고 어떠한 사유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깊은 성찰의 시간을 맞이하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개인적으로는 책의 내용보다도 피터 드러커라는 학자 자체, 그리고 이 사람은 어떤 질문으로 시작하여 이러한 인사이트를 발견했는지에 대한 생각이 머릿속에 뿌리박히게 된 독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찬양의 뉘앙스가 앞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러한 드러커의 대표적인 자기관리 지침서 <자기경영노트>가 전설 속에 존재하는 현자의 돌마냥 진리를 깨우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는 않습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습관을 바탕으로 목표지향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삶을 영위해 조직에 공헌하는 지식근로자가 되어라” 라는 주제로 그 방법들을 제언한 한 권의 책일 뿐입니다. 다수의 방법들이 제시되어 있지만 토론 중에도 나온 의견처럼 자기관리와 습관은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고, 드러커가 그렇게 강조하는 ‘지식근로자’도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정의가 바뀌듯이, 나름의 판단을 통해 스스로를 옳게 가꾸어나감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드러커의 모든 주장들을 역순으로 놓아 보면 결국 궁극적인 목적은 ‘목표 달성’입니다. 어떤 목표를 설정했는지, 어떠한 과정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그 길은 뻥 뚫린 하이웨이가 될 수도,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지만 ‘나는 가시밭길이 더 편하고 익숙해!’라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과장 섞인 예이지만 그만큼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목표 달성 방법을 알고 선택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식근로자의 시대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설령 드러커가 생각하는 지식근로자는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첫 참석이기에 요동치는 심장소리가 목소리의 떨림으로 전달될까 걱정하며 토론에 임했다기….보다는 너무나도 좋은 분들께서 잘 대해주셔서 즐거운 긴장감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발제자님 준비에서 진행까지 너무 고생 많으셨고 참여하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 올리며 다음 토론에 참석할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병준

'외부에서 일어나는 진정 중요한 사건은 추세가 아니다. 그것은 추세의 변화다.' p.233

후기를 날려먹었다.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속상함은 저번보다 크지 않다. 1시간 가량 쓴 글을 날려먹었더니 그 안에 담았던 생각과 감정들이 모두 따라 날아간 것 같아 오히려 홀가분한 느낌마저 든다. 회사 사정이며 내 요즘 근황이며 그런 자질구레한 말들로 가득했는데 바보같은 컴퓨터 덕에 모두 의미 없이 느껴진다.(저자의 말처럼 컴퓨터는 정말 계산 밖에 할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 강점을 살려야 한다.(=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2.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3.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위와 같이 이번 토론을 통해 깨달았고, 오직 그것만 남기련다.


종찬

대학교 때 재무관리라는 수업을 들었다. 돈의 흐름에 대한 예측을 공유가능한 무언가로 만들어내는 방법이 주제였다. 그렇게 받아들였다. 사실 잘 모른다. 그 수업 시간 내내 자고 기말에는 아예 안 들어갔으니까. 대학생활 최악의 수업으로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때 인생에는 돈 말고도 중요한 게 많은데 너무 모든 사람들이 돈 돈 한다고 욕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얘기다. 제목이 재무 관리였는데 돈 말고 다른 얘기를 하면 그것도 문제거니와, 어떤 사람이 A를 이야기하고 있다고 해서 B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게 아니며, 오히려 B를 지탱하기 위해 A에 집중하는 것일수도 있다.

우리 모두 목표 달성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라는 말이 공감이 안 되서 책이 뻑뻑했다. 지금의 직업 지형에는 맞지 않는 소리일 거 같기도 했다. 무엇보다 날씨 좋은 토요일에 목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목표를 잊고 싶었다.

요즘 생각해보면, 거의 어떤 목표도 처음 계획대로 완수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목표는 항상 수정되었다. 목표는 항상 송구한 주제다.

주말에는 송구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목표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별로 건강하지 않은 대처 방식이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일을 하고 싶은데, 벌써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내 삶의 방식(B)을 지탱하려면 목표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처하는 활동(A)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좋은 토론 준비해준 준민형 고생했고, 예쁜 날씨에 만나서 다들 반가웠어요.


준우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학자로 평가 받은 인물이 쓴 책이라 상당히 기대를 하고 책을 읽었다. 여기서 가장 생소했던 개념 중 하나가 ‘지식 노동자’라는 용어다. 이 용어에 대해 토론 참석자들끼리 여러 의견을 나누었으나 정확하게 어떻다라고 정의를 내리긴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봤을 때, 특정 직업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그 사람 자체의 스타일에 따라 지식 근로자 여부가 판가름 난다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내렸다. 저자는 그 스타일을 목표달성 능력을 지표로 삼고 이를 위한 5가지 능력(시간 관리 방법, 공헌할 목표에 활동 초점을 맞추는 방법,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해결하는 방법, 올바른 순서에 근거한 체 계적 절차에 따른 목표달성을 위한 의사결정법)을 제시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2019년 현재기준으로는 이미 후세의 다른 저자들을 통해서 변형되어 다른 책들을 통해 기 소개된 방법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저자 세대 기준으로는 엄청난 책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될 정도로 체계적으로 잘 설명이 되어있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였던 파트는 ‘강점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분명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조직원 모두가 스타일이 다를 것이다. 스타일에 안맞는 업무나 팀배치는 전체적으로는 조직에게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못하는 것을 억지로 하라고 시키기 보다는 조직원 개개인의 강점을 적절히 고려하여 업무를 맡기고 팀을 묶는 능력이 경영에 있어 중요하다라고 생각해왔던 내게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던 파트였다. 빠르게 읽다보니 놓친 부분도 많았겠지만 전체적으로 잘 정리가 된 느낌을 받았고 몇 번 더 보면 느끼는바가 다를 것 같아 시간이 나면 한번더 완독을 해봐야 겠다. 발제문이 상당히 짜임새있게 양이 많았는데 반정도 밖에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발제하시느라 수고해주신 모임장님과 토론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현정

이번 토론은 장소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몇몇 분들은 토론 진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큰 음악 소리를 제일 먼저 떠올릴 수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저는 그마저도 그날의 분위기에 함께 어우러지듯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합정역에서 내려 마저 읽지 못한 책의 한 단락을 읽으면서 직선의 긴 거리를 걸었던 맑은 날, 아프리카 인테리어에 우주 속으로 가는듯한 몽환적인 음악, 그리고 토론 내내 쨍하게 비추던 햇빛까지. 바빠서 자주 참석 못하는 토론이지만 시간 내어 참석하면 너무나 즐거운 기억으로 남으니, 이걸 어찌 안할 수가 있겠어요? 경영 도서 읽고 감성 터지는 후기를 작성하고 있네요.

 저는 이번에 피터 드러커를 처음 알았습니다. 이쪽 분야는 정말 생소하고 평소 접해볼 일이 없었거든요. 책을 어느 정도 읽을 때까지 책의 출판 년도를 모르고 읽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혀 이질감이 없어서 추후에 소름이 돋았죠. 시간을 기록하고 분석하라는 내용은 이미 익숙하게 들어본 말 같으면서도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개인 비서가 없는 저로서는 객관적으로 제가 할애하는 시간을 기록하는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중요한 것은 저는 꽤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카톡 등의 일명 ‘딴짓’을 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많아서 의외였습니다. 나름대로 월급 루팡의 발 끝에 닿는 것 같아서 뿌듯하면서도 반대로 ‘시간을 기록해야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죠. 어떻게 보면 이 책에서 바라보는 독자는 대상층이 분명한 것 같아요. 그 점이 독서를 하면서 느꼈던 약간의 이질감의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러커 선생님, 저에게 시간 기록은 비효율적인 것 같아요. 역시 멀티가 안 되는 저로서는 동시에 무엇인가를 하기엔 역부족인가 봅니다.

 근무 연차가 쌓이면서 어느 정도 일을 할 줄 아는 직급이 되면 회사 운영체계, 규정, 상사 등 업무 전반에 대해 까다로워지는 게 있는 것 같아요. 뭐 슬럼프가 왔다고 할 수도 있고요. 요즘 제가 그 상태인데요. 책을 읽으며 ‘모든 근무자는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겠구나.’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면서도 현 업무체제에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고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드는데 이 책이 어느 정도 일조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군에서 일을 하고 있는 토론자들의 이야기도 매우 흥미로웠어요.

 언제나 그렇듯이 책을 읽고 손해 보는 일은 없는 것 같아요. 아니, 정말 드문 것 같습니다. 이번 책 또한 저에겐 좋은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 책은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식근로자에게 선물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토론 참여했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준민오빠가 선정한 책과 진행했던 토론 중 만족스럽지 않았던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준민빠 짱!

그리고 마지막으로 후기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_ㅠ

동진

이번 후기는 쓰기전에 먼저 나의 변(?)을 선언하고 시작하는 바이다. 토론이 끝나고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내가 시간을 낭비하고 또 낭비하는 것은 사실 방법론의 문제보다는 나의 마음가짐,의지력의 문제가 9할이다는 것.

드러커 옹의 명성은 익히 알았지만 나 자체가 경영학이나 자기계발서에 눈길을 안줘서인지 한번도 접해보지 못했다.책은 생각보다 잘 읽혔고 가끔 엉성한 번역이 있었지만,딱히 사실 더 새롭고 한 내용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드러커옹이 책이 쓴 시대를 감안해본다면 컴퓨터 빼고는 사실 지금도 충분히 통용될 내용이다. 토론도 생각보다 많은 내용과 애기들이 나와서 좋았고 상대방의 강점을 애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나저나 나한테는 목표달성을 이야기하기전에  공헌할 목표(최소한의 중장기 목표)가 좀 희미해진 상황에서 갈팡질팡한 상황에서 벗어나는게 급선무겠다. 어어어...하고 또 봄이 가버리기전에

준민

이번 토론은 급하게 준비했습니다. 작년에 워낙 인상적이었고 두 번이나 읽었기 때문에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느긋하게 있다가 모임 전주에 진행하기 위해 러프 정도만 만들면 충분할거라 생각했죠.

당연하지만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모임 전주에 러프 완성? 하이고 책도 다시 안 읽은 상태였습니다. 몸이 무겁고 귀찮아서 뭘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에 잠 잘 때쯤 되니까 아이고 큰일났다 싶었습니다.

남은 5일 동안 부랴부랴 준비했습니다. 매일 칼퇴를 했고 집에 들어가기 전에 카페에서 논제를 준비했습니다. 진행과정은 이랬습니다.

월요일: 5장까지 다시 읽음. 모임 장소 리서치 진행
화요일: 재 완독 및 중요 내용 정리. 모임 장소 예약
수요일: 중요 내용 기반으로 간단하게 질문 러프 만들기
목요일: 질문 러프 기반으로 1차 논제 완성하기. 목표치는 수정하지 않아도 어쨌든 진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금요일: 1차 완성 논제 공개 및 저녁에 2차 논제 수정

어쨌든 할 수 있었습니다. 해보니까 퇴근 후에 2~3시간 정도는 모임을 준비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모임 준비한다고 회사 일도 엄청 집중해서 하고. 시간을 내기 위해서 시간을 압축해서 쓰는 게 무엇인지 오랜만에 느꼈어요. 앞으로도 퇴근 후의 시간 활용을 잘할 수 있겠다, 하는 나름의 레퍼런스를 가지게 된 것도 기쁩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진행 때는 다소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 때는 이만하면 괜찮지 싶었는데 돌아보니까 역시 아쉽기는 하네요.

1. 업무 시간을 측정에 대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게 나았습니다. 결과론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그렇습니다. 만약 하고 싶었다면 한 달 전에는 공지를 했어야 했습니다. 측정하는 방식도 정교하게 설계해서요. 업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건 책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고 이래저래 의미 있는 주제라고 생각하지만, 어설프게 하는 건 좀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제대로 하고 싶다면 비서든 프로그램이든 어쨌든 기록된 수치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걸 모두가 같이 보면서 이야기를 하는 거죠.

이런 건 독서 토론 보다는 시간 사용에 대한 워크샵에 더 가까운 형태가 될 겁니다. 나중에 돈 내고 하시기를.

2. 미래 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초반에 있던 논제는 책에서 나오는 불명확한 개념을 잡거나 과거의 일을 다뤘습니다. 불명확한 개념을 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상태에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게 오판이었고 어느 정도는 자포자기에 가깝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거의 목표 달성에 대한 이야기는 시간 관리와 같습니다. 그 순간에 피드백을 해서 어디에 기록하지 않는 이상 지금 돌아보는 건 (상대적으로) 더욱 왜곡되기 쉽습니다.

시간 관리 및 목표 달성에 대해서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 그걸 하기 위해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거냐, 이 논제 하나로 퉁치는 게 나았을 겁니다. 이야기도 더 잘 되어 있을 거고 모임이 끝난 후에도 무언가 남길 수 있었을 테니.

3. 모임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병준은 논제 다 못해서 진행자가 아쉽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뭐 그 순간에는 아쉽진 않았습니다. 애초에 다 할 생각으로 만든 것들이 아니니까요. 할 수 있는 것만 하되 책에서 다뤄야 할 것들을 전부 준비는 해가자 이런 마인드였습니다. 돌아보니까 좀 아쉬운 거죠.

모임은 일반적으로 3시간 진행을 하지만 쉬는 시간 및 다음 달 도서 선정을 빼면 2시간 30분 정도를 잡아야 합니다. 여기서 30분은 책 읽은 소감과 모임 소감을 말해야 하니 제외. 최종적으로 2시간 분량의 논제만 준비하면 됩니다. 한 논제당 30분을 잡으면 4개, 20분을 잡으면 6개가 됩니다. 대충 이 정도만 준비하면 됩니다.

애초에 다할 생각이 없긴 했지만 어떤 질문을 다루는 게 더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았다면 어땠을까 싶긴 하네요.

4. 이건 아마도 공헌의 문제입니다. 내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가? 공헌이라는 단어가 좀 멀리 느껴진다면 목표라고 생각해봅시다. 저는 모임을 준비할 때 ‘논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어쨌든 그걸 만들어야 모임을 할 수 있고 만들기만 하면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논제는 논제고 모임은 모임인데. 신경을 더 써야지요.

다음에 또 진행할 기회가 된다면 위의 네 가지를 좀 고려해서 해볼까 합니다. 뭐, 이제 제가 진행할 타이밍이 또 올까 싶긴 합니다만… 이제 독토에서 실무는 그만두고 관리만 하고 싶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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