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정기모임 - 라틴어 수업

토론 도서

라틴어 수업

발제자

김미정

장소

광명사거리 인근 러브하우스



후기

종찬

1. 라틴어 수업

라틴어 수업을 읽던 기간의 일기에 이런 구절이 있더군요.

왜 공부하는가

라는 질문에 자연스레
어떻게 계속 공부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일은
슬퍼할 만한 일일까
반성할 만한 일일까

토론에서 숱하게 얘기했듯, 책에 새롭고 놀라운 진리가 숨어있지는 않습니다. 좋게 말하면 오래되고 담백한 이야기, 나쁘게 말하면 올드하고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 좋은 이야기들을 우리가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라, 매순간 진리를 산책하며 감수성 예민하게 감동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거죠. 책 덮으면서 잊고, 출근길에 잊고. 매순간 허겁지겁 살다 보니 그런 겁니다.

책을 까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이런 책이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하는 이야기에요.

그렇게 잊은 채 비교하고, 싸우고, 상처주고, 상처입고 그러다가 사는 게 왜 이러나 싶을 때, 이런 책이, 이런 이야기가 표지와 말투만 바꾼 채로 여기저기 숨어 있으면 그걸 가져다가 내가 필요한 메세지만 빨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그럭저럭 살아오고 있는 거 같아요.

다만 이번에는 그 말투나 컨텐츠의 방향이 조금은 내 상황과 맞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토론은 좋았습니다. 틀 이야기. 재밌었어요.

2. 결산

TV가 커서 그런지 형이 인싸템을 공수해서 그랬는지 음식이 맛있어서 그랬는지 술이 맛있어서 그랬는지 이벤트가 훌륭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역대급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좋았어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을 기준으로 2018년이 100시간도 안 남았네요. 개인적으로는 특히 처음으로 100일 가까이 빠져 보고서, 독서 토론이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 실감하게 되는 한 해였습니다. 고마운 녀석들이에요. 정말이지.

그러니까 내년에도 꼭 열두 번, 토요일 오후에 만나요.

p.s.
이 글이 올라가면 내년이 올해가 되고 올해가 작년이 되겠네요.
그러니까 올해라고 쓸 걸 그랬어요. 라틴어 수업 후긴데 말이에요.


준민

올해 연말 모임은 역대급이었습니다. 연말이야 늘 즐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모임을 통틀어서 이번 만한 순간이 있었나 싶습니다.

토론도 토론이지만 이런 저런 연말 이벤트 덕분이었습니다. 토론은 그냥 저냥 늘 그래왔던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이 여름/연말 이벤트 때는 정작 토론에 집중이 잘 안 되는데 이번에는 안 그랬다는 말씀을 하셨고, 그 말을 들어보니 또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해낸 점에 의미를 두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토론보다 이런 저런 이벤트가 좋았습니다. 샐러드, 보쌈, 회 모두 맛있었습니다. 이야기도 풍성했어요. 올 한 해 결산 잘했고, 라틴어 건배사도 하나씩 읊어보고, 선물 증정식도 하고. 시간을 참 알뜰하게 쓰면서 모두들 발언권을 고르게 가져갔다는 점에서 역대 통틀어 가장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베스트는 라틴어 축배사였어요. 준비해 오라고 할 때는, 하아 아니 왜 이런 걸 굳이,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해보니 좋네요. 허세라고 해도 뭔가 있어 보이는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다들 좋은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요.

저는 “occursum et dilige”라는 말을 했고 의미는 “만나고 사랑하자”입니다. 상태에 따라 어휘가 바뀌니까 아마 높은 확률로 잘못된 문장일 겁니다. 그럼에도 축배사를 해보기 위해서 이래저래 검색도 해보고 말을 맞춰보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실제로 말해보니 더 의미가 있었고요. 정말 다들 이런 저런 사건을 많이 만나고 그 순간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올 한 해는 참 다사다난했습니다. 제 자신도 그랬고 독한녀석들도 그랬습니다. 특히 6월 모임은 꽤 산만해서 모임의 미래를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이번 모임이 그런 고민을 덜어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미래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내년에도 분명 휘청하는 순간이 찾아올 겁니다. 그 순간에는 분명 기분도 좀 상하고 미래를 걱정하겠지만, 그래도 작년 12월에 재미있었으니 괜찮을 거야 하고 버틸 힘 정도는 얻은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마냥 긍정적으로 생각’만’하지는 말고 진행 배분이나 도서 선정, 신입 모집 등등 이것저것 챙길 부분은 챙겨야 하겠죠.

올 한 해 다들 고생 많았어요. 내년에 또 재미있게 지내요.


동진

토론장소가 매우 좋았다. 병준과 미정부부의 노고를 치하하며...
약 2년 전에  2016년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약 3주간 여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라틴어를 접해봤을 때 뭔가 고급스럽다는 느낌을 받고 그냥 잊고 있었던 그 라틴어를 이번 기회에 책으로 다시 접하게 돼서 새로운 느낌이었다. 사실 이 책은 라틴어를 통한 탈무드 같은 or 준민형이 애기한 것처럼 명심보감 같은 그런 느낌의 책이다. 솔직히 책에서 감명깊게 본 부분은 내겐 딱히 없었지만, 내가 건배사에서 했던 그 생각 하나를 건져가고자 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나의 슬픔만 지나가는게 아니라  좋고 행복했던 지금도 곧 지나갈 것이니 이것 또한 감사하고 행복해하며 기억을 해야겠다.


민경

2018년을 마무리하며 그리고 2019년을 바라보고 있는 시기에
한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날을 준비할 수 있도록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책의 많은 내용 중에서도 가장 와닿았던 내용입니다

“곁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충분히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자주 물어보아야 합니다.

나는 매일매일 충분히 사랑하며 살고 있는가?
나는 남은 생 동안 간절하게 무엇을 하고 싶은가?”

-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중에서

매순간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중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책을 읽으면서 내년에도 지금처럼, 할 수 있다면 좀 더 표현하고 마음을 전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저를 완벽하게 사랑해주는 그분께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신혼부부의 집초대, 집들이, 음식 등등 준비, 진행, 정리까지 어느것 하나 쉬운게 없었을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육이랑 샐러드, 정말 너무 맛있었습니다!)
발제자님 및 모임 준비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덕분에 즐거운 연말 모임이었습니다.


병준

'어쩌면 삶이란 자기 자신의 자아실현만을 위해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준비 속에서 좀 더 완성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p.122'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를 치르고나니 어른이 되었다기 보다는 지난 날 참 철없었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이불킥도 여러차례 했구요.
무엇보다 너무 나만 알고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네요. 물론 태생부터 이기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삶을 살아가는 데는 타인의 도움이 참 많이도 필요하고, 또 그 모든 것들은 내가 갚아야 할 빚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말 모임을 준비하면서 조금은 마음의 빚을 덜어낸 것 같아 한결 가볍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숱하게 건배사를 했지만 "Que sera, sera"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와 외쳐본 적은 없는 거 같네요. 내년에는 정말 될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마음을 비우고 살아볼게요. 저 뿐만 아니라 다들 본인의 건배사를 외칠 때 눈이 초롱초롱한 모습이 무척 보람되었습니다. 당황스러운 요구사항인데도 불구하고 다들 멋있게 준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식에서 내뱉었던 말 중에, 특별한 날 뿐만 아니라 평범한 시간까지 늘 함께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평범한 시간도 사소한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로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늘 깨어있고, 준비하고 있어야겠지요. 우리 모임이 조금 더 특별해지기 위해 다들 조금씩만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바로 이번 토론처럼 말이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Do ut Des.


보영

Sivales bene, valeo.
라틴어를 접해 볼 수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라틴어가 어렵지만 적힌 그대로 발음되는 매력적인 언어라 생각했으나 그냥 어렵기만 한 언어였습니다. 그러나 직접 강의를 들었다면 또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학생시절에 마음에 와닿는 인생강의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제라도 인생강의 하나 찾아봐야할 것 같습니다.
20대 학생시절에 들었다면 지금 같은 생각과는 달랐겠지만요. 라틴어 건배사도 재밌었고, 라틴어는 흥미로웠지만 딱 여기까지인걸로 만족하렵니다.
12월 결산은 장소가 좋았던 것인지 몰입도 잘되었고 자기반성을 하게되기도 했습니다.
한 해동안 고생들하셨습니다. 내년에 또 만나요~


병주

개인적으로 일년이 참 빨리간 것 같네요. 공익도 끝났고 복학도 했고 어느새 학기도 끝났네요. 개인적으로 참 다사다난했던거 같아요. 어제 아무것도 안하면서 이번학기를 돌이켜보니 복학하고 나서  마음이 각박해졌던거 같아요. 무언가를 뚜렷이 하는 것은 없는데 계속 바쁘고 자취하면서 여행 경비 모으려니 돈이 부족하고 그러니 학교 사람들에게 계산적으로 다가갔나봐요. '기대'가 적은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고 그럴 필요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가갔네요. 생각해보니 그 친구들에게 받은 것은 많은데 내 것을 주긴 또 싫었어서 배푼 것은 없네요. 결론적으로 보면 좀 엉망이었어요.  한 학기 다니면서 얼굴이 익숙해지고 안다고 말할 사람들은 좀 생겼는데 막상 연락하게 될거 같은 사람은 없네요. 담학기부터는 받은 만큼은 되돌려줄 수 있는 상호주의의 기본적인 것 부터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게다가 좀 더 나아가서 가진 것이 많아 남들에게 배풀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올해도 이렇게 지나갔네요. 독토 여러분들 올해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세요.


영진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기억에 남는 명강의 라는 것을 주제로 토론했을 때 인 것 같다. 나는 대학생활을 하며 기억에 뚜렷이 남는 명강의가 있다. 철학수업인데 교수님의 아우라와 수업 내용이 정말 나를 빨아드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흡입력이 좋았다. 더불어 교수님과의 관계도 가까워 여러 고민을 상담하기도 했었다. 졸업 후 몇 년이 지나서 지하철역에서 만났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아직도 그때 그 감정이 선하다. 아무래도 올해 안에 한 번 연락드리고 만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멘토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시대에 있는 것 같다. 토론 때 ‘대학생활을 보내며 멘토로 생각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 아닐까?’ 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좀더 엄밀했어야 했다. 그저 멘토라는 말이 편해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 멘토 남용이다. 학교 다니며 존경하고 닮고 싶고 고민 상담을 할 만한 선생님이 없는 것은 불행이다. 라고 말하고 싶었다. 멘토의 범위에 대해 저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까지만 쓴다.

연말 결산은 정말 뿌듯한 시간이다. 한 해의 독서농사(?)와 추억농사(?)의 수확물을 확인하는 자리여서 그런 것 같다. 해마다 발전해가는 연말결산의 자료와 진행들. 내년도 당연히 기대한다. 

집으로 초대해준 두 부부에게 정말 고맙다. 아늑한 장소와 맛있고 푸짐한 음식을 준비하느라 들인 노력이 정말 뜻 깊었다.


미정

<라틴어 수업>을 발제도서 후보로 선정하기 얼마 전, 질문을 받았습니다.

“당신에게 대학 때 기억에 남는 강의가 있나요?”

저는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강의, 명강의, 인생의 강의가 나에게는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대학생활을 그렇게 열심히도 그렇게 소홀하게도 하지 않은 제게 대학 강의는 교육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니, 지금의 내가 생각하고, 내가 꿈꾸었고, 내가 하는 일들에 업무기술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강의, 수업의 순간적 단면이 남은 강의는 있었습니다. <라틴어 수업>을 통해 내가 대학 강의 혹은 다른 강연을 통해 뽑아낼 수 있었던 의미를 한 번 되새기고 싶었습니다.

모두 말씀해주셨듯, 이 책이 새로운 이야기나 흥미로워 계속 눈이 갈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도서가 가볍고 (많은 독자들에게 인생의 책으로 회자되는데 여러분들에게는 아닌 점을 포함해서) 특별하지 않아 저도 아쉽습니다.

그래도 이 속에서도 의미 있는 배움의 순간들이나 틀을 만들었던 과정을 가끔 되새겨봤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인생이 지금은 피폐할지라도 그런 즐거운 순간이 있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그래도 가끔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발제로 먼 곳까지 와주셔서, 그리고 생각보다 더 적극적으로 즐겨 제게도 즐거운 연말을 만들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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