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정기모임 - 어떻게 살 것인가

토론 도서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발제자

조동진

장소

사당 와우카페


후기

종찬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을 떠나 있다가, 지난달 이맘 때쯤 돌아왔습니다. 돌아왔지만, 여전히 돌아온 기분이 아닙니다. 그동안 전 사는 곳이 바뀌었고, 지난 10년간 2분만에 갈 수 있었던 할머니 댁이 2시간 넘게 걸리게 되었습니다. 오랜 친구는 이제 유부남이 됩니다. 그 밖에도 자잘한 변화들이 많았고, 저는 항상 그 변화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금도 그래요. 다시는 지난 여름 이전의 저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 기본은 ‘쓸모 있는 사람’이다. 사람이 밥만 먹고 살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떻게 하든 밥을 먹기는 먹어야 한다. 밥을 먹으려면 어디엔가 쓸모가 있는 기능을 가져야 한다. 분업 사회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스스로 밥벌이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계를 타인의 자비심에 의존하면 존엄한 삶을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3장,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중에서.

아마 제가 변한 가장 큰 이유는, 오랫도록 살던 집이 사라졌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집은 지금까지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유예해주던 집이었습니다. 김금희 씨의 단편집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옵니다.


“너는 가끔 잊는 것 같아. 너가 되게 운이 좋은 아이라는 것.”“내가 뭐가 운이 좋니? 운이 좋으면 이렇게 몇 년을 임용고시를 못 붙겠어?”“그러니까 그 못 붙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운이 좋다는 거야.” 
-김금희, <규카쓰를 먹을래>

운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랬기에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운이 수명을 다하고 드디어 혼자 남겨진 지금, 그 어리석었던 수많은 생각과 행동들이 저를 덮치고 있습니다. 후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으로의 날들을 살아갈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간절했는지도 모릅니다. 죽고 싶다는 게 아닙니다. 밸런스를 찾고 싶어서. 지금은 밸런스를 찾을 여유가 없는 거라는 변명 말고. 또 마구 심각했습니다만, 그래도 오랜만에 이렇게 후기를 쓰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감사했어요. 다들.


병준

'정치는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어주는 사업이다.'

이번 책은 내용보다 제목이 반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다. 토론 때도 말한 바와 같이 작가가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떻게 살겠다고 하는 건 그저 참고용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우리 스스로 어떻게 살 것인가 각자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는 삶을 구태여 살 필요도 없고 오히려 각자의 지표를 빨리 찾아야 하겠다. 나도 새로운 터로 옮기고 새로운 가족도 생겼으니 삶의 지표를 하루빨리 찾아야겠다. 아껴 놀고, 나눠 놀고, 바꿔 놀고, 다시 놀자 뭐 이런 거?

몸에 맞지 않는 옷이나 삶을 망치는 헛된 생각들과 같은 논제는 억지로라도 내 현 상태를 진단해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내 스스로 그렇게 허무주의와 염세주의에 빠져있는지 알지 못했는데 말하고 나니까 너무 찐따 같아서 정신이 퍼뜩 들었다.
또한 '본인이 원하는 정책'은 뜬금없다 생각했는데 패널들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생각지도 못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어서 우리 모임의 장점을 아주 잘 살린 것 같다.


준우

어떻게 살 것인가’가 라는 물음은 모든 사람들에게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봄직한 말로서, 모두 각자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유시민’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신념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라는 말이 기억에 가장 남았고, 나는 이중에 어디에 좀 더 가중치를 주고 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 한번 뒤돌아볼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순간순간 현재에 나름 최선을 다하고 과거, 미래에 대해서는 후회나 불안감은 두지 않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다른 분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발제하고 진행하시느라 고생하신 동진이 형님과 열정적으로 토론에 임해주신 다른 모든 참석자분들 수고많으셨습니다.


준민

어떻게 사는지에 관심이 많구나. 책을 다 읽고 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예전에 진행했던 <일의 발견>이나 <말의 품격>도 그런 책이었고, 후보로 들고나왔지만 선정은 되지 않았던 <태도에 관하여>도 비슷합니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아마도 책을 읽는 가장 보편적인 이유 중에 하나일 겁니다. 다만, 정작 책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답을 내는데 좋은 매체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도 그랬습니다. 이런 저런 조언은 그냥 그랬지만 유시민이 자신의 삶을 그려내는 순간, 그러니까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그려내는 순간은 흥미롭게 읽힙니다.

그와는 별개로 이런 유형의 도서는 독서 토론하기에 참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어떻게 살 것인가>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 독자들은 어떻게 살았으면 하는지 등등 다양한 층위로 쓰여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각을 해서 아쉽고 약속 때문에 먼저 일어날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는 앞으로 계속 고민할 겁니다. 아마도 지금은 옳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지점도 있겠지요. 나중에도 바뀌지 않을 어떤 삶의 자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지각을 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합니다.


현정

유시민은 아주 정치색이 강하죠, 책에서 절제하거나 감추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이야기까지 하니까요. 전반적인 책의 느낌은 유시민의 색이 짙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라인은 기대했던 바만큼 크게 만족을 시켜 주진 않았습니다. 특히, 1~2장은 흔히 찾아 읽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지루하기까지 했으니까요. 그나마 후반부로 가면서 좀 나아졌습니다. 정보 전달꾼의 면모도, 어떻게 살 것인지 결론도 없는 책이었지만 그런대로 만족하고 읽었던 것 같습니다.
놀고 30% 일하고 30% 사랑하고 38% 연대하라 2% 깊이 고민하지 않은 제 퍼센트 비중입니다. 이제까지 살면서 가장 밸런스 좋은 삶을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 만족스럽습니다. 사실, 이러한 생각조차 하지 못했는데, 이번 토론을 통해 얻은 가장 값진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제 삶이 꽤 충족하다고 느껴졌으니까요!
토론을 참여하다 보면 ‘나’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나로 살면서 경험했던 것, 배운 것, 생각하는 것을 토대로 말을 내뱉다 보니 당연하다지만, 이게 얼마나 노골적으로 다가오는지에 따라 느끼는 체감은 많이 다릅니다. 이번 토론도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는데, 불편하거나 부담스러운 감정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나를 뱉어내는 것 보다는 알아 가는 게 더 많아서 그랬던 것 같아요. 
중학생 때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을 했었습니다. 내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느낌이 상상이 되지 않아서 궁금했거든요. 매일 나 혼자서 하는 이 많은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것, 이게 가장 큰 아쉬움과 슬픔이 될 것 같았습니다. 불운에 대한 생각이 죽음을 거쳐 전생까지 넘어가, 오랜만에 옛 추억까지 회상하게 되었네요. 장소가 좀 더 차분했다면, 다른 참여자분의 말처럼 죽음에 대해 좀 더 이야기가 이어졌다면 어땠을까 해요. 아마 기억에 남는 내용들이 더 나왔을 것 같습니다.
토론의 내용을 기록할 수 있도록 후기를 작성하고 싶었는데 어렵네요. 생각보다 말을 너무 많이해서 글로 전부 옮기자니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만큼 토론이 즐거웠다는 걸 반증하지만요. 마지막 질문은 당황스러웠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동진오빠의 창의성에 박수를 드립니다! 창의성이 아니라… 업무의 연장선인가요 ㅋㅋㅋ 이날 참석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잘 융화가 되었던 것 같아요. 깊이 있는 토론을 한 것 같아 만족스럽고, 이 날 같은 토론이 몇 번이고 반복되기를 희망합니다. 동진오빠 발제하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어용


동진

유시민 팬으로 책을 선정했지만 다소 걱정이 있었다
지침서, 힐링 이런 책은 일단 까일 위험이 다분하다고 생각했지만 토론하면 재밌을 내용들이 보여 선정했으며 앞부분보단 뒷부분이 애정이 더 갔다
책은 유시민이 정치세계에서 완전히 떠나면서 쓴 책이라 그런지 자서전의 느낌과 앞으로의 인생의 다짐 비스무리한 것들이 혼재된 느낌인 책이었으며 이렇게 살아가는 삶도 있구나 라는 관점에서 토론을 나눠보고 싶었는데 다양한 애기들이 많이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즐거웠다.
분위기상 시간상 못했던 죽음에 관련된 챕터를 아껴놨다가 나중에 다시 수면 위로 올려서 진행을 해봐야겠으며, 책 제목을 복기해보면 20대 후반 30대 초는 다소 나에게 실망하고 채찍질을 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당분간 채찍을 조금 또 들어야 될 거 같지만 현재 지금의 나는 썩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독토 친구들도 어떻게 저렇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며 내년 이맘 때도 잘 살고 있기를...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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