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정기모임 - 이번 생은 처음이라



토론 도서

이번 생은 처음이라.

발제자

조영진

장소

은평구 모처


후기


병준
<결혼, 그리고 알고 나면 하지 못하는 것들>

전 국토가 월드컵에 들 떠있던 2002년에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산통 깨는 영화가 있었다. 자극적인 포스터 카피 덕분에 들떠서 봤던 것 같은데 내용은 좀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주인공 남녀가 결혼의 이유를 찾기보다 서로의 몸을 찾는데 열중했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어찌 됐든 15년 전의 영화니 지금의 시대 감각으로 보면 올드한 사고방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상황이 바뀌었으니 모든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더 이상 결혼은 기존의 무게와 신성함을 강요하지 않는다. 적어도 모든 예비 부부들이 똑같은 무게로 결혼을 받들지는 않는다. 조금 더 캐주얼하게 결혼을 인식하고, 결혼 자체보다 그 후를 준비하는 요즘 시류가 나쁘게 보이진 않는다. 하물며 예복도 유행을 타는 데 결혼 제도라고 유물처럼 박제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혼을 왜 하는가?'라는 물음은 사실 '왜 그(그녀)인가'와 '왜 결혼인가?'에 대한 답을 동시에 요구한다. 토론 때는 워낙 동희의 발언이 임팩트가 커서 내 생각은 말할 수 없었다. 내 얘기를 좀 해보자면, 흠흠...
아직 이번 생에서 하고 싶은 게 무척 많은데 그 재미난 일들을 같이 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고, 그 사람을 평생 곁에 붙들어 놓기 위해 필요한 행정적, 사회적 절차가 결혼이기 때문에,
나는 그 사람과 기꺼이 결혼을 하고자 한다.

11화에서 세희는 "알고 나면 하지 못하는 것들이 인생에서 많다"는 말을 한다. 결혼, 연애, 사랑, 그리고 모든 만남들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알지 못하기에 오히려 우리는 더욱 충실히 서로를 알아가는 게 아닐까? 모르면 용감하다고, 결혼이 미친 짓이라면, 한번 미쳐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P.S.>
'결혼'을 주제로 이 정도까지 진지하게 다뤘던 드라마나 독서 토론은 없었던 것 같다. 참신한 주제와 '드라마'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토론이었다. 특히 결혼 전후 커플들이 패널로 참여한 덕분에 양측의 하소연(?)을 들어볼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Location 또한 탁월했다. 가정집 컨셉이 연말 결산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물론 토론 후 뒤풀이는 내년에 더 고민해봄직한 부분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모두 떠나거나 잠든 아침, 낯선 집에서 맞이하는 겨울 아침은 참 인상적이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컨셉을 가지고 어떤 연말 행사를 할지 벌써 설렌다.

우리는 발제자와 운영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늘. 매회.


동희
현재만 존재하는 삶. 
시간은 흘러가지만 현재, 지금 이 순간만 가중치가 높게 부여된 삶. 그런 삶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과거와 미래에 얽메이지 않고 오로지 현재에만 충실하면 되는 그런 삶. 선택의 연속인 순간들 속에서 현재의 느낌과 생각과 감정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참 속 시원할텐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어떠한 결과든 겸허히 수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생은 처음이라. 투정이 많네.


원섭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생은 처음이라>
‘남들처럼’의 정의는 무엇일까
‘남들처럼’ 사는지의 여부는 누가 규정하는가
‘남들처럼’ 사는 것이 좋은 것인가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것은 잘못인가
왜 ‘남들처럼’ 살아야 하는가
‘남들처럼’, ‘일반적으로’, ‘평범하게’, 이것은 이 시대의 파시즘인가
‘남들처럼’ 살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번 생은 처음이라>

‘남들처럼’ 살지 못해 당당하게 ‘남들처럼’ 살지 않기로 했지만 결국 굴복하고 세상에 등 돌리게 되어버린, 「비수기의 전문가들」을 떠올리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나는 몰라.
알아도 행할 순 없어. 그건 내가 아니니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싫어하는지 알아. 
행할 수도 있어. 내가 되면 되는 거니까.
김한민作 「비수기의 전문가들」 P.93


민경
12월 토론은 드라마.
드라마 주제에 관해 요새 생각이 많았던 찰나에 보기 시작하니 다음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해서 결국 16부작을 단숨에 보았네요.

드라마를 보고 토론을 하고나니, 두개의 단어가 머리속에 남아요.
결혼. 남들처럼

다들 각자 나름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기혼자들의 생각, 결혼을 약속한 사람들의 생각, 연애중인 사람들의 생각, 그리고 또 생각들.

혜리씨의 생각은 정말 너무 솔직해서 속으로 감탄했어요! 맞아요. 어떻게 한 사람을 평생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함께할 수 있을까요?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정말 행복한 일이지만 이렇게 말해버리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불행하다고 말하는 꼴이 되니.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해도 행복할 수 있고 불행하지 않을 수 있다는 그냥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봅니다.

혼인신고 X 동거 O 결혼식 O 별거 O 파혼 O 재결합 O

30.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는 어느 적당한 시간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고나니
사랑은 인내하고 배려하는 것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2018년에는 또 어떤일이 내 인생에 일어날지 모르지만 부지 좀 더 행복한 일이 많기를, 힘든일이 생겨도 잘 이겨내기를 소망합니다.

매달 책을 다 읽지는 못 했지만 그래도 일년동안 부지런히 책을 들고 돌아다니고 틈틈이 읽으려고 노력했던 30살 나를 되돌아보니 정말 병주의 소감처럼 올 한해 가장 잘한 일 중에 하나는 독서토론을 시작한 것.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 좋은 시간 함께하길.

연말 토론 준비하느라 고생했던 모든 분들 너무너무 고생하셨어요! 
깜짝 게스트로 참여주신 분들 덕분에 더 다양한 이야기 들을 수 있어서 시간 가는줄 모르고 즐거웠던 하루를 보냈습니다.^^


준민
1) 이번 생은 처음이라. 제목에 엣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기 저기 카피로 많이 가져다 쓰였죠. 

처음이라는 말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처음이라 설렌다, 처음이라 두렵다, 처음이라 모르겠다 등등. 여러분은 처음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 가장 먼저 어떤 것을 떠올릴지 궁금합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이라는 말에 너무 의미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이 의미 있을 때 꼭 처음이라 그런 건 아닐 테니.

2) 마지막 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맥 오에스 같은 분이세요."와 "제가 들어본 가장 로맨틱한 거절이네요."였습니다. 

어떤 이는 진심을 말했고 어떤 이는 그것을 로맨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로맨틱보다 코미디에 가깝지만, 제 시선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요. 이야기를 들은 당사자가 중요하지.

어떤 사건을 만났을 때 나는 그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지에 대한 생각을 해봅니다. 이왕이면 긍정적이고 로맨틱하게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3) 요새 생존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합니다. 어쨌든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것. 꾸준히 모임이 열리는 것. 문자 그대로 사람이 살아있는 것. 전부 광범위한 의미에서 생존이겠죠.

생존했기 때문에 겪는 고통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생존했기에 얻는 것도 있을 겁니다. 연말에 갑작스럽게 들려온 비보에 새삼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살아남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이왕이면 살아있어서 살아가는 것 보다는 또다른 무언 가가 있다면 좋겠죠. 제가 올해 봤던 문장 중 최고였던 문장을 적으며 글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2017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살아있는 한,
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지켜야 할 것은
생겨난다.

전부 잃고도
또 다시
전부 잃었는데도
또 다시.

소중한 것,
잃고 싶지
않은 것들이
생겨난다.

살아있는 한
배가 고파오는 것처럼
행복도 느끼게 된다.

원치 않아도 생겨버린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그런 비밀도.

- 시미즈 레이코의 '비밀'


미정
나이 서른에 닿으며 제 개인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태도가 있습니다. 처음이 아니니까 잘해야지, 설령 처음이더라도 일을 잘 진행해봐야지. 이게 요즘 절 정신적으로 옭아맨다는 걸 이 드라마를 시청하기 전후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생은 처음이라 라는 세상 관조적인 제목부터 주인공들의 이번생은 처음이기에 결혼은 개인적인 필요와 효율에 의해 대강(?) 때우려는 모습들을 보며 제 모습과 자연히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사회생활의 근육은 늘 팽팽하게 유지하는 대가로 가족과 연애,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못해도 너무 못한 요즘입니다. 이런 때에 관계에서의 태도와 결혼의 의미에 대한 발제는 개인적으로 뜻깊었습니다. 아무리 곁에 있는 사람이더라도 말을 해야 잘 알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이에 비춰 나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었나 되돌아보았습니다.

길게 보면 모두가 처음인 인생들, 이번 생은 처음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에서는 조금 더 처음인 대로 묻고, 스스로와 남의 실수에 대해 관대해지고,

개별적 인간관계에 있어서는처음이자 오래도록 지속될 관계이기 때문에 서툴지만 소중히 대해야할 것 같습니다. 결코 잘 할 필요는 아니 능수능란하게 잘 할 능력은 없겠죠.

사실 남들처럼 산다는 것에 대해 모두 부정적이셨는데, 그 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남들처럼 사는 것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가고 있습니다. 남들처럼 살지 않겠다고 평생 노력하는 것, 왠지 피곤하지 않을까요? 큰 범주에서는 모두가 행복하게 성취하고, 살아가는 건 똑같다 생각합니다.

하다보니 일기처럼 자기 반성조+염세적 글이 되었네요. 

서른이 이렇게 지나갑니다.


윤정

2017년 12월 독한녀석들 토론후기

'드라마'를 주제로 한 토론이라는 점에서 이번토론은 충분히 신선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럼에도 '연말'이라는 특별함에, 기혼커플, 결혼예정커플, 연애중인커플들로 더해진 토론자들의 다양함이 더해져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분위기 였던것 같습니다. 섭외?에 힘쓰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토론을 알차게 준비해준 발제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17년은 충분히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감성이 풍부하고 귀여운 동갑내기 친구 민경이, 올해 저에게 책으로 큰 위압감을 선사하고 신입답지않은 글솜씨로 인상을 준 병주씨. 이렇게 또 새로운 식구들이 늘어났네요. 좋은 책을 얻는것만큼이나 좋은 토론자들을 얻는것은 정말 감사한 일인것 같습니다.

토론책과 후기를 연말정산하는 시간은 언제나 설레는 시간입니다. 우리들의 과거?모습도 다시한번 볼 수 있고, 함께 했던 책들과 글들을 다시 느낄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년의 연말도 기대가 됩니다.

다만, 아직 나아지지 않는 부분들도 되새기고 노력해야합니다. 특히 시간을 지키는 것 과 후기작성과 같은 아주 기본적인 규칙은 지금까지 꾸준히 독한녀석들을 유지해주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내년에는 모두에게 개선이 되어있기 바랍니다.

끝으로 제가 올해는 일신상의 이유로 다소 저조한 참석을 했으나 언제나처럼 함께 해준 독한녀석들에 감사합니다 :-)


준상
사람 바이 사람.

사람마다 모두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결혼도, ‘남들처럼’도 다를수 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다. 지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생각도 없는 세사람의 사과는 결국 지호를 떠나가게 만들었다. 세희와 지호가 계약 결혼을 실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지호가 세희의 사고방식을 인정한 다음이다. 어쩌면 우리는 ‘남들처럼’이 불가능하다는, 우리는 모두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서야 편히 ‘남들처럼’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국, 다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운 다름을 접한다는 것과 같다. 아내의 말을 통해서만 듣던 이들을 직접 대면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견해, 접하지 못했던 발화, 다른 관점의 접근방식은 2017년 동안 같은 방식으로만 생각해 왔던 스스로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접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비록 최악의 대사였지만, 이를 이용해 후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린 서로 너무 소중하니까,”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발걸음을 옮길 수 있기를.


병주
요즘 난 그 어떤 때의 나보다 행복해야된다. 
공익 일도 적응되서 매우 할 만하고, 
매주 내가 하고픈 농구 배우고, 
가끔 친구들 만나고, 
읽고픈 책 읽고, 
듣고픈 노래 듣고,
먹고픈거 먹는다. 
무엇보다 하기 싫은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다. 그냥 덤덤하다.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적당히 남들처럼은 살아야되는 거 같다. 

1년이 참 금방 간 거 같다.  올해는 굵직한 일들이 없어서 그런가? 아님 어느새 적응해버린 공익의 삶 때문인가? 작년 훈련소에 갔을 때 고등학교 졸업 이후 2년을 곰곰히 생각해봤다.  떠오른 건 굵직한 사건들 뿐 세세한건 잘 생각이 안 났다. 몇가지 사건들로 1년을 정리하긴 단편적인 그 날의 모습만이 담기니까 아쉬웠다. 그래서 이번 모임에서 연말 정산을 통해 올해를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던게 좋았다.   독토 모임은 매달 한 번씩 만나 토론하고 그 후기를 쓴다. 그 여러 번의 정기적인 만남이 모이고 기록들이 쌓이니 올해의 정리라는 의미도 부여할 수 있었던 같다. 모임  이후 지금까지의 후기들을 봤다. 내가 쓴 것을 본다는 느낌이 부끄러워서 후기를 안 읽다 보니 처음보는 것도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 그리고 생각들이 조금씩 생각나면서 재미도 있고 그 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리가 되는 거 같다. 나의 과거를 정리하는 방법이 한 가지 생긴 거 같아 기쁘다. 힘들지만 매번 블로그를 관리하는 종찬이형 그리고 데이터 정리하는 준민이형 고마워요. 그리고 매번 늦어 죄송합니다. 이번에도 늦긴 했는데 후기 최대한 빨리 넘길게요.


종찬
최근, 전에 없이 나이 생각을 많이 합니다.

돈이나 꿈이나 삶 같은 걸 이야기할 때, 속으로 쟤가 몇년생이었더라. 하고. 생각하게 되는 스스로에게 깜짝깜짝 놀랍니다. 여기까지만해도 그다지 유쾌하게 나이 생각을 떠올리는 게 아니라는 게 느껴지시죠.

어떤 미국 코미디언이 스물여섯 살에 박사학위 3개를 가진 사람은 거의 20년동안 3개만 공부한 멍청이라고 합디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닐 수도 있구요. 그렇지만 박사학위의 존재여부는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박사학위도 없는 서른 살 보다야 낫겠죠.

암튼 꼭 박사학위를 따라는 이야기는 아니구요. 어떻게 살든 뭔갈 남기지 않으면 모든 건 시간에 휩쓸려 기억 속으로 사라진다는 겁니다. 

그래서 또 이렇게 후기를 씁니다. 독한 녀석들의 기억이 휩쓸리기 전에 한술 퍼 담아 놓으려고.

3년째네요. 연말 모임을 하는 거. 

생각해보면 독한 녀석들과 보낸 동안 나이에 대한 한탄을 하지 않은 해는 없었던 거 같습니다. 가장 젊었던 2013년에도요. 신피질이 없다는 고양이 얘기는, 그 고양이가 정말로 사람보다 행복감을 자주 많이 느끼니까 그렇게 되자는 이야기가 아니었을 겁니다.

고양이는 신피질에도 인간의 행복에도 관심이 없죠. 그리고 내일이나 어제의 일에 오늘은 관심이 없습니다. 굳이 고양이가 아니라 뇌라는 걸 발전시켜서 남을 해치는 도구로 발전시킨 인간 정도가 아니면, 뇌라는 위험한 기관을 이렇게까지 거대하게 키울 필요도, 쓸데없이 추상화된 개념을 하루 종일 생각할 일은 없겠죠.  

하지만 인간은 이미 대가리가 커져 버렸죠. 내일 없는 오늘은 희망이 없고, 과거 없는 오늘은 덧없기 때문에, 그게 너무 심해서 오늘 일어나는 일들 받아들이는 걸 잊어서. 그래서 관심이 원래 없는 상태를 상상해 보는 것이죠. 저는 그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뭘 선택하든 생각보다 그리 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가진 능력으로는 그렇게 큰 일을 일으키기도 어렵습니다. 얼마나 고맙습니까. 소시민이기에,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어요.

오늘을 좀 돌보아 보려고 합니다. 오늘 일들을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충분히 생각해서 적고, 생각하고. 또 쉴 때는 쉬도록. 이제 다시 사람처럼. 그렇게.

여러분들 참 반가웠어요. 늘 아쉬운 게, 사람이 많으면 한 사람 한 사람과는 충분히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거 같아요. 

오랜만에 본 친구들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그러게 평소에도 독한 녀석들을 한두번쯤 돌아봐 주지. 

우리는 거의 매일 카톡 창 안에, 

한 달에 한 번은 서울 모처에, 

간헐적으로 술과 함께 밤거리에 있어요. 

생각날 때 찾아와서 한잔 기울이고, 요즘 어떤 생각 하는지 들려줘요.

그럼 내년에 봅시다.


동진
독토송년회는 항상 재밌는 시간이다.한해를 마무리하고 기억을 꺼내보는 그런시간이다.그러면서 나이한살 먹는걸 또 체감하는 연례행사이면서말이다
드라마로 한발제가 첨이 아닌가 싶다. 영화로 발제를 했다면 뭔가 익숙했지만 드라마로 한발제 첫시도라는 점에서 신선하고 재밋었다.내가꽂힌 부분은 결혼을 왜하고 누구랑 해야되는가에 대해 생각이었다.사회에서 누군가는 사랑하는사람이랑 해야된다 누군가는 조건이 맞아야된다 누군가는 서로 의지할 동반자하나면되지 뭘따지나 너무따지면 못한다등등;;  사실 아직 결혼에대해 그닥 생각을 안해본 나로서는토론을 하면서 결혼에대해 두려움이 있지않는가 혼자 자기성찰을 해봤다.때가 됬을때 결혼해라 그때가 무었인지...좋은토론이었다


혜리
바빴던 한 학기의 끝에 참여한 토론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한명의 인물이 아닌 여러 인물들에게 조금씩 공감하며 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는데 현직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이 후기를 쓰는 지금의 저는 드디어 백수가 되었습니다. 저 또한 이번 생은 처음이라 앞으로 어떤 인생이 될지...모르겠지만 2018년도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영진
<드라마 진행은 처음이라>

토론이 풍성해서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드라마 소재가 이야기 풀기에 좋았던 탓도 있겠지요. 그래도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줘서 고마웠습니다. 처음 본 이들이 많은 자리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진솔하고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해주신 손님 두 분 께 다시 감사드립니다. 항상 그랬듯이 발제와 진행을 하고나면 아쉬운 점이 생각납니다. 발제문이 섬세하지 못했던 점 진행에서 아쉬웠던 점 ‘아, 이건 말 했어야하는데’ 하는 것들 말이죠. 매 번 당시의 책으로 하는 발제와 진행은 처음이라 그런가봅니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웃음요소는 물론이지만 드라마의 장치가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영화 ‘졸업’. 지호의 방문에도 포스터가 붙어있죠. 작가는 꾸준히 어필합니다. 작가가 작품 막바지까지 가져가는 영화의 뼈대 중 하나로 볼 수 있는데요, 4화의 마지막 장면에선 세희와 지호를 통해 그대로 재현하기 까지 하죠.
‘졸업’과 드라마의 다른 점이 있다면 결혼식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결혼식에 가는 중이라는 것. 공통점이라면 지호가 드라마 후반에 언급했듯이 어린 치기에 세상물정 모르고 저지른 일이었다는 것. 이겠네요.

토론에서 중점을 두었던 것은 생활이 바빠 곱씹어 볼 수 없었던 문제를 올려놓고 다양한 시각의 의견을 나눠 모호하게 느꼈던 것들을 구체화하고 이해하려는데 있었습니다. ‘결혼’, ‘남들처럼’, ‘새로운 기준’, ‘화해자리의 불편함’처럼 말이죠. 저도 여러 의견을 들으며 그동안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답은 없을지라도 각자의 방식으로 소화한다면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 아닐까요?

토론보다 연말정산이 더 재밌었다고 느낀 1인입니다. 그동안 올린 후기들이 이렇게 즐거운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니... 신선했습니다. 진행자가 매월 후기와 진행자의 소감을 매끄럽게 연결하지 않았으면 즐거움도 반감됐겠죠? 정말 대단했습니다. 거기다 회장님의 깜짝선물도 정말 깜짝 놀랐죠.

토론 중엔 ‘보미’가 가장 애정이 간다고 말했지만, 동질감은 느낀 인물은 ‘지호’였어요. 그럼 “‘지호’같은 현실에 ‘보미’ 성격을 장착한 사람”이 동경의 대상이 되는 걸까요?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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