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정기모임 -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라우스, 라캉 쉽게 읽기



토론 도서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

발제자

박종찬

장소

건대 모어스터디

후기

준민

SEO라는 인터넷 마케팅 용어가 있습니다. 이리저리 복잡하지만 거칠게 설명하면 검색 엔진 시스템을 분석한 후 그에 맞춰서 상품 설명을 작성해 사용자가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게 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노출은 중요합니다. 글을 썼을 때, 상품을 냈을 때, 다른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좋고 안 좋고를 판단하려면 일단 알아야 하니까요. 

하지만 검색을 했을 때 맨 처음 나온다고 해서 꼭 좋기만 할까요? 검색 엔진에서 상위에 노출되고 싶어서 제목에 자신이 원하지 않는 단어를 쓰거나, 처음 썼던 글의 구조를 뜯어 고치거나. 잘 모르겠습니다. 

뭐 비즈니스 글쓰기는 결국 성과가 전부입니다만. 

어쨌든 제가 '구조'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이런 것들 입니다. 어떤 것을 했을 때 어떤 결과를 나오게 만드는 일련의 블랙박스. 

블랙박스가 만들어지면 결과물은 바뀝니다. 모바일 앱 생태계 초기의 글과 지금의 글은 정말 많이 다를 겁니다. 조금이라도 상위에 노출되도록 소개글을 고치고 또 고치니까요. 

독한녀석들은 어떨까요? 느슨해 보이지만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한 달에 한 권. 참석은 권장하나 필수는 아님. 진행자는 논제와 뒤풀이 장소를 잡아야 함. 참석한 사람은 후기를 써야함 등등. 이런 것들을 뭉뚱그려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궁금합니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지고 독한녀석들은 이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그 변화는 과연 좋았던 것일까요 아닐까요? 알 수 없습니다. 

사람은 구조에 의해서 행동하고 바뀝니다. 하지만 구조에 일방적으로 종속되지는 않습니다. 구조를 인식해서 자신의 행동을 바꾸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는 구조를 바꾸기도 하지요. 

그러니까 더 좋아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나도 당신도 그리고 우리도.


영진

2개월 토론을 쉬고 오래만에 출석했습니다. 역시나 어색한 건 없었구요 토론이 재밌게 흘러갔습니다. 구조주의는 생소했지만 어느정도 윤곽과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입문서. 입문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죠. 독자가 그 분야에 흥미를 갖게 해주는 흥미 위주의 책이 좋은 입문서일까요?  아니면 분야의 기초정보 위주의 책이 좋은 입문서일까요? 저는 흥미를 느끼고 관련도서를 찾아서 보기 때문에 전자를 선택하고 싶네요.  
  
  구조적으로 억압되어있지만 우리는 느끼지 못하는 게 많을테죠. 지금 잘 살고있는데 안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싶기도 하구요. 구조를 인식하고 산다는 것과 인식하지 못하고 산다는 것. 겉으로 보기엔 다르지 않지만 속은 다를까요? 구조를 인식하고 분석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당장 일해서 돈 벌어야 하는데.. 토론이 의미없었다는 게 아니고 당시 토론이 의미있고 좋았지만 지금 다시 구조주의를 생각하려니 힘드네요.  

  그저 안 아프고 안 굶고 안 슬프게 사는 게 제일 아닌가 합니다. 배부른 돼지도 괜찮은 듯. 그래도 생각 많이 한 돼지가 배부를텐데.


현정

책 표지부터 어색함, 낯선 느낌을 마구 내뿜었습니다. 초보자를 위한 입문책이어서 쉽게 써져있다고는 하지만 왠지 나에겐 해당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도입 부분을 읽으면서 읽어볼만 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론날짜에 임박하여 조금은 급하게 읽은 탓도 있어 라캉부분이 더 어려웠던 것도 있습니다만 전체적으로 꽤 재밌게 읽었습니다. 구조주의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읽었던 터라 많은걸 알아갈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미정

마침 날씨가 서늘해졌고, 토론에서 들었던 김광석 나레이션 구절이 간절하게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지내다보면, 서른이라고. 
정확한 뜻으로 사용하는 건 아닙니다만, 나는 지금 어떠한 서른의 에크리튀르를 갖고 있을까요. 더 정확하게는 지금의 나는 어디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것일까요.
동료의 언어, 연인의 언어, 직장의 언어, 혹은 나의 20대 학창시절의 언어 등등. 그렇게 지내면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진걸까요. 어떤 부분에서는 후회, 어떤 부분에서는 잘 살아왔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난 일 생각해서 뭐합니까. 사실 구조주의가 삶에 부여하는 의미는 과거가 널 만들었으니, 미래의 너를 지금이라도 네가 잘 만들어가라는 것 같습니다. 신체의 언어가 속박된 집단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걸 넌 알았으니, 이제는 이러한 바보상태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라고.
그렇게 보면, 만들어진 서른의 이미지와 속박에서도 충분히 벗어날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그리고 바보 상태를 벗어나는 또다른 좋은 방법은 타인을 거울 삼아 보는 것이라는 생각도 문득 오늘 여러 사회 선배의 모습을 보며 느낍니다.
구조주의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건, 이렇듯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만들어진 존재 자체, 실존보다는 변해가는 과정을 연구하는 동적이고 적극적인 학문의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가을의 에크리튀르로 돌아와... 김광석과 성시경의 노래나 한 판 때리고 싶은 날들입니다. 이 시간 다른 이들도 가을 저녁의 에크리튀르를 흠뻑 먹고 즐겼으면 합니다.


동진

구조주의가 내 생각과 관점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의심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을 보면서 느낀 것보다 생각보다 많은 애기가 나와서도 좋은 토론이었다.
당연한 것은 없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구조주의를 내 입맛대로 풀어보면 이런생각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어떤 가치판단이 당연한게 아닌 구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어떤 상황이나 생각에 대해 구조주의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다양성의 인정 혹은 어떤 측면에서는 명확한 가치판단의 보류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책을 읽고 구조의 틀 안에 갇히지 말자고 하기 보다는, 내가 구조 안에서 영향을 받고 사고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한다.(이런 내 생각을 하게 한 구조는 무었인가..........)


병주

이번 책 부터 토론까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책은 어렵게 느껴질 구조주의를 자기만의 표현으로 잘 설명했다. 특히 차례차례 구조주의에 영향을 주었던 사상가부터해서 구조주의 사상가까지 설명해준 것들이 좋았다. 덕분에 간략히만 알던 니체 마르크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평소에 막연히만 알던 실존주의도 나름 정리가 잘 되게 알게 된거 같다. 무엇보다 이렇게 재미있게 책을 읽었었던 이유는 좋은 입문서를 만드려는 노력 덕분인거 같다. 작가는 장황하게 설명하거나 요약하기보단 자기만의 단어로 단순하게 정의 하려고 노력한 거 같다.
'구조주의란 한마디로 다양한 인간적 여러 제도에서의 영도의 탐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p87 
레비스트로스는 우리 모두 사이좋게 살아요, 바르트 언어사용이 사람을 결정한다. 라캉은 어른이 되어라, 푸코는 바보가 싫다. p217 
이러한 시도의 장점은 이해가 쉽다는 것이고 단점은 우리의 생각이 이 한마디에 한정될 수 도 있다는 점이다. 다만 입문서란 점에서는 개인적으로 쉽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한 세대를 지배했엇던 사상들을 단순하게 나마 알아가는 것도 개인적으로 너무 재미있었고 그것들이 아직도 적용되고 생각되어지는 부분들이 너무 신기했다. 

 토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김광석의 콘서트 나레인션이었다. 여기서의 서른은 어른과 비슷한 느낌인 거 같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나잇값을 못한다는 의미에서 "24인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너도 어서 어른이 되어야지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 어른이란 새로운 것들이 없어지고 재미없어지는 것 현실적이 되어가기에 여러가지를 재고 예전에는 충동적으로 할 수 있던 것들을 못해가는 것 이런것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인거 같다. 그런 면에서 아직 난 라캉이 말하는 그런 어른은 아닌것 같다. 다만 좀만 더 징징거리며 새로운 것을 하고 별 고민없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다.


종찬

우리 토론의 진행 과정은 

독서 → 소감 공유 → 발제에 의한 토의 → 소감 공유 → 이 모든 과정에 대해 글로 된 소감 공유

이렇게 이루어져 있죠. 정말 끈질기게도 돌아봅니다. 책은 어땠는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한 시간은 어땠는가, 두개를 합쳐서 어땠는가. 그리고 지금 저는 여러분의 후기를 바탕으로 또다시 이번 토론의 소감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구조주의 역시 어떻게 보면 돌아보는 학문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되었는가. 어떻게 이렇게 당연해 보이는 작은 것까지도 모두 이렇게 되었을까. 이거에도 한번 집중해보자. 뭐 그런 거죠.

여러분의 후기를 읽다 보니, 이번 토론이 나름대로 여러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싶어요. 이런 토론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생각해 봤어요.

이번 토론은 어떻게 이렇게(좋든 나쁘든) 되었을까요. 그래서 이 책(아직도 이름은 외우지 못했습니다.)을 선택하게 된 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지난달, 준민형과 함께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발제 책을 고르러 가는 김에 얼굴이나 보자고, 미정이랑 동진형이랑 그렇게 만났었죠. 그 때 생각하고 있던 책 중에 하나가 프랑스 철학이 너무 사변적이라고 대차게 까는 책(이것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이었는데요. 그 책을 읽어보러 가서 뒤적뒤적 거리고 있는 동안, 같은 매대에 있던 책을 준민형이 추천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이 책인데요. 이 책과 함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읽다> 를 후보로 올렸습니다.

그리고 투표를 거쳐 결정된 거죠. 

그 후로 한 달 동안 아주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바빴습니다. 그런 탓에 최대한 책의 내용은 짚고 가자. 그러면서 최대한 각각의 예시를 일상에서 찾아보자. 요거만 가지고 급하게 발제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제 생각은 최대한 배제되었습니다. 

책이 다 했다는 얘기죠. 수수한 결론이네요.

결론을 가지고 앞으로는 책을 더 열심히 골라서 꼭 좋은 토론을 하자고 결론을 내릴 수도 있겠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같이 토론하기 좋은 책이라는 것은 그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때 그 시간에)어떤 사람들인가에 따라 많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결국 운빨이고 토론이 잘 되고 잘 되지 않는 것은 병가지상사라 집착해봐야 소용이 없으니 물 흘러가는 대로 살자고 결정을 내릴 수도 있겠죠.

이와 같이 구조를 들고 판다고 해서 행동의 지침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구조주의로 세상을 바라본 다음에는, 그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본인이 정하는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판단을 유보하자는 것 역시 아니겠죠. 조금 더 잘 알고, 조금 더 많은 것들이 명확해진 상태에서 적은 선택지에서라도 골라보자. 안 보이는 구조에 휩쓸려서 떠내려가듯이 살지는 말자. 암튼 시간은 흘러가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끝으로 토론에서도 인용했던 김광석씨의 나레이션을 여기에도 첨부합니다. 어느새 가을이네요.


<김광석 콘서트 나레이션 ‘이야기 하나’> 
누구나 스스로의 나이에 대한 무게는 스스로 감당해 내면서 지냅니다. 
10대때는 거울처럼 지내지요. 자꾸 비춰보고. 흉내내고. 선생님, 부모님, 또 친구들. 
그러다 20대 때쯤 되면 뭔가 스스로를 찾기 위해서 좌충우돌 부대끼면서 그러고 지냅니다. 
가능성도 있고. 
나름대로 주관적이든 일반적이든 뭐 객관적이든. 
나름대로 기대도 있고. 
그렇게들 지내지요. 

자신감을 있어서 일은 막 벌리는데. 
마무리를 못해서 다치기도 하고. 
아픔도 간직하게 되고. 그럽니다.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유리처럼 지내지요. 
자극이 오면 튕겨내 버리든가 스스로 깨어지든가 
그러면서그 아픔같은 것들이 자꾸 생겨나고 
또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면, 더 아프기 싫어 비켜가지요. 
피해가고. 일정부분 포기하고 일정부분 인정하고.  
그러면서 지내다 보면, 나이에 니은자 붙습니다. 
서른이죠. 
그때쯤 되면, 스스로의 한계도 인정해야 되고.주변에 일어나는 일들도 뭐 그렇게 재밌거나 신기하거나 그렇지도 못합니다. (후략)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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