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정기모임 -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토론 도서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발제자

김민경

장소

건대 다옴

후기

보영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생각이 많아지고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고, 열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아름다운 단어인 것 같다. ‘성인식’과 ‘언젠가 왔던 길’을 보면서 부모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슬프기도 하고 공감도 해보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는 편하게 읽기 좋은 소설이었다. 읽어보기 잘했다~ 라는 생각이 오랜만에 드는 책이었다. 
신기한 이야기와 노후에 할 일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나와서 재미있는 토론이었다. 나만 밭에 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앞으로는 아빠의 농장에 조금만 짜증내고 따라가야겠다라는 생각과,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농사는 꽤 괜찮은 직업이라는 점을 알게 된 날이었다. 


윤정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는 여섯개의 단편소설로 되어있어 단편영화를 보듯 한 편씩 끊어서 읽고,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이어서 읽었습니다.

8월은 변화가 많은 시기입니다. 상반기의 마무리와 하반기 업무가 시작되는 지점에 있어 복잡하고 번잡한 일들이 많아 몰입하고 사색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에 무척이나 더운 여름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지는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라 쉽게 지치는 경향도 있는것 같습니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큰 이동을 하게 되면서 이번 토론의 참여와 도서읽기가 불투명했습니다.

출장길에 서점에 들러 책을 찾아 맨 처음 챕터를 앉은자리에서 읽었습니다. 생각보다 몰입이 되는것 같아 모두 읽고 반드시 토론에 참여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동갑내기인 민경이의 첫 발제의 키워드는 '가족'이었습니다. 토론은 따뜻하고 다정했습니다. 독한녀석들 사람들의 가족에 대해서, 또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생각지못했던 것들을 깨닫고, 다짐하는, 참. 좋은시간이었습니다. 2년전 제 첫 발제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훨씬 더 의연하고 자연스럽게 토론을 진행하는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독한녀석들에게 이어지는 과제는, 소설을 통한 토론을 진행할때 방점을 놓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을 잊지 않고, 꽤 넓은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하면서도 일관성있는 흐름을 추구해야한다는 점인것 같습니다.(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이번토론도 변함없이 좋은책과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함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번계기로 일본소설에 좀 더더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네요.


종찬

저는 이 책을 과거(에 일어난 상실)에 대처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읽었습니다. 발제자는 가족에 초점을 맞췄죠. 그래서 토론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한편 한편 다시 돌아봤습니다.

성인식 - 자식
언젠가 왔던 길 - 어머니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 아내 / 자식
멀리서 온 편지 - 남편(과의 사랑)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 아버지( + 어머니)
때가 없는 시계 - 아버지

세상에. 가족 얘기였네요. 물론 해석이라는 게 어느 게 맞는 것은 없고, 저는 제 나름의 경험을 한 것이지만요. 이 이야기는 다음 토론에서 실컷 하게 될 테니 밀어 놓고.

우리 모두, 가정이 변화하는 시기를 살고 있네요. 돌아보니 그리 ‘좋은’가족 구성원은 아니었던 거 같아요. 아들로, 손자로, 조카로.

소중한 것들 싹 다 묶어다
구멍 난 바지춤
관계라는 주머니에 대충 쑤셔 넣고
대놓고 흘리면서 내 욕심 굴리면서
부모님 친구 내 사랑 죄다 울리면서
철도 없이 건방 떠니 어느새 변해
버렸어 무뚝뚝한 녀석

In Vino Veritas, 매드 클라운.

좋은 사원, 좋은 친구, 좋은 연인이 되기 위해 그냥 아들, 그냥 손자, 그냥 조카로 살고 있구나. 나 이거 생각해본 적이 없네. 하고 반성하게 됐어요.


준민

소설에는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물론 시작에서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끝에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명시적으로 시작이 있고 끝이 있습니다. 

저는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를 ‘돌아보는 이야기’의 집합으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왜 사람은 끝이 나야 돌아볼 수 있는 걸까? 그 중간에는 돌아볼 수 없는 걸까? 

꼭 그런 건 아닐 겁니다. 어떤 사람은 중간에 돌아볼 수도 있겠죠. 그런데 돌아본다는 말은 참 묘합니다. 돌아보기 전과 후를 구분하는 말이니까요. 그전과 바뀌지 않는다면 돌아봤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러니 어떤 사건에 중간에 돌아본다는 건, 어떤 전환점을 가진다는 의미가 될 것이고, 그것은 어떤 사건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사건이 시작된다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A와 A’는 제3자에게는 같은 것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다른 것이겠지요.  

그렇다고 A’와 A와 완전히 다른 것도 아니겠지요. A를 돌아보면 A’가 됩니다. A’를 돌아보면 A’’가 됩니다. 돌아본다고 해서 모든 걸 없앨 수도 완전히 새롭게 시작할 수도 없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함께 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러니 앞서서 말한 ‘사람은 왜 끝이 나야 돌아볼 수 있는 걸까?’라는 제 말은 잘못된 것입니다. 끝은 나지 않을 겁니다. 그저 돌아보는 행위들만 있을 뿐입니다. 그렇게 어떤 기억들과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윤지운의 『디어 왈츠』에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나쁜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남겨 나중의 나중에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럴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현정

사실 평소에 일본 소설은 잘 읽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는 작가의 다른 책들을 찾아 읽었습니다.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는 최근까지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찾아 읽는 작가 중 한명입니다. 독한녀석들의 일원으로서 책을 읽고 토론하며 얻은 많은 장점 중 하나가 이것입니다. 평소 읽지 않았고 앞으로도 읽을 계획이 없던 책을 보고 다른 생각을 가질 기회를 갖는 것. 그래서 매달 진행되는 이 활동이 흥미롭고 기대가 됩니다. 이번달 발제책이 선정되고서 거부감 없이 읽기 시작한 것도 다 독한녀석들의 이전 경험들 덕분이었단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길어졌네요 ㅎㅎ 

일본 소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항상 독서하며 느끼는건 일본 소설은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잘 느껴진다는 점 입니다. 오히려 많이 접해보지 않아서 더 강하게 느낄수도 있지만요. 특히 성인식에서 이러한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성인식이라는 생소한 행사, 딸 대신 참가하자는 부분에서 왠지모르게 일본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기괴함'이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한 말은 아닙니다. 쉽게 받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책 서두에서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책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 시에도 이야기했듯이 너에게 가는길과 하늘은 오늘도 스카이 두 개의 이야기가 가장 크게 기억에 남습니다. 소설 전체가 참 가족적인 이야기이지만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개의 이야기는 가정폭력, 아동학대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 그리고 아이었던 성인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묘사되어져 있어서 읽어나가면서 생경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 전공자로서 그점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고 실제로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네요. 그 친구가 저와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쓰다보니 오늘 후기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책을 떠올린다면 지금 느낀 이러한 다양한 감정의 추억이 가장 먼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세진

*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끊임없이 부딪히고, 울고 불고 싸우고, 가까워지려고 애쓰고 혹은 거리를 두려고   발버둥치고, 서로 엉망진창이 된 상처투성이 모습이 공존하는 '가족'이라는 이름은 생각만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그 때문에 목구멍 밖으로 꺼내기 어려웠던 나의 가족에 대해서 용기내어 말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물론 뱉지 못한 이야기도 많지만. 지독한 사춘기를 겪을 때 함께 울고불고 싸웠으면서도 늘 나를 이기지 못했던 엄마와 그 사춘기를 가만히 지켜보며 자신의 사춘기를 눌러버린 동생과, 서로 너무나도 다른 두 자식을 어찌하지 못하면서도 그저 지금 나이에도 맛있는거 사먹이는게 최고의 사랑인 양 생각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여전히 뻘겋게 익은 감자처럼 편하게 다루기는 어렵다. 언젠가는 이발소의 할아버지처럼 그런 이야기도 조근조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완벽하지 못했던 부모와 완벽하지 못했던 자식의 화해에 조금은 가까워진 느낌이 들었다. 

* 가족의 상실에 대한 이야기다. 부끄럽지만 내 마음의 고통을 가족의 힘듦보다 우선시했던 치기어린 시기가 꽤 길었다. 그 시기를 지나 이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머리가 하얗게 변한 아빠와 저녁마다 허리가 아프다는 엄마가 생각이 난다. 언젠가는 전지전능했던 부모가 늙어가는 모습을, 그리고 언젠가는 없는 모습을 보게 되겠구나 하는 서늘한 기분이 엄습한다. 그 공백을 생각하며 지금의 소중함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뻔한 결심을 또 해본다. 결벽증처럼 청소를 하는 엄마 말을 가만히 들어주고,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아빠의 습관은 악의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할 것이다.

* 익명의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주절주절 올리는 사람들의 심리-말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누군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처럼 아주 내밀한 이야기 직전에서 멈춘 느낌이 조금은 아쉽다. 큰 조각이 아닌 작은 조각만으로 이야기한 느낌. 더 내밀한 이야기는 술이 들어가고 각자의 마음속에서 정리가 되면 더 들어볼 수 있겠지 하는 기대를 품어본다. 시계공 할아버지가 풀어낸 이야기처럼.


동희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


일상의 비극을 담담히 지켜보는 것도 

여운이 많이 남네요.

꼭 미적지근한 바닷물같이.


멀리서 지켜보는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매력있는 발제자님께, 

죄송함과 감사를  !!



** 뭐랄까, 갑자기 생각났어요.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 로드 바이런

                        '해럴드 공자의 편력' 중에서, 캔토 4, 시 178


길 없는 숲에 기쁨이 있다

외로운 바닷가에 황홀이 있다

아무도 침범치 않는 곳

깊은 바다 곁, 그 함성의 음악에 사귐이 있다.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

이러한 우리의 만남을 통해

현재나 과거의 나로부터 물러나

우주와 뒤섞이며, 표현할 수는 없으나

온전히 숨길 수 없는 바를 느끼기에.


민경

성인식, 

“그래, 빨리 가. 20분밖에 안 남았다.”
아침 등굣길에 부모라면 자식에게 할 수 있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 말을 주인공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후회하며 살고 있다.

딸을 잃고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을 후회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내가 이해한다면 그것도 이상하겠지만 누군가와 관계가 끝나면서 했던 마지막 말을 후회하면서 지냈던 경험을 돌아본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도.

언젠가 왔던 길.

하지만 내 입에서 흘러나온 것은 전혀 다른 말이었다. 절대 나올 리 없는 말.
“또 올게.”

내 말이 누군가에게 잠시라도 기쁨이 될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그런 말을 아끼지 않고 한다. 물론 그 말이 진심일 때도 있고 그냥 흘러가는 말일 때도 있다.
누군가에게 칭찬하는 것이 나를 깎아 내리는 것이라 생각했던 어렸을 나를 생각하면 정말 많이 바뀌었다 스스로 생각한다.

멀리서 온 편지.

복에 겨운 여자네. 
결혼을 한다면 친정이 바다건너 멀리 있는 나에게는 그저 복에 겨운 소리 하고 있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멀리서 온 편지는 안중에도 없고 ‘결혼하면 어차피 친정집도 멀 텐데 시댁도 멀리 있으면 좋겠다.’ 생각하게 되었다. 남동생이 결혼한다면 난 절대 남동생 부인에게 우리 가족의 계란말이니 뭐니 이런 쓸데없는 가르침 따위 안하리라 다짐한다.


토론까지 마치고 나니 드는 생각은 하나.
나는 그동안 참 책을 가볍게만 읽었구나.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했던(내가 읽었던 책 또는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경험은 있으나
책을 읽고 설명하고 추천하고 책에 관해 대화를 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고민스러울 줄이야.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것에 주로 초점을 많이 맞추었다는 얘기가 많았습니다.
책 내용에 비해 너무 가벼운 발제를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컸지만
다들 책을 잘 읽어 주신 것 같아서 고마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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