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정기모임 - 말의 품격


토론 도서

말의 품격

발제자

조동진, 최보영

장소

답십리 모처

후기


준민

『말의 품격』에는 좋은 말이 많습니다. 비꼬는게 아니라 진짜로요. 하지만 전혀 와 닿지 않습니다. 한 챕터에서 조차 이야기가 분절되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은 말은 좋은 말로 좋은 에피소드는 좋은 에피소드로 따로 놉니다. 물론, 전혀 좋지 않은 이상한 주변 일화도 있습니다만. 

좋은 말이 담겨 있기 때문에 『말의 품격』에 대해서 나쁜 말을 하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뭔가 마음에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모진말을 하기도 뭐한. 그렇다고 모진말을 하지 않고 싶은 것도 아니지요. 제가 사랑하는 작가 윤지운의 사랑하는 작품 『달이 움직이는 소리』에는 이런 대사가 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건 그야말로 못 뱉는 거지, 뱉고 싶지 않다는 뜻은 아니잖아?”

마냥 좋은 말만 늘어놓는다고 언어에 따스함이 생기는 것도 말에 품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고 믿습니다. 그보다는 적절한 순간에 적합한 말을 하는 게 더 중요하겠지요. 제가 사랑하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은 이렇게 노래 불렀습니다. 저는 이 가사가 한 권의 책보다 훨씬 따스하며 품격 있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게 될까봐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듣고 싶은 말들은 따로 있는데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
늦지 않았다면 꼭 하고 싶은 말 

- 안녕하신가영의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


보영

언어, 단어의 가치를 생각해 보는 요즘, 혹시나 말의 격을 조금 높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으로 읽어 보고싶어 선정한 책이었습니다. … 책 중간에 사람에게 품격이 있듯 말에는 나름의 품격이 있다. 그게 바로 언품이다. 라는 구절을 보고 이 책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표지가 이쁜 책은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책을 고르는 것도, 말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것도, 세상에는 어려운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 낼 수 있었으면 참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서…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아 민망했는데 다들 도와주고, 동진오빠가 다른 진행자로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었습니다. 이번을 기억하고 다음 번에는 조금 더 나은 책을 고르고 발제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이유가 사라졌을 때 시작된다.’ 이게 바로 말의 품격 인가요… 


민경

정말 너무 더웠습니다.
최근 너무 더워서였을까요 안그래도 더운데 누군가 나의 심기를 조금만 건드리면 터질것 같았는데. 그게 하필 동생이였습니다.

이번달에 동생과 크게 다투고 화해한 뒤 책을 읽었습니다. 동생과 싸우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동생에게 막말보다는 따뜻한 위로를 해줄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책을 먼저 읽었어도 동생에게는 똑같이 막말을 했을 것 같아요.

평소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는 둥글둥글, 모나지 않은 대화를 했는데 유독 가족들에게는 간혹 뾰족한 말들이 오갈때가 있었습니다.

무엇이든 습관이 중요하고 연습이 중요하듯이 가족들에게도 뾰족하지 않게 내 생각을 말하고 둥글게 이야기를 들어주어야겠다고 속으로 작은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품격이 드러난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은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나의 인향이 내 가족, 친구들,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향으로 기억되었으면합니다.

그리고 둔감력 테스트 재밌었어요! 저는 평균 4.8 나왔네요ㅋ


종찬

어떤 글에 대해 비평하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지금 쓰여지는 글에 대한 비평을 각오해야 하죠. 말의 품격을 보면서 뭔가 어색하고 낯간지럽고 오글오글거린다는 생각을 했는데, 문득 내 글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잠언을 늘어놓고 싶어하고, 유식한 척 어려운 단어 쓰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마치 예전에 쓴 일기를 바라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고 나서 똑같은 감정으로 예전 독토 후기들을 바라보다 보니 점점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한 발짝 물러났습니다. 작가가 이런 책을 쓸 수도 있고, 많이 팔릴 수도 있고, 그 책을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만났으면 또 좋아했을수도 있죠. 그렇게 생각하면 시간이 좀 안맞은 거니까 그렇게 미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시간 하니까 그런데 요즘은 독토에서 늦게까지 신나게 먹고 마시고 노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다들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다음날의 나를 조금은 더 생각하는 시기가 와서일까요. 술을 마시며 손 사이로 빠져나가는 밤 말고도 붙잡고 살아야 할 것들이 생겨서일까요.

서운하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린 시절이 즐거웠다는 건 그냥 착각 같은 게 아닌가 싶어서. 지금의 기분을 잘 지켜보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다들 오늘 기분은 어떠신가요?


미정

참 상처가 많은 시대입니다. 어느누구 하나 직장 생활에서 움츠러들게 하는 말 들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 누구하나 뒷담화해보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길게 직장 생활을 해온 것도 아닐텐데요, 상대적으로. 
사실 이에 대한 원인 진단은 '예민성 테스트' 에서 어느정도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자신의 남의 생각보다 자신이 예민하다 생각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남의 예민성에 대해서는 덜 민감하다는 소리입니다. 말은 정말 많은 비언어적 배경과 메시지도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말이면 다'가 아닙니다. 자신의 논리적인 말이 다른 이에는 비논리적 행동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실 그래서 미안한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말의 품격을 통해 남의 예민함을 조금 더 존중해야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러분.. 잘할게요.. ㅠㅠ


세진

예전에 사주를 봤을 때의 일이 생각납니다. 저보고는 사주팔자 중 '말'와 관련된 한자가 8글자중 3글자가 넘는다고 했습니다. 말재주가 있어 언변으로 먹고 살 테니 그만큼 말조심을 하고 살라는 당부와 함께요. 당시에는 그냥 웃으면서 넘겼는데 진짜로 매일같이 목이 아프게 '말'하는 직업을 갖게 된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의식하지 않아도 늘 말조심을 하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을 신경쓰고 있습니다. 항상 말을 뱉어놓고 후회하고, 나에 대해 들리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살고 있는 저를 봅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언어(말)'는 저에게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참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말'을 주제로 다루는 책에 대해 기대감이 컸는데, 내용 자체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조금 실망스럽긴 했습니다. 많이 듣고, 뒷담화하지말고, 언행일치해라- 몰라서 못하나요 알고도 못하지. 라는 비뚤어진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도덕교과서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나의 언어 생활에 대해 성찰해보았다는 점에서는 좋은 기분전환이 되었던 듯 싶습니다.

즐거웠던 쪽은 역시 토론쪽이었습니다. 어느정도 예상된 방향이기는 했지만, 말에 대한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면서   개인적인 위안도 들고,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도 뒷담화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의연해지자는 것, 사람들은 관계의 마지막 모습으로 기억된다는 것, 여러모로 마음에 여운이 남네요. (명언제조기 준민옹 리스펙트합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대해 둔감해지되 내 말에 대해서는 스스로 좀 더 민감하게 다듬어나가야겠습니다. 그렇게 한 달동안 언품을 다듬어서 다음 토론때는 조금 더 예쁜 말로 표현해보려 노력해보겠습니다. 끝!


동희

말의 품격 

게감 있는 짙은 청색에 
생각보다 앙증맞은 사이즈. 
그리고 조그마한 검은 황소.

휘몰아치며 기대의 파장을 일으키는 서문.
궁극적으로 '나'를 읽는 것에서 사늘해지는 '나'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응!?

밑줄을 쳐 보여주고 싶었던 문장 중의 하나.
반응
대화의 물길을 돌리는 행동
상대가 건네는 말에 맞장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물길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왜 물길은 정해져 있는 건가요'

응!?

칠월. 하루의 찰나를 애정하고애정하는 
독토와 함께 보내서 너무 좋았습니다. 무척.


지훈

평소 언어 습관이 좋지 못했던 저로서는 제목부터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들어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을 보면 말로 천냥 빛을 갚는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느끼고는 하였기에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내용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밥을 먹으면서 우리는 말을 하고 서로 인간관계를 맺어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기반으로 한 토론에서도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닌 그 이외의  만남으로부터 진정한 인간관계가 생긴다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결국 말에 대한 책의 제목과는 달리 그 내용은 인간관계에 대한 것인 느낌이었습니다. 책의 뒷 내용은 언어에 대한 것이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그런 내용들은 좀 추상적이었고, 이에 대한 토론 내용도 상당히 추상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같은 책을 읽고 여럿이 모여 함께 하는 토론은 언제나 즐거운 것 일이었습니다.


윤정

전작 <언어의 온도>로 최근 많이 알려진 작가의 책이라는 점.
표지가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우며 손에 잘 잡히는 예쁜 책이라는 점.
게다가 누구보다도 말을 품격있게 하고싶은 나에게 매력적인 주제까지.

여러모로 읽고싶었던 이유가 가득했던 이번 달 책이었습니다.

책 자체가 주는 만족보다는 토론을 통해 느끼는 만족이 높았습니다. 책은 '말'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들을 적당히 던져주었다면, 토론에서는 독토사람들이 생각하는 말의 의미와 정의, 각자의 삶에서 경험하는 말에 대한 사례들이 좋았습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조금더 느낀것이 있다면, 책이 너무훌륭하지않아도, 토론이 완벽하게 준비되지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누군가는 속상하고 아팠던 마음을 눈물과 함께 털어놓기도하고,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며, 모두를 감동케할 어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것은 독토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병준

모두의 입맛에 맞는 요리는 존재할까?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한 최소한 정도의 차이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인류에게 진화라는 것이 가능했으리라.

이번 토론은 우리에게 진화의 싹을 틔웠다고 감히 평하련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라고 무조건 물고 빨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장단점을 파악하며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었다. 목차와 내용의 상이함이라든가 예시의 아쉬움 등은 우리 토론에 매우 고무적인 후기라 생각한다. 물론 완벽한 책이라면 좋겠지만 그만큼 독자로서 피동적이게 되지 않을까.

사실 말의 품격이라는 건 읽고도 잘 모르겠고 이국의 해변을 배경으로 책장을 넘기며 한 가지 생각은 적도의 태양만큼이나 강렬하게 와 닿았다.

나는 너무나 많은 말을 하며 살고 있지 않은가?

뒷담화든 실언이든, 요즘 위태위태함을 많이 느끼고 있다. 자중해야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윽씌 정준민이다 이러케 말씀드릴 수 이쓰요

"무릇 진정한 관계란 모임의 사유가 딱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만나게 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


병주

토론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그래서인지 토론이 끝나고 토론의 주제들을 곱씹게 된다. 준민형이 해준 인간관계에 대한 말과 힘이 되는 위로 등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말인 거 같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뒷담화이다. 뒷담화는 참 자극적인 주제이다. 그리고 그 인식은 굉장히 부정적이기도 하다. 뒷담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개념이 서 있지 않아서 인지 토론을 할 때 혼란스러웠다. 토론이 있기 전 뒷담화를 단순히 근거 없는 비판, 겉과 속이 다른 모습 등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토론을 하면서 그 범위가 좀 더 넓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느낀 것은 뒷담화는 굉장히 흔하다는 것이다.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 평가가 들어가게되면 대부분 뒷담화가 된다. 일하는 동료, 친구, 연인 과 같이 너무 많은 주제들이 포함된다. 나도 알게 모르게 판을 깔거나 참여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장 최근에 있었던 술자리에서도 뒷담화가 있었다. 물론 단순한 안주거리는 아니었다. 같이 여행을 갔던 친구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트러블과 같은 나름의 이유가 있는 사람에 의한 고충이었다. 대부분의 뒷담화가 그렇듯 토론 때 이야기 되었던 개선의 효과까지는 기약이 없어보였다. 다만 왠지 오늘도 평소와 크게 다를바 없었던 거 같은데 그것이 뒷담화라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동진

어느때보다 말들과 정보들이 넘쳐나는 요즘 상황에서 우리가 하는 말들에 생각해보자는 취지, 우리가 위로받을수 있는 따뜻한 말들이 무얼까하는 취지의 애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뒷담화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가지고 부정적인 면말고도 다른면을 틀어서 보고 싶었는데 그런 부분에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거 같습니다.
책을 보고 토론을 하면서 계속 든 생각은 저에게 더 필요한 소양은 말을 잘하고 뭐 진정성이 있고 그런게 아니라 말을 하기전 조금더 생각하고,더 듣고,평소에 제가 무슨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리가 되어야 그게 말로 나오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결국에 말의 품격이란 것도 사람입에서 나오는 것이기에 사람의 품격에 측면에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발제를 하기전 세심한 책 선택이 필수적이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된 발제임에 더불어, 부족한 책으로도 풍성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독한녀석들의 품격?! 에 경의를 표하는 바..............)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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