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정기모임 -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토론 도서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

발제자

정준민

장소

난지캠핑장

후기

윤정

6월의 난지에서 진행될 토론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지만, 업무가 가장 바쁜달에 이런저런 집안행사까지 겹쳐 참석을 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13일. 전날 강원도출장을 다녀왔는데 다음날 목포 출장이라며 투덜대던 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피곤한 몸을 억지로 끌고 도착한 영암의 한 학교로 향하는 차창 밖으로 노란 현수막 물결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TV속 어디선가 보던 거대한 배 한척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날이 일어나기 1년 전, 안산에서 함께 수업했던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이런 제 삶의 작은 조각들이 저를  6월의 난지로 이끌었습니다.

그날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결국 외면했고, 그렇게 잊었던 것에 대한 죄책감과 빚을 조금이라도 덜고싶었던 것 같습니다.

책은 담담하게 그날의 아픔을 가슴깊이 애도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충격적인 영상이나 묘사없이,

그리고 그날도 지금도 '관객'으로서 수동적으로 머무를 수 밖에 없었던, 그러기로 선택했던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앞으로 무대로 나갈 수 있는 동력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분명 짧은 책이고 빨리 읽었지만, 쉽게 소화가 되지 않는 책입니다. 그럼에도 다시 손이가고, 사유하게 되는 끌림이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토론은 이 책에서 말하는 '고정관념'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진리 사건'이란 개념의 이해, 카타르시스와 흔들림에 대하여,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반복에 대해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습니다. 언제나 어렵다고 피하고 싶어하는 '철학'이란 주제를 들고와 조금이라도 공부할 수 있게 하는 발제자에게 감사합니다.

그렇게 나와 독한녀석들의 시간은 항상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번 난지와 이번의 난지는 분명 다른 깨달음과 즐거움을 주기 때문입니다.


민경

얇은 책한권을 읽었다고 철학에 대해 조금 알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것 같지만,
윤정이 남편처럼 비유하자면,
철학이 100이면 0.8정도 알 수 있게, 느끼게 해준 책인것 같습니다.

<철학을 지탱하는 정동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슬픔이기 때문이다.>

'정동'이라는 단어의 뜻도 몰라서 사전을 찾아보고 그 단어에 해석을 집어 넣어 다시 읽어봤더니 1도 모르겠던 문장이 조금은 알것 같았습니다.

<철학을 지탱하는 객관적으로 드러난 감정 중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슬픔이기 때문이다.>

책을 펴고 3 페이지 정도 눈으로 읽고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말 오랜만에 발표하듯 소리내어 한줄 한줄 정성껏 읽었습니다.
눈으로 읽다간 쏟아지는 잠을 버티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만큼 저에게 익숙한듯 낯선 단어들이 가득했고
알듯 모르겠는 문장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소리내 읽고, 발제자님의 말대로 그때그때 미주를 따라가면서 읽다보니
어느덧 책을 다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다시 한번 그 사건을 생각할 수 있었고,
앞으로 정치에,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겠다 반성했습니다.

<철학의 임무는 조난당한 삶을 조난당하기 이전의 삶으로 되돌리는 것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철학은 방황을 지지한다.>

진리의 사건을 겪고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능하지도 않지만,
겪고 난 뒤의 방황을 지지한다고 하니.
앞으로 철학과 좀 더 알아가며 나의 방황 또한 철학이 지지해주길 바랍니다.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토론을 만들어준 발제자 준민오빠님
난지캠핑이 이뤄질 수 있게 잘 이끌어 준 병준오빠님
열심히 고기 구워준 종찬오빠님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은 노래 들려준 동진오빠님
여기저기 도움이 필요한 곳에 딱 나타나서 도와준 영진오빠님
동갑내기 친구들과 함께해서 더 좋았던 88년생 여자 친구들

비오는 날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 먹고 좋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동진

세월호 관련 책이라 음울한 느낌일거라는 예상을 깨고 생각보다 담담하게 철학을 애기하는 책이었다. 세월호 애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본 독자라면 조금 아쉬움이 남을 책이었겠지만 난 그 편이 아니어서 좋게 봤다.토론 또한 세월호의 내용은 많지 않았다는 것

다만 좋은 책을 바쁘다는 핑계로 정독을 못한게 다소 아쉽다.책을 읽으면서 내가 사는데 있어 철학은 어떤 효용을 제공해야 되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나 혼자 예전에 정리한 답이 생각나서
다시금 철학 책을 끄집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인생은 앞으로 진행되는 건지 무한루프인지에 대한 저자의 썰풀기도 좋았다.

우리의 난지도 캠핑 혹은 다음달 그다음달 계속 있을 것 같은 독토도 무한루프가 계속 되길 바래본다 이런 무한루프는 좋지 아니한가?


영진

철학과 슬픔이 이렇게 밀접 할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철학의 번역으로서의 역할을 아주 잘 느끼게 해준 책이었습니다. 또한 철학은 응당 그렇게 생각했던 것들, 무의식적으로 인지했던 것들, 모호하게 느꼈던 것 들을 의식의 표면으로 끄집어냄과 동시에 명확하게 해줍니다. ‘그 사건’이후 일련의 감정, 행동이 철학적 언어로 번역되었을 때 무릎을 ‘탁!’ 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속지 않고 방황하고 좌절하고 또 방황하고.. 철학은 끊임없이 ‘왜?’라고 질문을 던지라는 것 같습니다.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더 이상 파고들 수 없다고 믿던, 딛고 있는 바닥을 향해 진리를 위한 곡괭이질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비 오는 날의 난지캠핑은 처음이었는데 덥지 않은 점이 제일 좋았습니다. 캠핑장에서 수육을 먹어보긴 처음이었네요. 가게에서 파는 것 보다 더 파는 것 같아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거기다 육수로 끓인 라면까지.. 캠핑요리의 발전은 어디까지일지 궁금하네요.


종찬

그러는줄도 모르게 또 우리는 나중에 기억될 한 순간을 살았나 봅니다. IMF도 있었고, 월드컵도 있었고, 탄핵도 있었지요. 원래 한 30년을 살면 이런 경험을 다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바뀌지 않을 거라 생각한 것들이 바뀌어가네요.

변화는 늘 거대하게 일어나고, 내가 그 시절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늘 다릅니다. 그것들을 더 큰 관점에서 ‘번역’한 책이었습니다.

재밌다는 평가가 말문에서 막히는 주제였지만, 어느 한 편으로는 시원하고, 따뜻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쉬운 애도 대신 슬픔을 그러앉고 광장에서 버틴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그럼에도 그런 이유 때문에 애도가 될 수는 없는 위로. 위로받고, 애도해서는 안 되는 깊을 수록 의미있는 슬픔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1년, 2년, 5년, 10년 후에 우리는 어떤 기억을 공유하고 또 얼마나 다른 해석을 지니고 살아가게 될까요.

요즘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병준

'남자라는 사실 때문에, 여자라는 사실 때문에, 학생이거나 직장인이라는 사실 때문에, 남편 또는 아내라는 사실 때문에 포기되어야 했던 또 다른 삶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방황의 궤적을 그리기 시작한다'


광고인 박웅현 씨는 그의 저서를 통해 책은 도끼라는 비유를 들었다. 그의 독서법에 따르면 나에게 이 책은 손잡이는 짧을지언정 날은 아주 잘든 도끼였다.

일반적인 교과 과정을 밟아온 사람이라면 으레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져있다. 누군지 모를 사람이 짜 놓은 각본처럼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사는 것이 진리요 본분이라는 생각을 나조차도 추호도 의심해 보지 않았었다. 그 탄탄한 고정관념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대학의 입학 즈음이었고 매일 조금씩 그 금은 깊어지고 있다. 이 책은 그 금을 일격에 쩍 하고 쪼개었다.

저자의 말처럼 세월호 사건과 그 유가족의 투쟁은 사회 전반의 금들이 금기나 터부가 아니라 새로운 알을 깨기 위한 생명의 징표라는 깨달음을 던져주었다. 일개 사건으로 치부하고 감상에 빠졌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더 큰 슬픔을 부어서 슬픔을 넘치게 한다는 것, 잊는다는 것, 회피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태도인지에 대해 이성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철학의 기저에는 슬픔이 존재한다는 저자의 표현이 오래 여운이 남는다.

발제문 중에서는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된다'는 라깡의 주장을 다뤄서 좋았다. 책을 읽을 때는 감흥이 없던 부분인데 발제문으로 다뤄지니 더 와 닿았다.

캠핑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으나 내년에는 올해보다 발전해야 한다는 모두에 대한 부탁과 스스로의 다짐으로 함축하련다.


보영

내용은 캠핑하고는 살짝 안어울렸으나 얇아서 좋은책이라 생각했다. 그간의 사건들을 정리해준 책으로 끝났다면 아쉬웠을 텐데….  내용을 기반으로 쉽게 철학에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책이었다. 애써 외면하고 마치 세월호를 잊은듯이 외면하고 살아가던 우리들에게 하나의 작은 촛불이 여러 개가 되어 광화문 광장을 뒤 덮는 장면으로 인해 진리를 찾아간 것과 같이… 마치~인듯 살아가던, 애써 외면하고 덮으며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진리를 생각 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었다.

시간은 흐르고 그것을 느끼는 계기는 나에게는이 모임도 큰 차지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난지 캠핑 역시 반복되는 일상의 흐름을 끊어주고 잠시나마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말로만 듣던 난지 캠핑…드디어 참석했군요! 이제는 나도 진정한 독토인!!! 고기도 먹고 새우도 먹고 재밌었습니다~! 다음번엔 밤새서 즐겁게 놀고 싶군요…


준민 

1) 방황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그 방황을 지지해주는 근거는 무엇일까요?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는 계속 밀려오는 슬픔이 방황의 근거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런 저런 위로가 닿지 않고 계속해서 슬퍼할 때 진리의 상실은 해결되지 않는 상태로 있습니다.

2) 저는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치 슬퍼하는 듯’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3) 물론 어떤 때는 슬픕니다. 윤지운의 작품을 읽을 때나 손보미의 『디어 랄프 로렌』을 읽을 때는 슬픕니다. 솔직하게 털어놓으면 슬퍼하기 위해서 읽었습니다. 슬프면 ‘마치 진리의 상실이 해결되지 않은 듯’이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4) 백상현은 ‘어버이연합’이나 ‘태극기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저 트라우마를 일으킨 순간으로 돌아갈 뿐이지요. 더 이상 슬프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슬퍼하는 사람들의 시간은 흐르지 않습니다. ‘어버이연합’이나 ‘태극기집회’에 나가는 사람들의 시간만 흐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5)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의 시간이 흐르고 있기를 (혹은 앞으로 흐르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후기 단어 분석


이번 달 후기로 모아진 텍스트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by 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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