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월 정기토론 <마녀의 한 다스>

토론 도서

마녀의 한 다스 (요네하라 마리)

발제자

김미정

장소

연희동 달램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 384-11

후기


종찬
 통역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사람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나라 사람도 서로 다른 사람이기에 새로 만나면 발견할 것이 많은데 심지어 그 사람이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하는 말을 듣고 전해줘야 하는 거니까요. 그 한 번의 통역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 사람은 통역가겠죠.

같은 유형의 사람만 만나다 보면 인간에 대해 잘못된 추측을 쌓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문에서도 나왔던 그런 ‘무신경함’을 스스로 싫어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그렇게 추측하고 행동한 경우를 떠올리면서 수도 없이 이불킥을 하는 나로서는 굉장히 부러운 직업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통역가들끼리 하는 이야기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즉 그 유형의 사람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같은 유형의 사람들끼리 만나는 시간도 필요하지요.

앞으로 내 앞에 놓인 길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자 토론이었습니다.

매크로와 마이크로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겨울에 대한 좋은 기억은 주로 따뜻한 장소와 순간에 연관이 있습니다. 그 말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추운 상태가 더 일반적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러니 따뜻함이 소중한 거죠.

소중한 마이크로.
이번 토론이 올 겨울의 소중한 마이크로 중 하나이길 바랍니다. 모두에게.


현정
 가볍게 쭉쭉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독서를 임해서인지 나에게 '마녀의 한 다스'라는 책은 다가가기 어렵지 않은, 장벽이 결코 높지는 않은 책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독서라는게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임하냐에 따라 달리 다가오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어쨌든 이 책 자체가 난해한 스타일이 아니라는 데에는 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공감 해주지 않을까. 우선 이번 기회를 통해 요네하라 마리라는 매력있는 작가에 대해 알게되었다는 데에 큰 만족을 하고 있다. 타 국가 문화에 대한 흥미 특히, 러시아권과 일본에 대한 책에 흥미가 생긴다면 다시금 이 작가가 생각 날 것 같다.
두번째는 통역가라는 직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이 생겼다는 것. 그저 외국어에 능통하여 문장을 번역 해주는 사람, 전문가 정도로만 느껴졌던  통역사라는 직업에게서 의외로 다양한 능력치가 배양되어야 한다는 점을 발견하여 흥미로웠다.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 일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으며 광범위한 전문 지식에 언제든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등 그야말로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직업이 아닌가?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이 매력있는 작가는 나에게 다시금 대단하게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번 토론은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으며 여운도 꽤 남아있는 듯 하다. 


준민
 에버노트에 요네하라 마리라고 검색을 해봤습니다. 처음 등장하는 건 2015년 5월입니다. 그 때 책을 사서 묵히다가 2016년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토론 때도 말했지만, 저에게 마리 여사는 2016년의 저자였습니다. 집어 든 책마다 즐거웠고 그러다 보니 많이 읽게 되었으며 자연스레 그렇게 쓰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마리 여사의 책으로 2016년 마지막 토론을 장식하게 되니 뭐라고 해야 하나, 감개무량하네요. 제가 진행한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토론도 즐거웠고 뒤풀이 때 영진이의 드립도 즐거웠습니다. 뭐 이런 이야기는 다른 분들이 할 테니 저는 조금은 오글거리는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요. 

저는 마녀의 한 다스를 읽으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네. 저도 압니다. 무슨 책이든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지만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했을 때 마녀의 한 다스가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책은 아닙니다.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죠. 제가 눈물을 뽑은 구절은 여기였습니다. 

눈시울과 콧등이 찡하며 뜨거워지더니 어느새 질펀하게 뭔가가 흘러 내렸다. 나는 나 스스로를 객관적이며 분석적이며 냉정한 인간이라 생각해왔다. 로켓이 발사된 정도로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부류의 인간이라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
- 요네하라 마리, 마녀의 한 다스

지난 11월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한 5년 동안에 나눠서 흘려야 했을 눈물을 한 달 동안에 다 쏟아냈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분석적이며 냉정한 인간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게 많은 눈물을 흘리는 부류의 인간이라고는 그 이전에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구절에 공감했고 또 울어버렸습니다.

사람은 어떤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이면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사건이 무엇인지 주로 어떤 것이 사건이 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사적 개인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스펙터클한 2016년이었습니다. 그런 만큼 새롭게 알게 된 이면이 참 많습니다. 다가오는 2017년에도 또 그렇게 새로운 이면을 발견한다면 좋겠습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어 소망을 하나 더하자면 저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이면을 발견할 수 있는, 무언가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럴 수 있겠지요? 


윤정
 이번달 토론 도서 <마녀의 한 다스>는 오랜만에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은 기분좋은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문화간 소통을 이야기하는데, 무엇이 옳다 그르다라고 주장한다기보다 어떤 소재 혹은 주제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

더 즐거웠던것은 언제나 그렇듯 독한녀석들 사람들간의 토론이었습니다. 발제자의 개인밀착적이면서 독한녀석들 이라는 모임에 집중된 질문들을 통해 좀더 모임에 대한 애정도 다지고 자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만족스럽습니다.

당일 컨디션이 너무나 좋지않았지만 자리를 떠나고싶지않게 만드는, 그리고 잠시나마 컨디션이 회복되는것 같은 느낌마저 들게만드는, 그런시간이었습니다.

내년 연말에는 또 어떤책으로 만나게 될까요? 그때의 저는 얼마나 더 책을 즐겁게 읽고있을지 독한녀석들 중에 뒤를 이을 품절녀or남은 누굴지 기대해봅니다.


동희
아! 

정말 즐거웠습니다!

발제자에게 박수를!



스티브 진은 정말 대단했지요!

휴대폰에서 불어나오는 그 광풍은 

실로 어마어마했습니다!


영리한 책임감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내년에 산뜻하게 

만나요, 우리☞☜


나와 작은 새와 방울 

                                    - 가네코 미스즈                       

내가 두 팔을 벌려도 
하늘을 날 수 없지만 
날 수 있는 작은 새는 나처럼 
땅 위를 빨리 뛰지는 못하지. 

내가 몸을 흔들어도 
예쁜 소리는 나지 않지만 
예쁘게 울리는 방울은 나처럼 
많은 노래를 알지 못하지. 

방울과 작은 새, 그리고 나 

모두가 다르고 모두가 좋네


병준
'마녀의 한 다스'의 번역가 이현진씨는
"네 상식이 내 상식이 아니다"라는 이방인, 경계인의 입장을 말하고 싶다고 한다.
경계인이라는 말이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주관적으로 판단하기에 내가 경계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틀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아마도 여행을 할 수록 더 그런 경향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여행의 목적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내 사고와 감각의 스위치를 바꾸기 위함이라고 말해주곤 했다. '마녀의 한다스'를 읽고 나니 해줄 말이 더 생겼다. 여행은 나의 상식을 되짚어 볼 계기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던 건 그런 이유 때문이리라.
토론 혹은 '책읽고 술마시는 모임'의 느낌도 비슷하다. 여행하는 기분. 
사랑하는 이들과, 유독 더 사랑하는 사람과 매월 여행하는 기분으로 참여하는데, 이번 토론은 더욱 그런 기분이 들어 좋았다.
여행이라는 게 늘 그렇듯이, 같이 간 사람들과 더 친해져서 돌아오는데 이번 여행길에는 현정이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특히 더 의미있었다 하겠다.
반가운 뽀영이는 더이상 "그러나 남자들 눈에는 안보영"이 아니라 지나가다 보면 뒤돌아볼 정도로 이뻐진 반면, 우리 종찬이는 날이 갈수록 못나지고 있다. 다시금 제 생활을 찾고 잘생김을 장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쏘주 선생의 "무뎌지지 않는 것들"에 대한 속내도 진솔해서 좋았고, 준민옹의 혹심은 늘 그렇지만 무뎌지지 않는다.
윤정이는 결혼을 코앞에 두고도 모임에 참석하면서 연말 특집으로 모임의 의미나 그에 임하는 자세 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여지를 청접장의 무게만큼이나 주었다. 동희는 같은 무게만큼의 침묵을 유지해서 다음에 따로 주리를 틀어야겠다.


영진
 “더욱 풍성한 병신년 결산을 위해 지화자!”

 작년 후기의 마무리입니다.
올해는 결산을 하지 않았으니 넘어가고.
과연 올해의 나는 작년 나 앞에서 얼마나 당당할까? 를 고민하려다가 ‘굳이 자발적으로 늪에 빠질 필요가 있나’ 해서 넘어가고.
문뜩, 나는 저 丙申年이 이런 丙申年일 거라 짐작이나 했을까.. 뉴스가 풍성하긴 한데.. 
넘어가고..

 시를 주제로 연말을 보낸 게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또 다른 연말을 맞이했습니다. 이번엔 주제가 뭐였을까요 떠오르는 게 여러 가지라 딱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그래도 많이 웃은 건 확실 한 것 같습니다. 아 그렇네요 올 연말은 ‘웃음’으로 가겠습니다. 내년엔 뭐가 될지 궁금하네요

 지상 0.5층의 아담한 카페에 우리끼리 왁자지껄 웃는 모습을 창밖에서 바라보는 장면을 상상하노라면 스쿠루ㅈ.. 아니라 성냥팔ㅇ.. 아니고 훈훈한 모습이 그려집니다. 다같이 모여 피자를 먹는 모습이 정말 따뜻하게 그려지네요
 연말모임인데 음주운전 걱정없고 대리기사 걱정없고 숙취걱정 없고 두 탕 뛸 걱정없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연말모임 아니겠습니까 아주 칭찬해

더욱 새로운 정유년을 위해 지화자!


미정
기대치는 낮을 수록 좋다고 했건만, 연말+토론만을 위한 카페 대관이라는 데에 독토인들이 큰 기대감을 갖고 올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별 큰 기대를 안하고 온 사람들 덕분에 즐거운 토론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몇몇 분들이 말씀했다시피, 네, 기억에 남는 부분은 많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발제는 그닥 의미가 없다는 뜻이죠. 하지만 즐거웠던 건, 마지막으로 갈수록 매크로에서 마이크로로, 갖고 싶은 능력 등에 대해 즐겁게 얘기해준 독토인들들 덕입니다.
 기승전결이 있는 짜임새 있는 시간은 아니었습니다.하지만 연말이니, 즐거웠으니 되었다고 생각하면 제 부덕인가요. 요네하라 마리는 이것도 상대주의라며 웃으며 넘겨주겠죠? 
 서로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고 따뜻한 시간이었다면, 네, 그걸로 되었습니다. 연말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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