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한 권, 한 장, 한 곡

매 달 인상깊었던 책 한 권, 앨범 한 장, 노래 한 곡을 소개합니다.

베른트 브루너 눕기의 기술

제목만 보고는 실용 서적이라 생각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아주 편한 자세로 누울 수 있다거나 잠을 더 푹 잘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부제로 달린 수평적 삶을 위한 가이드북이란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책을 펴보니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눕기의 기술』은 눕기와 관련된 잡다한 이야기를 모아둔 역사책입니다. 꽤나 시시콜콜합니다. 뭐 이런 걸 책으로 썼나 싶을 정도에요. 하긴 눕기에 관한 책인데 딱딱하게 각이 잡혀 있다면 그 또한 이상할 겁니다.

저자는 뛰기와 걷기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말합니다. 몸이 좀 노곤한 상태로 누워야 편안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잘 쉬워야 다시 일어나서 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눕기를 다시 달리기 위한 재충전의 의미로만 한정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내 자신을 풀어놓기 위해서 보다 자유롭기 위해서 몸이 피곤하지 않아도 드러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의 눕기는 어떻습니까? 혹시 체력회복만을 위해서 드러눕고 있지는 않습니까?


안녕하신가영 좋아하는 마음

작년에 인상적인 앨범을 발표했던 안녕하신가영의 새 앨범입니다. 5곡이 수록된 미니앨범으로 지난 작품들과 비교해보면 조금 더 톤이 다운되어 있습니다. 잔잔합니다. 언뜻 들으면 그 노래가 그 노래 같기도 합니다.

각각의 노래에 생명력을 불러 넣어주는 건 가사입니다. 타이틀 곡인 『좋아하는 마음』은 지난 작품들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서로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단어를 병렬로 배치해서 하려는 말을 또렷하게 전달합니다. 다른 트랙들은 그런 특징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비를 기다려』는 중간에 빠진 이야기를 상상하게 만들고 『숨비소리』는 특정한 장면을 떠올릴 수 있게끔 묘사해냅니다.

표현방법이 다양해지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더 많아집니다. 앞으로 그녀가 들려줄 이야기들이 기대됩니다.


보보 늦은 후회

어떤 방식으로든 좋아하는 노래가 재조명 되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 강성연이 나온다는 말에 처음으로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을 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웠습니다. 가물가물하지만 『늦은 후회』의 첫 무대를 봤던 것도 같습니다. 나름대로 휘황찬란한 무대 한 구석에서 김형석이 피아노를 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저는 『늦은 후회』가 김형석이 만든 수많은 명곡 중에서도 단연 빼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노래는 클라이막스를 고음으로 대충 때우는 발라드와는 달리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듣기가 편해 자주 들어도 물리지 않습니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에 함께 나왔던 차태현은 역시 메이저는 다르다며 15년이 지나도 좋다고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결혼해줘』, I Believe, 『사랑이라는 이유로』와 같은 김형석의 명곡들은 빛을 잃어버리지 않았습니다.  

흔히들 『늦은 후회』를 여자를 대변하는 노래라고 말하곤 하지만 키만 바꾸면 남자가 불러도 잘 어울립니다. 다음에 노래방에 가게 되면 꼭 불러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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