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정기모임 후기




선정도서
일의 발견
(후보였던 책 : 구토, 월든)

진행 조동진, 박종찬

100자 후기


정재승

몇달동안 참석하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독토에   참석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소 어려운 부분들고 있어서 토론때 어떤 말을 해야할지 걱정되었지만 발제하신 의도대로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던 토론이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해서 좋았습니다. 두분이 토론 준비를 워낙 잘 해주셔서 다음달 발제인 저에게 부담을 많이 주셨지만 그만큼 이번 토론이 저한테 만족스러웠습니다. 발제책을 다 읽지 못한 것에 대해 준민형의 따끔한 일침(?) 때문에 찔린 감도 없지 않았고 죄송한 마음도 들었는데요, 다음에는 되도록 책을 꼼꼼히 다 읽고 갈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배병준

일이란 무얼까

불꺼진 사무실에서 홀로 생각해본다.
하루 12시간이 넘게 나를 지배하는 것
때로는 자다가도 이불킥하며,
때로는 해외에서 와이파이 찾아댕기며 붙들고 사는 것

일말의 양심과
일부의 책임과
다소의 불안함과
전부의 관성으로 아침에 눈이 떠지는 이유

저자의 말처럼
누군가 창조해내는 것이 아니라
기필코 내가 발견해야만 하는 것
그 때까지는 흐물흐물해진 몸뚱아리를 끌며 집을 향할 수 밖에 없는 것

단 몇 시간의 토론은 끝나고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지만
그저 책도 토론도 고맙다는 말밖엔...

지금의 내 모습이, 지금의 내 일이 내 인생의 마지막은 아니라는 것에 안도하며 살아갈 밖엔


박동희

(전제 : 나는 책을 완독했고, 토론도 참여적으로 임하였다.)
책을 반납했다. 책에 대한 후기를 쓰려고 에버노트를 열었다. 레테 강의 강물을 한사발 들이킨 기분이다. 아니, 들이켰다. 내가 과거에 이미 맛보았던 느낌을 잃어버려, 상처가 아문 후 새로 돋는 피부처럼 그 느낌을 되살려야 한다는 기분이 밀려온다. 책을 읽으면서 끄적인 것들을 본다. '일은 일 이외의 삶을 잠식한다', '일은 사람들에게 정체성과 자기 가치, 그리고 자기 주변의 세상을 형성하고 거기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는 노동력과 자유를 동시에 소유하고 있다.', 'new little man'. 아무 느낌이 없다. 감정의 동요도 없다. 블루 칼라가 아닌 그렇다고 화이트 칼라도 아닌 미적지근한 위치에 서있는 내가, 한량이면서 한량이기를 원하는 내가, 본능적이면서 무의식의 팽배한 영향력 하에 책을 읽었기에 이런 일이 발생되었다. 
이런 내가 토론은 어떻게 하였을까...
주도면밀하고 지극히 계획적인 두 사람에게 홀린 것일까.  간결한듯 보이나 구체적이며 세밀한듯 보이나 큰 구같은 발제문과 더불어 거미가 거미줄에서 줄타는 듯한 진행이 루어였다. 
건두부만 계속 생각 날 줄 알았는데, 아......가지탕수육!! 가지와 찹쌀 반죽의 만남.
큐시트 탐난다. 꽃피는 3월에 만나자꾸나.


오윤정

이번달 도서 《일의 발견》은 나의 '삶',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청년세대에게 중요한 과업인 '일'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발제문을 통해서 나름대로 '일'을 정의하고,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평가와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이 '옳다.' 혹은 '바르다.' 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닌 나에게, 다른이에게 '일'이 어떤 의미인지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다만 결국 '일'때문에 바쁘고 분주하다는 이유로 토론을 충실하게 준비해야 하는 '일'에는 소홀히 하여 책을 꼼꼼히 읽지 못하고 토론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반성합니다. 

어떤 종류의 '일'이든, 스스로를 성장케하고 내면에 만족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 제가 깨달은   '일의 발견'입니다.


김미정

다 읽진 못했지만 꼭 다 읽고싶은 책이다. 물론 난 일에 지쳐 힘든 상태다. 하지만 일이 왜 힘든지 알게 해줄 것 같은 책이다. 
다 듣진 못했지만 꼭 다 들어주고픈 고민들과 토론이었다. 물론 모두는 일에 지쳐 힘든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든 걸로 그만은 아니다. 힘듬과 일의 가치 (토론항목들)가 연관성을 가지고 논의 되었다면? 
하지만 토론이 발제자와 다른 이들에 일이 되진 말아야겠지. 성토 자체가 하나의 위안이 되었다는 점에서 여가였다.


조영진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먹고 살면 행복한 것일까? 좋아하는 것을 잃게 되는 것 아닐까? 
좋아하는 것은 아마추어의 영역에 남겨두고 내가 잘 하는 것을 프로의 영역으로 가져와야 맞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일을 잘 하면서 여가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행복의 방법 같다. 직업은 좋아하는 것 보단 잘하는 것을 선택 할 것. 
‘일 자체를 즐기는 것’이 많은 지지를 받았다. 나 또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두었다. 일을 즐기고 있지 못하거나 즐겁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방증일 것이다. 일을 즐겁게 하고 싶다는, 즐겁게 일함으로써 오래 하고 싶다는 뜻인 것 같다. 
언제부턴가 나는 뭐든 즐거워야 좋다는 함정에 빠진 것 같다. 즐거움을 얻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즐겁게 임하는 것이 좋은 과정을 거쳐 아름다운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맹신에 빠진 것 같다. 애초에 누가 일과 즐거움의 조합을 만든 것인가? 일은 성실함과 보람에 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던가? 일이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 혹은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은 적극적으로 동의하긴 어렵다. 
토론의 주제가 일이었음에도 ‘보람’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생각이 들게 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이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이는 즐기는 이를 이기지 못한다.’ 그런데, 즐기기만 하는 이는 아마추어다.


정준민

1. 러브라이브 극장판의 국내 개봉과 함께, 한동안 그만두었던 러브라이브 모바일 게임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즐거웠으나 도로 힘겨워졌습니다. 이벤트 카드를 ‘얻기 위해서’ 매일 매일 게임을 ‘해야 한다’는 건 사람을 지치게 만듭니다. 게임을 일로 만들어버리니까요.

비단 러브라이브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에 나오는 온라인 기반 모바일 게임은 지나치게 일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일로 만들기 때문에, 더욱 열중하게 만들기 때문에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면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2. 러브라이브 극장판은 TV 애니메이션의 후속작이자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작품입니다. 극장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TV 애니메이션을 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러브라이버로써 극장판을 안 볼 수는 없으니 그 동안 미뤄두었던 TV 애니메이션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이거, 정말 재미없습니다. -_- 재미없는 작품을 ‘극장판을 보기 위해서’ 보고 있으니 고통이 두 배. 그깟 애니메이션 안 보면 그만이지 했다가, 지금까지 재미없게 봤던 시간이 아까워서 간신히 끝까지 봤습니다. 이제 극장판만 보러 가면 되겠군요. 정작 극장판도 재미없다는 말이 많아 걱정이긴 합니다. 

그깟 극장판 안 보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러브라이버로써 한국에 개봉을 하는데 보러 가지 않을 수는 없습니다. 어떤 여가는 당위성이나 필연성 따위의 알 수 없는 이유가 붙으며 일처럼 변하기도 합니다. 

3. (보수를 받지 않는, 보다 넓은 의미로 일을 정의할 때) 독서는 일일까요 여가일까요? 애매한 어딘가에 존재합니다. 누군가는 독서를 취미 칸에 써넣고 싶겠지만, 누군가는 독서는 응당 해야만 하는 일이므로 취미 칸에 써 넣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독서를 일처럼 하는 것도 좋습니다. 앞서 일처럼 하는 온라인 게임에서 말한 것처럼 보다 열중하게 만들 수는 있으니깐요. 하지만 지나치면 오래가기가 힘듭니다. 그렇다고 너무 여가처럼 즐기면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을 수 있습니다. 의미를 부여하여 어떻게든 끝으로 향하여 책 한 권을 읽으면, 그건 그것대로 좋을 겁니다. 

4. 독한녀석들의 시스템을 살펴봅시다. 매 달 책을 정하고 토론을 합니다. 책 읽기 및 토론 참여는 필수는 아닙니다. 책을 읽고 토론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지만, 빠진다고 엄청난 페널티가 있는 건 아닙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이 빠지면 곤란하겠지만요.

다만, 토론에 참여했다는 전제하에 토론후기만큼은 비교적 강압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후기 쓰기는 일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그래도 모아놓은 글을 쭉 보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서 시작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 년 지난 뒤에 보면 더욱 좋겠지요.

5. 여기까지 오면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리송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 자신도 이 글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알 수 없는 지경이니까요.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만약 후기가 강제적이지 않았다면 이 글이 탄생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후기 쓰기가 늘 힘든 건 아닙니다. 글쓰기는 비교적 좋아하는 편이니까요. 다만, 이번만큼은 어려웠습니다. (‘어려웠습니다’라고 쓰고 ‘귀찮았습니다’라고 읽어야 합니다.) 다음에도 어려우면 어떻게 하냐고요? 어떻게든 될 겁니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써서 냈으니까요. 듀나의 명문이 떠오릅니다.

그래도 어떻게 풀어가긴 할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으니까. 보라, 벌써 이 글도 끝이 나지 않나. 
-   듀나, 나는 소설을 어떻게 쓰는가.


박종찬

이번에는 결코 하고자 하는 말을 직접 내비치지 않는 발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동진형과 함께 해서 많이 도움을 되었습니다. 아래는 발제를 시작할 때 함께 정했던 목표입니다.

각자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듣고, 그것을 통하여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하는 것.

목표에 비추어 보면 나름대로 잘 진행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 고민이 많이지는 발제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동진형에게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조동진

먼저 이번 토론의 목표는 일과 삶의 균형과 그것에 관련된 얘기할 시간적 공간적 판을 마련해 주는 것이었는데 목표엔 근접한 거 같아서 만족스럽고
오랜만에 발제라 살짝 부담이었지만 종찬이랑 더블로해서 한결 부담이 덜했을 뿐더러 의견이 너무 잘통해서 "흥''나게 했습니다.
새로운 컨셉 시도(소감 마지막에 듣기, Q카드를 통한 2MC, 맞춤형 질문)도 첫 시도라는 측면에서 저한테는 재밌고 의미있던 발제였습니다.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유 혹은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특히 2번에서 예상보다 다른 결과가 나와 흥미로웠습니다.
이 책은 캐나다 여행 중 살짝은 언짢고 살짝은 좀 고민스러운 질문을 받고 계속 고민하던 와중에 고른 책이었고
이 책이 제 고민에 해결이나 결론은 내주지 못했습니다만
고민을 생각하는 폭을 조금을 넓게 해줬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모두 일과 여가의 소중함과 균형을 찾는 9월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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