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정기모임 후기



선정도서
중력 삐에로
(후보였던 책 : 미쳐야 미친다, 어느 젊은 광대이야기)

진행 박동희 

100자 후기


조동진

감상평을 쓰기도, 읽기도 조금은 어려운 책, 하지만 전하려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중력과 DNA의 묶음도 신선했다.
중력을 난 모른다 아마 브라질의  투피족에게 물어봐도 모를것이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언젠가 과학시간에 배운 9.8n을 말하는것은 아닐테니...
작가는 중력에서 잠깐의 찰나라도 벗어나고 싶음이 보인다.
중력을 조금은 옹호해봤다. 중력은 우리를 짖누르거나 정해져있는 운명론적인 힘이 아니라 우리가 현실에 땅을 딛고 살게하는 힘이다(or 삶의 무게). 즉 사람과 사람이 마주보고 서 있게 해주는 힘이 중력이다. 물론 그로 인해 등 돌리고 서 있음도 가능함이다.
그 중력 때문에 갈등이 일어나고 사랑이 싹튼다. 사람과 사람이 한공간 3차원의 세계에서 같이 움직이는데필연적이라고 하겠다. 중력 없이 부유한다면 갈등도 없고 사랑도 없을 것인 즉... 중력이 있어 오히려 *행복하다* 면 너무 지나친 비약일까.


조영진

사실 말 그대로의 ‘무중력 상태’란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다. 중력은 항상 존재하나 힘의 합력에 의해 중력에 의한 현상을 느끼지 못하는 ‘착각’일 뿐이다. 중력을 잊기 위해 그네를 타고 뛰어내리고 밝게 이야기 해봐야 그저 자기만족일 뿐 중력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이런 다크한 중력세상 이야기를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지쳤었나보다. 이런 칙칙함을 모임에서 털어냈다. 
질량이 있는 물체가 서로 당기는 힘이 인력. 지구가 나를 당기는 힘 또한 인력이고 나도 인력으로 지구를 당기고 있다. 
하하 지구 뿐이랴, 나는 준민이형도 당기고 동진이형도 당긴다. 준민이형이 나를 당기고 동진이형도 나를 당긴다. 준민이형이 동진이형을 당기고 종찬이는 병준이를 당기고 병준이는 재승이를 당긴다. 동희와 윤정이는 절친이다. 동희, 병준, 종찬, 미정, 윤정이 모두 서로 당기고 당긴다(누구누구는 누구누구를 가끔 밀기도 한다). 이런 인력세상에서 먹은 족발 한 쌈에 소주 한 잔은 소설책 한 권 보다 더 큰 즐거움을 줬다. 이사카 코타로가 이런 유쾌한 인력으로 소재로 소설을 썼다면 ‘인력 삐에로’가 되나?? 킄


정준민

지금까지 말로 표현해 본 적은 없지만, 쿄코에게는 지론이 있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배우는 눈이 세 개 있다. 배우 자신의 눈. 그것을 객석에서 보는 객관적인 눈. 그리고 양쪽을 조금 높은 곳에서, 혹은 조금 깊은 곳에서 분석하는 제3의 눈. 이 세 눈을 균형 있게 갖고 있는 배우가 그녀의 취향이었다. 배우 중에는 첫째 눈이나 둘째 눈밖에 없는 사람도 있고, 둘 다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렇다고 배우를 못할 것은 없으려니와, 그것도 개성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제3의 눈이 존재한다고 쿄코는 생각한다. 

- 온다 리쿠, 초콜릿 코스모스 


# 위의 인용은 꽤 다양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책 읽기로 바꿔 보면 작가의 눈, 독자의 눈, 양쪽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제3의 눈, 이렇게 됩니다. 독서 토론으로 바꿔보면 진행자의 눈, 참가자의 눈, 양쪽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제3의 눈, 이렇게 될 겁니다. 
어떤 독서 토론 진행자를 좋아하는가? 제 취향은 쿄코와 같습니다. 세 가지 눈을 균형 있게 가지고 있는 진행자를 좋아합니다. 물론 이런 사람은 무척 드뭅니다.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 가지 눈을 균형 있게 가진 진행자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그럴' 필요야 없겠지요.


우선은 칭찬부터. 잘못된 곳은 그 후에 지적한다. 

- 오바타 타케시 & 오바 츠구미, 바쿠만 


# 칭찬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쓴 소리로 귀결되겠지만요.


김미정

인사동을 이렇게 다시 가보게 될 줄이야! 장소 선정이 정말 좋았습니다. 
토론은 약간 산만한 분위기 속에(정확히는 책을 못 읽은 제가 산만해서) 진행되서 그런지, 사실 무슨 이야기를 깊이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납니다. 
다만 중력에 살인으로 저항한 소설 속 하루를 벌해야하느냐 아니면 그의 복수를 허용해야하느냐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언젠간 나도 살인은 아니더라도 저렇게 사적인 복수를 할 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 것 같네요..


배병준

아쉽다.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아쉽다.
안타까운 것은 값싼 동정이지만 아쉽다는 것은 애교어린 비판이다.
책을 다 읽지 못한 것도 아쉽거니와
다 읽었다해도 해소되지 않았을 엔딩이 아쉽다.
추리소설로 위장했던 이 책은 흡사 독재풍 진행으로 시작했던 이번 토론과 비슷하다. 둘 다 아쉽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 토론의 강점을 알게되어 값지다. 책을 고르고 논제를 뽑고 일정을 잡고 토론을 진행하는 이 일련의 과정을 몸소 해본다는 것, 그것은 패널로 수 십번 참여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강한 자극과 성장이 될 수 있다. 쉽지 않다는 발제자의 한숨이 고마운 까닭이다.
쉽지 않아서 오히려 아쉽지 않았다.


박종찬

이 소설은 살아가면서 필연적으로 마주치게 되는 비극을 중력에 비유하고 있다. 어쩌면 이 비유가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점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인 중력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은 없다. 처음부터 중력이 있는 환경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술 더 떠서 원리도 잘 모르는 중력을 이용해 건물을 짓는다.
좋기만 하고 행복하기만 한 인생이란 없다. 아이들이 어릴 때 어른들은 의도적으로 슬픈 일을 숨긴다. 아이가 충격받을까봐 그런 거라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충격받은 아이를 달랠 것이 엄두가 안 나는 어른들의 이기심이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기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는 두려움일 수도 있다.
숨긴다고 중력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역으로 중력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관찰할 수 있다면, 그 위에 더 튼튼한 무언가를 쌓아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오윤정

2014년 08월 22일 토
독한녀석들 모임 후기 / 오윤정
이번 달 도서인 《중력 삐에로》는 저에게는 다소 낯설고 버거운 책이었습니다. 
소재의 자극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스토리 전개, 개인적으로는 특별한 문체를 만난 것 같아 일본 소설에 대해 제가 조금 더 성장한 기분입니다. 
명확하게 답을 낼 수 없는 인간사의 문제들에 대해 역시 사유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토론과정에서는 발제문의 '이끎'에 토론자들이 '반항'적인 분위기가 아쉬웠습니다. 저 또한 발제문을 대할 때마다 제 자신의 의견만을 피력하고 발제문의 이끎에 맡겨보았던 적이 있나 하고 돌아보게 됩니다.
다음에는 토론의 취지에 맞게 책의 내용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풍부하게 나누고 발제문의 매력이 돋보이는 토론을 기대해 봅니다 =)


박동희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윈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오르던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양 섭섭해 우읍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모란이 피기까지는/김영랑

토론에 관하여...

"즐겁게 살면 지구의 중력 같은 건 없어지고 말아."

그럼, 즐겁게 살지 않으면? 지구의 중력이 점점 배가 될까.
하루는 DNA라는 사슬에 묶여, 사슬을 끊으려고 발버둥 치며
삶을 즐겁게 살지 않고 있었을까? 살인을 준비하며 살인을 하면서
점점 더 큰 중력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야 하지 않았을까?
하루가... 이층에서 떨어져 내렸다, 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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